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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ees

"근본적인 변화 확인해야 북한이 핵 포기한다" 리언 시걸

by gino's 2018. 3. 27.

지난주 방한한 리언 시걸 뉴욕 사회과학협회 동북아안보협력프로젝트 팀장이 22일 서울 소공로 더 플라자 호텔에서 북·미 정상회담과 한반도 평화에 대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준헌 기자


“대표적인 네오콘 존 볼턴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임명됐기에 미국과 북한의 정상회담은 더욱 대립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바뀌지 않았다. 과연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그 회담에서 무엇을 원하느냐이다.”

‘세기의 회담’으로 주목받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을 두 달 정도 앞두고 성급한 낙관과 비관이 교차하고 있다.

지난주 방한한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 리언 시걸 뉴욕 사회과학협회 동북아안보협력프로젝트 팀장(75)은 “회담 자체가 ‘한번 해볼 만한 시도’”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더 나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지 지켜보자”고 제안했다. 또 “볼턴 말고도 미국 행정부에는 매티스(국방장관)와 폼페이오(국무장관 내정자)가 있다”면서 볼턴의 임명이 북·미회담의 구도를 바꿔놓는 게임체인저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1990년대 1차 북핵위기 당시부터 한반도 문제에 천착해온 시걸은 미국 내 대표적인 햇볕정책 지지자이다. 북한 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것은 북한뿐 아니라 미국이 약속을 어겼기 때문이며, 특히 미국이 북한의 체제보장을 하지 않은 탓이 크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인터뷰는 지난 22일 서울 소공로 더 플라자 호텔에서 이뤄졌으며, 볼턴의 임명 소식이 전해진 뒤인 23일 전화로 보충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 정상회담을 어떻게 내다보나.

“우리는 북한(핵개발)의 현주소를 알고 있다. 북한은 우리가 어디쯤에 있는지 아직 모른다. 다만 미국보다는 핵탄두를 장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능력을 거의 확보한 북한이 지렛대를 갖고 있는 것 같다.”

- 미국 내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보는 시각은 대체로 어떤가.

“낙관적인 사람은 아주 적다. 그렇다고 전쟁을 해야겠는가. 많은 사람들이 중국이 북한에 압력을 더 넣어야 한다고 해왔지만 중국이 유엔 제재에 동참했음에도 북한이 핵실험을 한 것만 서너 번 되지 않는가.”

- 트럼프는 왜 정상회담을 수락했다고 보는가.

“본인은 물론 지지자들도 전쟁을 원치 않는다고 본다. 미국 남부와 중서부 등 트럼프 지지 지역 유권자들은 베트남과 아프가니스탄, 이라크에 자식들을 보냈다. 하지만 승리는커녕 시신만 돌려받아왔다. 트럼프 역시 ‘동맹이 필요 없다’는 말까지 했다. 전통적인 외교안보가 아닌 새로운 접근을 하겠다고 여러 차례 말한 바 있다.”

- 김 위원장은 왜 그러한 결정을 내렸다고 보는가.

“북한은 트럼프가 결국 전쟁으로 가기보다는 협상을 할 것이라는 점을 읽었던 것 같다. 트럼프는 실제로 2016년 대선 유세 중에도 북한과의 협상 필요성을 되풀이한 바 있다. ‘햄버거 회담’만 언론의 주목을 받았지만 트럼프는 ‘오랫동안 해결하지 않은 문제를 나에게 미뤘다. 하지만 내가 해결하겠다’는 말을 여러 차례 해왔다. 그는 스스로 훌륭한 협상가라면서 자신은 더 낳은 협상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고도 해왔다.”

- 북한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 것 같나.

“김일성이 1988년 원했던 것처럼 2018년 김정은 역시 미국과 한국, 일본과 관계의 근본적인 변화를 원한다고 본다. 바로 1994년 제네바 합의에 적힌 북한의 희망이기도 하다. 북한이 여전히 그것을 원한다면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에서 매우 흥미로운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 정상회담이 잘 풀려나가려면 어떤 이야기들이 오가야 하는가.

“지도자들은 정상회담에서 원칙만 말하면 된다. 북한은 기본적인 사실에 대한 신호를 확인하고 싶어 할 것이다. 제재가 될 수도 있다. 유엔 안보리 제재는 거론하지 않아도 된다. 미국과 한국 모두 독자제재를 하고 있다. 그중에는 바꾸기 쉬운 것도 있다. 적성국교역법은 미국이 이미 두 번이나 해제했다가 다시 적용한 바 있다. 북한이 원하는 것은 바뀌지 않았다. 9·19공동성명과 2·13합의에 담겨 있다.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의 석방 문제나 미국이 식량을 보내는 등 서로 취할 수 있는 초보적인 조치들이 많이 있다.”

-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적다는 전망이 많다.

“비핵화는 상대적인 것이다. 미국과 한국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트럼프는 ‘(북한이 핵탄두를 장착한 ICBM으로 미국을 위협하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고, 김정은은 그 능력을 갖기 직전에 스스로 실험을 중단했다. 북한은 ‘우리(미국)가 변할 것’이라는 약속이 아니라, ‘우리가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에야 ‘보험’을 포기할 거다. 인생도, 협상도 어렵다. 댓바람에 많은 걸 요구하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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