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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여적

"월드컵이 필요 없다"는 브라질 민심

by gino's 2018. 7. 3.


월드컵 본선 19회 출전에 5회 우승. 축구 강국 브라질의 화려한 성적이다. 국가대표팀 선수를 ‘선택받은 사람(셀레상)’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펠레, 호나우두, 카카 등 신(神)의 경지에 오른 선수들의 본향이기도 하다. 브라질 축구의 힘은 골목에서 나왔다. 지저분한 골목에서 공을 차고 놀던 아이들이 청년으로 성장해 세계를 평정해왔다. 축구와 축제는 브라질인들의 핏속에 흐르는 유전자일 것이다.

브라질이 전국적인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국제축구연맹의 컨페더레이션스컵 경기가 진행중인 주요 도시 경기장 주변에 시위가 집중되고 있다고 한다. 20년 만에 가장 큰 규모의 시위가 상파울루와 리우데자네이루, 브라질리아 등 대도시들에서 벌어져 수십만명의 시위대가 거리를 휩쓸고 있다. 내년 월드컵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 준비에 바쁜 정부의 작은 조치가 민심을 건드린 것이다.

시작은 미약했지만 결과는 심대하다. 버스요금 100원 인상이 화근이었다. 상파울루 시가 버스요금을 3헤알(1570원)에서 3.2헤알(1670원)로 올린 것이 분노의 뚜껑을 열었다. 생활물가 인상을 불러온 과도한 공공지출이 타도 대상이 된 것이다. 브라질 정부가 월드컵과 올림픽 준비에 책정한 예산만 23조원을 웃돈다. 여기에 문맹률 21%의 교육환경과 열악한 보건의료 시스템, 만연한 범죄와 부패 등 형편없는 공공서비스에 대한 원성이 함께 터져나오고 있다.

“우리는 월드컵이 필요 없다”는 구호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상에 급속히 유포되고 있다고 한다. 축구의 나라에선 혁명적 주장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병원과 학교”라는 주장에서 분노의 본질을 읽을 수 있다. 컨페더레이션스컵 경기에 참가 중인 일부 셀레상들까지 시위에 동조하고 있다고 한다. 국민적 종교에 가까운 축구 열기마저 식힐 정도로 사회적 갈등지수가 높다는 말이다.

한국은 1988년 하계올림픽과 2002년 월드컵 개최를 계기로 국제사회에 존재감을 과시했다. 우리가 14년 간격으로 치렀던 통과의례를 2년 새 치르려던 지우마 호세프 정부의 과욕이 탈을 낸 것일까. 엊그제 천신만고 끝에 월드컵 본선 티켓을 움켜쥔 태극 건각들이 브라질 땅을 밟을 즈음엔 갈등을 다소라도 완화해 축구와 축제를 함께 즐길 수 있게 됐으면 한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06192125495&code=990201#csidx2c5e68676510a6f951af731e5a1b7f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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