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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기고문이 드러낸 '불편한 진실', NYT독자들은 어떻게 읽었나

한반도, 오늘

by gino's 2017. 10. 9.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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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전쟁을 이야기할 때, 한국은 몸서리친다’는 제목으로 소설가 한강이 지난 10월8일자(온라인은 7일자)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


“(작가에게) 감사한다. 지난 몇달 동안 한반도 긴장과 관련해 전세계에서 출판된 그 어떤 글 보다도 기억에 남을 걸작이다. 누군가 이 글의 원고를 구해 미국 행정부의 손에 쥐어주었으면 한다. (한반도 긴장에)무엇이 걸려 있는지 그들이 잊지 않도록….” 

‘미국이 전쟁을 말할 때, 한국은 몸서리친다’ 는 제목의 소설가 한강의 뉴욕타임스 주말판(8일자) 기고문을 본 독자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위의 댓글 처럼 적극 공감하는가 하면, 글에 인용된 “전쟁은 한반도에서 일어나지, 미국에서 일어나는 게 아니다”라는 린지 그레이엄 미국 상원의원(공화·사우스 캐롤라이나)의 말과 같은 사고방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어떠한 입장이건, NYT독자들 역시 한반도의 긴장을 주시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압둘라 시니르리오글루(독일)는 “평화가 아닌 어떠한 해법도 의미가 없다는 것을 이해한다. ‘승리는 공허하고, 터무니없으며, 불가능한 슬로건에 불과하다.’ 오늘날 세계가 직면한 큰 분쟁에 적용될 구체적인 진실이다. 한반도에서부터 중동에 이르기까지”라는 댓글을 남겼다. 뉴욕의 자니(Jon_ny)는 “(한국인의) 그러한 태도는 현실 안주라고 표현해야 할 것 같다. 미국과 글로벌 금융시장은 전례없이 일정한 정도의 현실 안주 의식을 내보이고 있다…한국의 상황과 증시는 폭풍 전의 고요를 겪고 있다. 멕시코만 지역이 허리케인은 문제가 안되며 기후변화나 따뜻해진 바닷물의 영향은 아무 의미가 없거나, 가짜뉴스라고 말했듯이”라고 썼다. 


제이크 웨그너(LA)는 “김정은이 예를 들어 괌에 핵폭탄을 떨어뜨린다면 도널드 트럼프가 무엇이라고 말할 지 아무도 모른다. 추측건대 트럼프의 이후 생활은 쾌적하지 못할 것이다. 치욕을 견디기 어려울 것이다. 트럼프는 보좌진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1차 세계대전 직전에 빌헬름(독일)과 프란츠 요세프(오스트리아), 니콜라스2세(러시아) 등 3명의 황제들은 전쟁이 나도 보통사람들이나 죽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전쟁이 끝나자 그들이 모두 사라졌던 역사적 사실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한국 작가 최초로 세계 3대 문학상인 ‘맨부커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   이석우기자

한국 작가 최초로 세계 3대 문학상인 ‘맨부커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 이석우기자


루이지애나의 바이유 후마는 “협상을 통해 정치적으로 분단된 한국인들을 통합할 때”라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핵전쟁은 물론)재래식 전쟁이 일어나더라도 양측은 모두 잔혹행위를 저지를 것”이라면서 “그러한 전쟁에서 고통을 겪는 것은 한국인들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인들은 이제 자신들이 결코 미국의 동맹인 적이 없으며, 옛 공산주의자들과의 사이에 있는 완충지대였을 뿐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고도 짚었다. 

플로리다의 제이는 “트럼프가 북한으로 하여금 (미국의)침공이 임박했다는 두려움을 갖도록 방치하지 말자. 미국 지도자들은 물론 미국민들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분개했다. “트럼프는 물론 가족 중 누구도 군복을 입어본 적이 없다. 트럼프는 거친 협박과 한무리의 변호사들을 동원해 상대를 위협할 수 있었지만, 국제적인 수준에서 이러한 협박은 통하지 않는다”고도 질타했다. “대통령(트럼프)은 비 미국인의 생명을 걸고 냉담한 도박을 벌이고 있다”면서 “외교는 값싸고 무의미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하면서도 온전한 길”이라는 댓글(LA, 샘 치턴)도 있었다.

NYT 오피니언 섹션은 평범한 미국인들이 들르는 공간이 아니다. 대체로 미국 사회의 ‘먹물’들이 즐겨 본다. 적어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읽는 란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인지 NYT 독자들은 많은 경우 “평화가 아닌 어떠한 해법도 무의미하다”는 한강의 주장에 공감했다.

하지만 워싱턴 DC의 마크 르카는 “주한미군을 지금 불러들이고 한국인들이 이웃(북한)과 대화를 주도하도록 해야 한다”면서도 “핵무기나 미사일방어시스템이 필요하다면 도와줄 수있지만, 전쟁에는 한국군이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냉소적으로 반응했다. “미군의 병력지원은 한국군 병력이 소진된 뒤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전제를 달았다. “한국이 외교만을 원한다면 좋다. 하지만 미국 국방의 우산이 없이 해야할 것이다”라고도 지적했다. 한강의 기고문에 한반도 위기를 ‘겪고 있는’ 한국민의 정서가 담겼다면, NYT독자들의 반응에는 같은 위기를 ‘바라보는’ 미국 사회의 다양한 시선들이 가감없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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