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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의 세계읽기]북한 발 핵재앙의 과학적 분석2-허술한 지휘-통제 시스템은 '재앙의 보증수표'

한반도, 오늘

by gino's 2017. 10. 4.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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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6차 핵실험 실시 명령을 작성하고 있다. 조선중앙 TV가 지난 9월3일 공개한 화면이다. 북한의 핵무기 발사버튼은 김정은 만이 갖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연합뉴스


■김정은이 수결(手決)하는 북한의 핵버튼 


북한은 최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수결(手決) 장면을 담은 사진을 자주 공개하고 있다. 지난 7월2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시험발사 뒤에는 전날 ‘2차 시험발사를 승인한다. 28일 밤에 발사할 것!’이라는 친필명령을 공개했고, 지난 9월3일 6차 핵실험 뒤에도 수결사진을 공개했다. 특히 북한 핵무기 연구소가 발표한 발표한 성명에는 핵실험이 김정은이 주재한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회 결정이었다면서도 수결에는 김정은의 명령만 담았다. 핵보유 국가에서 핵을 사용할 권한체계는 막대한 중요성을 갖는다. 기존 핵보유국들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 지휘&통제(Command&Control)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의 안정적 관리를 하는 까닭이다. 김정은의 수결장면을 눈여겨 본 미국의 한 전문가가 있다. 신생 핵보유국의 취약한 지휘·통제 시스템의 문제점을 조명하고, 북한 발 ‘재앙’의 가능성을 짚어낸 것이다. 미국 온라인 매체 워온록스가 지난 9월15일 게재한 ‘북한의 지휘 통제, 핵무기 발사는 어떤 양태일까’라는 미국 MIT대학 비핀 나랑 교수와 앤킷 팬다 더 디플로마트 편집장의 글을 통해서다.

북한 조선중앙 TV가 지난 9월3일 공개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핵실험 단행 명령서. 군수공업부가 마련한 ‘대륙간탄도로케트장착용 수소탄 시험준비를 끝낸 정형보고’의 표지에 ‘승인한다. 9월3일 낮 12시에 단행한다’고 수결했다.  연합뉴스

북한 조선중앙 TV가 지난 9월3일 공개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핵실험 단행 명령서. 군수공업부가 마련한 ‘대륙간탄도로케트장착용 수소탄 시험준비를 끝낸 정형보고’의 표지에 ‘승인한다. 9월3일 낮 12시에 단행한다’고 수결했다. 연합뉴스 


■인도·파키스탄, 두 핵보유국의 무력충돌 위기에서 도출한 실증적 결론


나랑 교수에 따르면 신생 핵보유국이 재래식 전력에서 우위를 갖고 있는 국가와 분쟁에 휘말였을 때 핵무기 사용 준비에 나선다. 핵무기는 조립→이동→운반수단에 장착→이동→발사의 순서를 거쳐 실전에 배치한다. 긴박한 위기상황에서 혹여 적절한 권한의 개입없이 현장에서 우발적으로 핵무기 버튼을 누르는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까. 바로 인도에 비해 재래식 전력이 열세인 신생 핵보유국 파키스탄이 1999년 카길전쟁과 2001~2002년 인도와의 10개월 간 무력대치 상황에서 직면했던 위기였다. 북한은 지난 7월 이후 중장거리탄도미사일 화성-12형, ICBM급 화성-14형 시험발사와 6차핵실험을 통해 핵무력이 완성단계임을 과시했다. 하지만 핵무기는 개발하기도 어렵지만, 관리하는 것 역시 녹록지 않다. 한·미 양국군에 비해 재래식 전력은 물론, 미국의 핵전력과 비해 열세인 상황에서 북한은
‘비대칭 확전(Asymmetric escalation) 전략’ 을 어떻게 구사할 지 불투명하다.

대륙간탄도로켓장착용 수소탄 시험 사흘뒤인 지난 9월6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평양시 군민 경축대회. 폭죽이 터지고 환호성이 나왔다. 하지만 핵개발의 긴 여정이 끝나자 마자, 핵무기를 유지, 관리하는 또하나의 여정이 시작됐다. 연합뉴스

대륙간탄도로켓장착용 수소탄 시험 사흘뒤인 지난 9월6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평양시 군민 경축대회. 폭죽이 터지고 환호성이 나왔다. 하지만 핵개발의 긴 여정이 끝나자 마자, 핵무기를 유지, 관리하는 또하나의 여정이 시작됐다. 연합뉴스


■핵무기 지휘·통제 시스템이란?

지휘·통제 시스템은 몇개의 절차와 물리적 준비, 기술적 특성 등으로 구성된다. 평시는 물론 위기나 전시에 각국이 핵전력을 운용하는 골간이다. 듀크대 피터 피버 교수에 따르면 신생 핵보유국들은 핵전력에 대해 포지티브 통제 및 네거티브 통제를 한다. 포지티브 통제는 적절한 명령에 따라 핵무기의 발사를 결정하는 것을, 네거티브 통제는 특정 상황에서 핵무기의 발사를 금지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한마디로 포지티브는 발사에, 네거티브는 발사 자제에 초점을 맞춘 체계다. 이상적으로 말하면 포지티브와 네거티브가 균형을 맞춰야 한다.

신생 핵보유국은 대개 적절한 관리조직과 믿을만한 전문인력, 포지티브와 네거티브 통제의 균형을 맞출 수있는 강력한 지휘·통제구조를 갖추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네거티브 통제를 선호하는 국가는 일이 잘못될 경우 핵무기 발사를 엄격하게 금지하는 ‘안전한 실패(fail-safe)’를 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포지티브 통제에 과도하게 쏠린 국가는 ‘치명적인 실패(fail-deadly)’를 하기 십상이다. 북한 처럼 재래식전력에 의한 침공 위협에 직면한 국가들은 포지티브 전략에 치중한다. 더구나 한·미 양국군은 공공연하게 참수작전을 경고하고 있다. 나랑은 한·미 양국군의 압도적인 전력에 노출된 북한은 포지티브 전략을 취하기 쉽다고 짚었다.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은 전략군 사령부가 관장한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8월14일 전략군 사령부를 시찰하면서 김락겸 사령관으로부터 ‘괌 포위사격 방안’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있다. 노동신문이 15일 보도한 사진이다.  연합뉴스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은 전략군 사령부가 관장한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8월14일 전략군 사령부를 시찰하면서 김락겸 사령관으로부터 ‘괌 포위사격 방안’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있다. 노동신문이 15일 보도한 사진이다. 연합뉴스


■불길한 시나리오1, 지상발사 핵무기

핵무기 발사권한을 ‘허가제행동링크(PAL)이라고 한다. 미국에선 대통령이 북한에선 김정은이 핵버튼을 쥐고 있다. 가장 큰 차이는 북한이 군부에 어떠한 권한도 주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핵무기를 조립, 탑재, 이동, 발사하는 과정은 적잖은 시간을 요하는 작업이다. 북한이 주로 의존하는 미사일 액체연료는 주입에만 1~2일이 걸리고, 한번 주입하면 1주일 내 발사해야 한다.

나랑은 북한이 직면할 수있는 ‘치명적 실패’의 경우로 몇가지를 상정한다. 우선 김정은이 위기상황에서 핵무기의 발사준비를 명령를 내린다고 해도 경험이 부족한 일선 부대에서 극도의 심리적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다. 두번째는 김정은이 PAL쥐고 있다고 해도 일선부대가 김정은의 명령서를 확인하기 전에 발사준비를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가정이다. 전쟁이 시작되자마자 미국과 동맹국들이 가장 먼저 파괴하는 대상은

전자기파(EMP)폭탄 등을 이용한 북한의 통신망이다. 특히 김정은과 전략군사령부 간의 통신망이 제1타격목표다. 명령이 현장에 도달하지 않을 경우 현장부대가 오판할 공산이 커진다. 세번째는 참수작전이 성공한다면 핵무기 사용 권한은 일선 부대 지휘관에 맡겨진다. 김정은이 PAL을 확실하게 장악하고 있더라도 고민은 해야 한다. 하지만 고민이 길어지면, 핵무기를 사용할 ‘기회의 창’은 곧 닫힌다.

북한이 지난 9월3일 배포한 사진.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모처에서 수소탄의 장착과정을 지켜보았다고 전했다. AP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9월3일 배포한 사진.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모처에서 수소탄의 장착과정을 지켜보았다고 전했다. AP연합뉴스


■불길한 시나리오2, 잠수함 발사 핵무기

북한이 보유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은 더 큰 문제를 안고 있다. SLBM은 지상발사 탄도미사일과 달리 완전조립 및 장착을 마친뒤 바다에 전개된다. 북한의 잠수함 핵전력은 고체연료를 쓰는 북극성-1호 핵탄두와 아직 건조중인 고래급 잠수함 1척이다. 북한은 지난 8월 북극성-3호 핵탄두의 그림을 공개했지만, 실전배치 여부는 불분명하다. 잠수함 핵전력 전개는 두가지 방식이 있다. 우선 군항 가까이에 잠수함을 두는 ‘요새(bastion) 모델’로 옛소련이 취한 방식이다. 반대로 늘 해상에 전개하는 ‘순찰(patrol) 모델’로 미국과 영국이 취하고 있다. 잠수함 여력이 없는 북한은 요새 모델을 취할 것이 분명하다. 현재까지 확인된 바 북한의 고래급 잠수함은 신포항을 떠나 먼 바다에 전개된 적이 없다.

예상해역에 머무는 잠수한 핵전력은 공격에 노출되기 십상이다. 분쟁시 먼바다 순찰을 명령받는다면 경험이 부족한 승조원들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발사준비가 완료된 상태이기 때문에 지상발사 핵전력보다 우발적인 발사 위험이 더 크다. 발사를 금지하는 네거티브 통제가 없을 가능성도 높다. 북한은 ‘치명적 실패’ 가능성이 높은 포지티브 통제를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마지막으로 현재까지 북한이 통신망 구축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는 증거는 포착되지 않고 있다. 김정은을 포함한 2인 또는 3인의 PAL 시스템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통신망이 작동하지 않는다면) 핵무기 발사권은 잠수함 함장에게 쥐어진다. 처음 먼바다 순찰에 나선 함장이 한·미·일의 우세한 전력에 쫓기고 있다고 가정하자. 평양과 교신이 안되는 상황에서 북극성 발사버튼을 누르는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있는 것이다.

1956년 5월21일 미국이 태평양의 비키니 환초에서 실시한 수소폭탄 실험.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월19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수있다”고 경고하자, 이를 “개짖는 소리”라고 폄하하면서 북한이 태평양에서 수소폭탄 실험을 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AP연합뉴스

1956년 5월21일 미국이 태평양의 비키니 환초에서 실시한 수소폭탄 실험.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월19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수있다”고 경고하자, 이를 “개짖는 소리”라고 폄하하면서 북한이 태평양에서 수소폭탄 실험을 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AP연합뉴스


■‘핵무기 독트린’ 내놓지 않고 있는 북한

핵보유국 간에 재래식 무기에 의한 충돌위기를 겪은 인도와 파키스탄은 각각 핵무기 선제사용 금지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독트린을 내놓았다. 우발적인 핵재앙을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북한은 2012년 헌법에 핵보유국임을 명시한 이후 어떠한 핵무기 관련 문서도 내놓지 않고 있다. 그 후과는 북한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아직 핵가진 북한을 마주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 전쟁이건, 평화이건 대비하는 자가 성취한다. 북한 핵의 내재적 분석이 필요한 시점이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10041200001&code=970100#csidxf86b8eba3ce269b8e41ce60270a3a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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