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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아시아 순방에서 철저히 '잊힌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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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no's 2017. 11. 15.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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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평양 3개국 순방을 마친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지난 11월3일 귀국길에 방문한 미국령 괌에서 화환을 목에 두르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에드워드 칼보 괌 지사가 자신의 휴대폰을 들고 사진을 찍고 있다. 이날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하와이를 시작으로 아시아 순방에 나선 날이다. EPA연합뉴스

 

 

 
■트럼프는 왜 하필 키신저를 만났나 
 

트럼프의 아시아 순방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나라는 아이로니컬하게도 방문국이 아닌, 북한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 5개국을 방문하는 동안 뉴스의 초점은 북한을 벗어나지 않았다. 반면에 세계의 이목이 동아시아에 쏠린 1주일 간 철저하게 잊힌 나라는 어디일까. 바로 대만이다. 동아시아에 남·북한과 중국, 일본만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조차 자주 잊는다.

 

대만은 순방 기간 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입’을 가장 주시했던 나라이기도 하다. 한국이 북한에 대한 트럼프의 독설로 인한 안보위기를 우려했다면, 대만은 ‘키신저의 그림자’ 탓에 속앓이를 했던 것 같다. 트럼프는 아시아 순방을 앞둔 지난 10월10일 하필 헨리 키신저 전 국가안보보좌관(94)을 백악관에 초빙해 자문을 구했다. 

 

키신저가 누구인가. ‘우방 버리기’의 전문가가 아니던가. 1970년대 미·중 수교를 주선하면서 데탕트의 시대를 열었지만, 역으로 보면 오랜 우방인 대만을 저버린 장본인이다. 미국이 월남 패망을 방관하는데도 키신저의 손이 작용했다. 한국 내 일각에서 키신저가 제안한 미·중 한반도 빅딜론(주한미군 철수와 북한문제 해결 교환)을 우려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대만이 걱정했던 것은 트럼프가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을 상대로 대만 문제를 빅딜하는 것이었다. 협상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아무런 관련이 없는 카드도 집어 드는 트럼프의 성향을 감안하면 엉뚱한 걱정도 아니었다. 수자치안 대만민주기금회 이사장은 “(트럼프가) 대만문제를 거론하는 게 두렵다. 다른 이슈들과 연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11월8일 포린폴리시에 “(트럼프)가 매우 근시안 적일 수 있다는 게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캐서린 장 대만 행정원 대륙위원회 장관은 트럼프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날 때 대만을 지렛대로 쓸 수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면서도 “미국이 대만을 협상칩으로 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지난 11월1일 남태평양의 소국 투발루의 푸나푸티를 방문해 환영을 받고 있다. 대만 총통이 공식방문할 수있는 나라는 20개국에 불과하다.  EPA연합뉴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지난 11월1일 남태평양의 소국 투발루의 푸나푸티를 방문해 환영을 받고 있다. 대만 총통이 공식방문할 수있는 나라는 20개국에 불과하다. EPA연합뉴스

 

 
■대만의 ‘트럼프 트라우마’ 

 

지난해 5월 출범한 차이잉원 총통의 민진당 정부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취임 뒤 대만 독립의 목소리를 낮추고 중국과의 관계개선을 도모했다. 중국은 대만과의 정례대화를 중단하고 대만 근해에서 군사훈련을 하는 등 양안관계는 파고가 일었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것은 지난해 12월2일 대선에서 승리한 트럼프와 차이 총통 간의 통화였다. 1979년 미국·대만 단교 이후 처음 성사된 양국 지도자간의 통화는 큰 파장을 낳았다. 

 

중국은 수주 뒤 아프리카의 소국 상투메프린시페에 이어 지난 6월에는 파나마로 하여금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토록 했다. 중국을 더욱 불안하게 한 것은 외교적 관행을 깬 트럼프의 돌출행동 때문이었다. 트럼프는 “미국은 대만에 수십억달러의 무기를 파는데 왜 내가 (대만 총통의) 축하전화를 받지 말아야 하는지 모를 일이다”라는 트위터 메시지를 다시 날렸다. 양안관계가 여전히 복원되지 않는 상황에서 대만이 트럼프의 아시아 순방을 조마조마하게 바라본 까닭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 승리 직후인 지난해 12월 트위터에 올린 글. 차이 총통과의 통화가 문제되자 올린 글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 승리 직후인 지난해 12월 트위터에 올린 글. 차이 총통과의 통화가 문제되자 올린 글이다.

 

 
■압박과 고립 속, 활로 찾는 차이 정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하와이를 시작으로 아시아 순방에 나선 지난 3일, 차이 총통은 남태평양 3국 순방을 마치고 귀로에 미국령 괌에 도착했다. 지난 10월28일 순방길에는 하와이를 비공식 방문, 진주만의 애리조나호 추념관을 찾아 헌화했다. 의도했던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지만, 1주일 뒤 트럼프가 방문한 곳이기도 하다. 

 

차이 총통의 공식 방문국은 대만과 외교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20개국 중 마샬군도와 투발루, 솔로몬 제도였다. 갈수록 좁아지는 외교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모처럼 나선 순방이었다. 중국은 대만 총통이 미국을 경유하는 것조차 딴지를 건다. 이번에도 미국에 차이 총통의 경유를 허용하지 말라고 요청했다. 중국은 차이 총통이 지난 1월 중남미 순방길에 샌프란시스코와 휴스턴을 경유할 때도 같은 항의를 했었다. 

대만 타이페이에서 지난 11월7일 중국에 억류돼 있는 리밍체의 석방을 기원하는 활동가가 리의 귀환을 기원하는 노란리본에 얼굴을 묻고 흐느끼고 있다. 리는 최근 베이징을 방문했다가 정치범죄 혐의를 받고 억류됐다. 대만의 인권운동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하루 앞둔 이날 집회를 열고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리의 석방에 힘써줄 것을 호소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중국 방문기간 중 인권문제를 거론하지 않았다.   AP연합뉴스                         

대만 타이페이에서 지난 11월7일 중국에 억류돼 있는 리밍체의 석방을 기원하는 활동가가 리의 귀환을 기원하는 노란리본에 얼굴을 묻고 흐느끼고 있다. 리는 최근 베이징을 방문했다가 정치범죄 혐의를 받고 억류됐다. 대만의 인권운동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하루 앞둔 이날 집회를 열고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리의 석방에 힘써줄 것을 호소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중국 방문기간 중 인권문제를 거론하지 않았다. AP연합뉴스 

 

 

 

 

 

 

 

 

 

 

 

 

 

 

 

 

 

 

 

 

 

 

 

 

 

하지만 중국의 압박 속에서도 차이 정부의 행보는 계속된다. 올해 중국이 국방비를 7% 올린 것에 대응해 지난 11월2일 매년 국방예산 증가율을 ‘최소 2%’로 상향했다. 국방예산 증가율을 연 평균 경제성장률에 연동했던 관례를 깬 것이다. 잠수함과 항공기를 중심으로 방위산업 국산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6월엔 미국으로부터 14억2천만달러의 무기 수입을 확정지었다. 미국은 대만관계법에 따라 대만 방위에 필요한 무기를 공급하고 있다. 미국 내 대만의 로비력은 유대인에 이어 쿠바계 미국인 공동체와 함께 가장 강력한 자장을 형성하고 있다. 미국과 단교 뒤 사활을 걸고 키워온 결과다. 중국의 부상과 트럼프의 등장은 동아시아 각국이 공유하는 변수다. 대만의 홀로서기가 남일 같지 않게 다가오는 이유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11141058011&code=970100#csidxbd3bdf1530e87b2bd255460bf26fd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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