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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ees

김정은 위원장은 '새로운 력사의 출발점'에 섰는가...그러길 바란다

by gino's 2018. 5. 1.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이 지난 29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 연구위원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나눈 대화의 주제는 통일 문제였을 것”이라면서 판문점선언 제목에 평화, 번영과 함께 ‘통일’이 들어간 것에는 김 위원장 의지가 담긴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합의서에 담지 못한 숨겨진 코드, 트럼프 배려해 남겨둔 듯"


“이번 남북정상회담 결과는 합의서에 나온 것만이 전부가 아닌 것 같다. 숨겨진 코드가 있다. 특히 비핵화에서 상당한 진전이 있었지만 합의서에는 최소한만 담은 것 같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60)은 남북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부 진전된 내용을 공개하지 않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또 “남북 정상이 합의 내용에는 통일을 담지 않았음에도 제목에 평화, 번영과 함께 통일을 넣은 것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의지가 담긴 것 같다”고 짚었다. 역사적인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뒤 남북은 물론 미국과 중국 등지에서 쏟아지는 뉴스들은 한반도가 새로운 역사의 입구에 있음을 말해준다. 

뉴스의 홍수 속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판문점선언의 함의를 조 연구위원과의 인터뷰를 통해 되짚어보았다. 지난 29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만났다. 


■ 판문점선언 평가 


- 정부가 최우선 의제로 강조했던 비핵화 문제가 정작 ‘판문점선언’에는 맨 뒤에 배치됐다.

“중요성에 따른 정부 입장과 북한의 우선적 요구가 절충되어 최종 형태가 된 것이 아닌가 싶다. 합의문도 비핵화가 가장 중요하지만, 북한이 전제조건으로 우리 측에 요구한 군사위협 해소와 체제안전 보장을 앞세운 뒤 평화체제의 결과로 북한이 취해야 할 완전한 비핵화를 넣은 것 같다.”


- 그럼에도 비핵화 부분은 소박한 합의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비핵화의 방법과 시기가 빠졌다는 지적은 타당하다. 하지만 비핵화 논의에 진전이 있었다고 해도 최종 합의는 북·미 정상회담 결과에 담는 게 정무적으로 효과적인 것 같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공이 부각될 필요도 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정상회담 사흘 전 전격 방미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만났다. 내 생각엔 정 실장이 당시 남북 합의안 초안을 들고 가 조율하고 그 결과를 갖고 남북정상회담에 임한 것 같다.” 


비핵화에 상당한 진전 있지만 
전부가 아닌 최소한만 담은 듯
북·미 정상회담 당겨진 것도 
만족할 만한 내용 때문 아닐까


- 비핵화와 관련한 논의가 진전된 것으로 보는 근거는 무엇인가.

“남북정상회담 뒤 미국은 북·미 정상회담 시기를 당초 6월 초에서 3~4주 뒤인 5월로 앞당겼다. 비핵화와 관련해 미국이 만족할 만한 내용이 담겼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또 정부도 합의안에 담지 못한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가 있다고 암시하고 있다.” 


북한이 핵탄두를 숨긴다 해도 
억제력으로서의 의미 사라져
외교적 무기도 될 수 없으니 
협상의 걸림돌 되지는 않아


- 북한이 아무리 완전한 비핵화를 한다고 해도 핵탄두를 일부 은닉하고, 핵과학자들만 확보하고 있으면 언제든지 핵무력을 복원할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북한이 핵실험장과 같은 미래핵과 가동 중인 현재핵은 몰라도 과거핵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다. 북한이 핵탄두를 일부 숨긴다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원 100만명을 풀어도 못 찾는다. 다만 북한에 핵무기는 억제력 의미를 갖는다는 점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2005년 2월 핵실험 한번 하지 않은 상태에서 핵보유 선언(외무성 성명)을 했다. 왜 그랬을까. 상대방이 알고 있어야 효과가 있는 게 억제력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핵탄두를 몰래 숨겨놓았어도 한·미·일이 이를 모르면 억제력이 안된다. 핵무기를 군사적 무기가 아닌, 외교적 무기나 정치적 무기라고 하는 이유다. 은닉했다가 나중에 드러난다면 북한은 신뢰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는다. 만에 하나 우려는 있을 수 있지만 그런 문제가 이번 비핵화 협상에 걸림돌이 된다고는 보지 않는다. 미국이 8000여개로 파악하고 있는 고농축우라늄(HEU)용 원심분리기를 북한이 어떻게 신고하느냐도 문제다. 미국의 넌-루거 위협감소 프로그램에 의한 우크라이나와 카자흐스탄 핵물리학자 전업 및 재교육을 보아도 시간이 걸리는 문제다.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7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남북정상회담 합의문인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선언문’에 각각 서명한 뒤 교환하고 있다.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7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남북정상회담 합의문인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선언문’에 각각 서명한 뒤 교환하고 있다.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 남북 간에 단계적으로 군축을 하기로 했다. 

“북한이 비핵화를 하면, 재래식 전력이 남측에 비해 열세인 만큼 군축이 필요해진다. 우선 긴박한 곳이 서해5도 지역이다. 우리 서북도서방위사령부와 북한 서남전선사령부가 대치하고 있다. 고무장을 저무장 상태로 낮추는 게 시급하다. 비무장지대의 비무장화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비무장지대의 ‘평화지대’화가 필요하다. 평화협정 이후 완충지대를 가르며 ‘DMZ 세계평화공원’이 조성될 수도 있다.”


- 남북은 올해 종전선언을 하는 주체로 남·북·미 3자를 못 박고 중국을 더한 4자회담 개최를 합의문에 명시했다. 2007년 10·4 남북정상선언 때도 종전선언의 주체로 ‘3자 또는 4자’를 거론함으로써 중국 측의 반발을 야기했는데 이번엔 아예 3자에 중국이 배제됨을 명시했다.

“다분히 중국을 의식한 것 같다. 하지만 중국은 종전선언 주체로 당연히 포함된다고 본다. 다만 북한이 얘기하는 체제안전 보장과 관련해 미국뿐 아니라 중국도 적절한 내용을 담보해준다면 포함시킬 수 있다는 말로 읽혔다.” 

- 하필 남북정상회담 다음날 중국 군용기가 우리 측 방공식별구역(KADIZ)을 깊숙이 침범했다.

“중국의 반응은 이중적인 것 같다. 한반도 긴장완화를 반기면서도 북한이라는 완충지대의 변화와 동아시아 지역정세의 새판을 짜는 데 중국의 역할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는 것 같다.”


-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남북이 각각 자기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기로 합의했다. 우리 측의 책임과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북한의 2016년 7월 공화국 정부 대변인 성명에 나온 비핵화 조건 5가지(남쪽 지역 내 미국의 핵무기 공개, 남한 내 핵무기 및 핵기지 철폐·검증, 핵타격 수단의 한반도 불반입 담보, 대북 핵무기 위협 및 사용 금지, 핵사용권을 쥔 주한미군의 철수선언) 등에서 남측이 보증해야 할 역할과 책임인 것 같다. 핵자산 전개와 관련한 주한미군의 철수선언만을 언급한 이상 주한미군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본다. 또 중국의 부상 이후 주한미군을 보는 북한의 시각이 달라지기도 했다.”


- 미국의 핵위협 철회를 확답해야 비핵화를 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 1990년대 조지 H W 부시 행정부가 전술핵을 철수한 이후 미국이 한반도 주변에 핵자산을 반입, 군사연습을 한 것은 2013년 2월 말부터다. 북한이 그해 2월 3차 핵실험에서 고농축우라늄(HEU)탄 시험 및 그 전해 12월 은하3호 인공위성이 대기권 진입에 성공했다고 밝히자 미국이 취한 조치다.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을 인정하겠다는 것은 핵자산 전개 이전의 연합훈련을 용인한다는 걸로 해석된다.” 


- 남북은 또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위해 노력하자고 했다. 남북이 국제사회로부터 기대하는 지지와 협력은 무엇이 있는가. 

“종전선언이나 남·북·미·중의 평화협정도 그 역할이 제한적일 수 있다. 북한은 자신들이 핵을 포기하게 되면 국제사회도 체제안전 보장을 법적으로 해줘야 한다는 뜻을 담은 것 같다. 우크라이나의 경우 핵을 포기하면서 미국·러시아·영국이 부다페스트 안전보장 메모랜덤을 체결했는데 서방 세계는 2014년 러시아가 침공했을 당시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았다. 당시 백악관 법률고문은 ‘메모랜덤이라 준수해야 할 의무가 없다’고 설명한 것으로 기억한다. 국제법적 보증은 아니었다는 말이다.”


도보다리에서 긴밀히 나눈 
대화 주제는 통일이었을 것
선언문 제목 ‘통일’ 넣은 것도 
김 위원장 의지 반영 추정


- 이번 합의서 제목은 ‘한반도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선언’이다. 종래와 달리 수식어가 많이 달렸다. 

“이번 정상회담의 기본 주제어는 평화와 번영이었다. 남북은 기념식수 표지석에도 ‘평화와 번영을 심다’라고 새겼다. 관련 내용이 없는데 제목에 ‘통일’이 포함된 건 김정은 위원장의 의지가 들어간 것 같다. 도보다리 밀담에서도 통일에 대한 논의가 중심이지 않았나 싶다.”


- 김 위원장은 왜 선언문에 ‘통일’을 넣으려고 했는가. 

“북한의 2016년 제7차 당대회 결정문을 보면 우리 민족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져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올해 신년사에도 우리 민족의 역사가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를 많이 했다. 김 위원장은 자유의집 방명록에도 ‘새로운 력사는 이제부터, 평화의 시대, 력사의 출발점에서’라고 서명했다. 통일의 큰 틀에 합의하자, 이를 바탕으로 북이 핵을 포기하고 남북이 종전으로 나가자는 정세인식과 구체적인 의지를 담은 것 같다. 또 판문점선언문에는 남북연합의 준비 성격을 담은 내용들이 포함됐다.”


- ‘10·4 선언’과 달리 통일 의지가 담겼다는 말인가. 

“그렇다. 정상회담 정례화 및 남북 정상 핫라인 설치, 분야별 대화를 아우르는 말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인 것 같다. 과거 남북조절위원회와 비슷한 성격이자 낮은 수준의 남북연합기구라고 생각한다. 통일 얘기가 없어도 남북연합으로 가는 큰 틀이 담겼다고 보는 이유다.”


■ 북·미 회담 전망 


미 강경파 합류, 되레 긍정적 
또 하나의 의제 ‘탄도미사일’
ICBM 외 중·단거리 포함 땐 
북·미 협상 난항 겪을 수도


[진단, 판문점선언](1)“합의서에 담지 못한 숨겨진 코드, 트럼프 배려해 남겨둔 듯


- 존 볼턴이나 마이크 폼페이오 등 강경파의 합류를 불안하게 보는 시선도 있다.

“강경파인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울트라 슈퍼 강경파’로 불리는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또 주한 대사에 내정된 해리 해리스 전 태평양사령관 등 강경파가 잇달아 등장한 것은 되레 좋은 징조라고 본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파만 데리고 협상을 했다가 실패하면 비난을 퍼부을 강경파를 미리 자기편으로 만든 꼴이기 때문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대통령의 부당한 지시를 따를 것인가’라는 질문에 ‘트럼프 퍼스트를 하겠다’고 했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본다.”


- 북한이 취하게 될 비핵화는 2008년 중단된 검증 문제부터 시작하게 되는 것인가. 

“당시는 불능화에 대한 검증이었다. 이제는 신고와 이행 검증에 더해 사찰까지 포함하는 광의의 합의를 해야 한다.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밝힌 이상 9·19 공동성명의 과정은 잊어야 할 것 같다. 당시엔 영변의 플루토늄 핵시설에 제한됐지만 이제는 북한이 보유한 핵탄두와 핵물질 및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도 있다. 북·미 간에 신뢰가 없으면 해결이 불가능하다.” 


- 북·미 회담의 최대 난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미국에는 ‘최우선 과제로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방식의 비핵화’를 강조하는 ‘CVID파’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우선시하는 ‘ICBM파’가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얼마 전 ‘회담 목표는 모든 핵을 없애는 것’이라며 CVID를 강조했다. 그러나 탄도미사일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빠져 있다는 빌미로 이란 핵합의를 5월12일까지 수정 또는 파기할 것을 지시한 것을 보면, 북한에도 비핵화와 함께 탄도미사일을 거론할 수 있다. 그 경우 어디까지 다룰 것인가가 쟁점이 될 것이다.”


- 북한에 미사일 폐기를 요구할 국제법적 근거는 없지 않나. 

“맞다.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는 미사일 기술의 확산 방지를 위한 것일 뿐이다. 이미 획득한 미사일을 포기토록 할 국제법적 근거는 없다. 하지만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ICBM을 다루지 않고 북·미 회담을 진행할 수는 없다. 북한이 최근 당 7차 3기 전원회의에서 핵실험과 함께 ICBM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걸 보면 탄도미사일은 ICBM만 의제로 삼을 것 같다. 북한이 작년 8월14일 군사행동 장전 완료를 선언하면서 배경에 보인 지도를 보면, 한반도 전역과 일본 열도, 미국의 서태평양 전진기지인 괌까지를 타격 목표로 분명히 하고 있다. 미국이 노동미사일과 스커드 ER 준중형미사일, 화성-12형 중거리미사일 등 중·단거리미사일을 포함시키려 한다면 협상이 상당한 난항을 겪을 수 있다.”


- 북·미 회담에 다른 변수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 수 있나. 

“고노 일본 외무상은 북·미 정상회담 개최 합의 직후 워싱턴으로 날아가 5가지를 전제조건으로 요구했다. CVID와 IAEA 사찰 허용, 화학무기, 중·단거리 탄도미사일 및 납치자 문제였다. 일본의 우려는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자신들이 원하는 중·단거리 미사일과 납치자 문제 등을 다루려면 북한과 직접 해결해야지, 비핵화 프로세스를 복잡하게 해선 안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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