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보유의 긴 여정이 끝나자마자 또다른 여정이 시작됐다
한국전쟁 종전 이후 60여년 동안 미국의 핵공격 위험에 떨었던 북한이 핵무력 완성을 선포하고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북한입장에선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의 꿈을 성취한 것이다. 핵무기를 보유한 만큼 미국과 동등한 입장에서 한반도의 운명을 호령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과연 선전매체가 보여주듯이 지난 9월3일의 수폭실험이 성공했다고 환호작약하고 있을까. 핵무기는 개발도 어렵지만, 안전하게 유지·관리하는 것 역시 녹록지 않다. 냉전시기 옛소련이 미국과의 무리한 군비경쟁 끝에 나라 살림이 거덜난 중요한 이유의 하나도 핵무기였다. 핵개발의 지난한 여정이 끝나자마자, 핵관리의 새로운 험로를 가야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핵무기를 유지, 보수, 안전관리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어느 정도일까. 2017년 현재 연말까지 폐기될 핵탄두를 포함해 모두 4480개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향후 10년 동안 3418억달러의 핵무기 예산이 필요한 것으로 관측됐다. 핵탄두 1기 당 1년에 83억9200만원의 관리비용이 들어간다. 미국 연방정부 회계감사국(GAO)이 지난 9월20일 공개한 핵무기 유지에 필요한 추정예산이다. 북한이 보유 또는 보유할 수있는 핵탄두의 수치는 최대 60개다. 미국 국방정보국(DIA) 당국자의 말을 인용한 미국 언론 보도에 근거한 추정치다. 북한과 미국은 각각 인건비 산출방식이나 핵무기의 상태, 관리 시스템도 다르기에 북한이 핵무기 유지, 관리에 얼만큼의 재원이 들어갈 지는 정확하게 추산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많은 재원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국가의 명운을 걸고 구축하는 핵무력인 만큼 북한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큰 돈은 아닐수 있다. 전세계를 전구(戰區)로 미국과 자웅을 겨뤘던 옛소련 만큼 막대한 핵전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부실한 지휘·통제시스템은 핵재앙의 보증수표
미국 MIT대학의 비핀 나랑 교수는 최근 저서 <현대의 핵전략(Nuclear Strategy in Modern Era)>에서 신생 핵보유국가의 핵전략을 촉매전략과 비대칭 확전(Asymmetric Escalation)전략및 확증보복전략의 세가지로 구분했다. 촉매전략은 후견국가를 분쟁에 끌어들이는 유인 목적으로 핵무기를 운용하는 것을 말한다. 확증보복전략은 적국의 선제타격을 견뎌내고 보복할 수 있도록 핵무기를 운용하는 전략을 말한다. 재래식 전력에서 우위인 적국과의 위기나 분쟁에서 긴장을 완화시키거나 정치적 이익을 위해 핵무기를 먼저 사용하도록 몰리는 국가의 핵전략이다. 나랑은 북한의 핵전략을 중국의 개입을 유인하기 위한 촉매전략과 비대칭 확전 전략의 두가지로 설명한다.
냉전시절 남아공이 미국의 개입을 유인하려고 했듯이 중국이 믿을만한 후견국가라고 판단할 경우 북한은 중국의 개입을 유도할 목적으로 핵무기를 운용할 수있다. 하지만 중국이 믿음직하지 않을 경우 북한은 곧바로 비대칭 확전 전략을 택할 것으로 나랑은 분석했다. 나랑은 그러나 북한이 건국 이후 중국에 대해 독립적인 입장을 견지하면서 안보적, 물질적 이익만 취해왔다는 점, 또 중국은 물론 어떤 나라에도 의존하지 않는, ‘주체사상’을 국가기반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촉매전략의 가능성을 낮게 봤다. 더구나 2012년 4월 김정은의 등극 이후 북·중 관계는 의미 있는 고위급 대화가 없이 헐렁해진 상태다. 중국을 끌어들일 가능성이 극히 낮다면, 북한의 핵무기전략은 ‘비대칭확전’ 전략일 것이다.
나랑은 비대칭확전 전략을 평시와 전시로 나누어 논리를 전개한다. 평시 북한의 핵사용 위협은 미국의 공격을 사전봉쇄하기 위한 쐐기로 활용할 뿐으로 의미가 적다고 본다. 하지만 전쟁 또는 무력충돌 발생 시 북한은 먼저 핵무기를 사용할 만한 두가지 강한 동기가 있다. 우선 케이르 이버 와 대릴 프레스가 지적한 바 ‘(핵무기를)쓰거나, 지거나(win or lose)’ 딜레마에 따라 분쟁 초기에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으면, 다시 사용할 기회가 없어진다는 긴박감에서 먼저 사용하려는 강한 동기가 부여된다.
또 전쟁 수행능력이 달리는 북한으로선 군사적 충돌지수를 최대한 빨리 내리기 위해 핵무기를 먼저 사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북한은 과연 자신들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 핵무기를 쓸 수 있을 것인가. 적의 포탄이 날아오는 긴박한 상황에서 과연 김정은의 ‘발사명령’이 지상과 해상에 배치된 핵무기를 관장하는 전략군사령부의 일선 지휘관에게 정확하게 전달될 것인가. 북한이 최근 집중투자했다는 통신체계는 과연 미군의 전자기파(EMP)폭탄에도 끄떡없을까. 한·미·일이 우수한 재래식 전력으로 선제공격이라도 하면 북한은 핵무기를 어떻게 운용할 것인가. 겉으로 보면 요란하게 핵무기 보유를 과시하고 있지만, 북한의 핵고민은 이제부터 시작인 셈이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9271125001&code=970100#csidxb152e3a7fe846c1866030e94409c4b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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