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마지막 해병’도 떠난다. 이번에도 전달도구는 트위터였다. 트럼프는 20일(현지시간)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내년 2월 펜타곤을 떠난다”고 발표했다. 매티스는 즉각 이를 시인하고 퇴임사를 발표했다. 퇴임사에선 대통령이 말한 '2월'을 '2월28일'로 못박았다. 200여만명의 미군 장병과 70여만명의 국무부 직원들의 임무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미국의 안위에 필요한 시간이라고 밝혔다. 해임 또는 사임의 직접적인 원인은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시리아 전면철군 결정이었다. 하지만 지난 2년 동안 꾹꾹 눌러놓았던 인내가 한계에 봉착한 것으로 보인다. 조짐이 좋지 않다. 국내 정치적으로 여러가지 수사에 직면한 가운데 지지율이 내려앉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외정책에서 파괴적 자충수를 두고 있음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한반도에 던지는 의미 역시 적지 않다.
시리아의 이슬람국가(IS)를 격퇴하기 위해 74개국의 연합을 구성한 것은 미국이었다. 트럼프의 한마디로 미국이 달랑 떠나버리면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동맹국들은 물론 쿠르드도 고립무원이 된다. 매티스는 시리아 전면철군에 거세게 저항했지만, 트럼프는 강행했다. 트럼프는 아프가니스탄 주둔 1만4천명의 미군 중에서도 수천명을 철수시킬 것으로 전해졌다. 이쯤 되면 ‘소신의 매티스’가 버티기 힘들었을 것이다.
트럼프의 돌출행동은 국내 정책 보다 대외 정책에서 더욱 극단으로 치닫는다. 전략적 구도는커녕 변덕과 감정이 덕지덕지 묻어나는 결정을 내리기 때문이다. 동맹의 등에 칼을 꽂은 시리아 철군이 그 본보기다. 지지자들은 트럼프가 엉뚱한 결정을 내릴 때마다 “걱정할 것 없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적절한 제지를 할 매티스와 같은 행정부 내 필터가 있다는 믿음도 ‘묻지마 낙관’의 근거였으리라. 하지만 매티스의 전격 사임으로 트럼프 행정부에선 보스의 생각을 걸러낼 필터 기능에 치명적인 장애가 발생하게 됐다.
트럼프가 군사력의 행사를 통해 스스로 총사령관임을 입증할 가능성(줄리안 제이저 프린스턴대 교수)까지 제기된다. 바로 지난해 북한이 수소폭탄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핵무력 완성을 선포하자, 대북 공격을 심각하게 고려했던 트럼프 행정부다. 그나마 매티스가 성급한 결정을 막았을 것이다. 밥 우드워드의 근작 <공포, 백악관의 트럼프>에 따르면 매티스를 비롯한 군 수뇌부는 지난 1월19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회의 석상에서 생뚱맞게 무역적자타령을 하면서 주한미군 철수를 거론하자, “미군을 한국에 주둔시키는 게 비용을 절감하는 최선책”이라며 막았던 주역도 매티스였다.
매티스는 사임 서한에서 “다른 누군가가 트럼프의 비전을 완수하는 데 더 적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미국과 세계에 내놓은 경고는 두가지다. 우선 “미국의 힘은 미국의 고유하고 포괄적인 동맹과 파트너십 시스템의 힘과 뗄레야 뗄 수없는 관련을 맺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한 동맹이 없이 미국은 다른 나라들은 물론 미국을 보호할 수없다고 경고했다. 매티스는 중국과 러시아를 지목, “자신들의 전략적 이익과 미국의 전략적 이익 간에 갈수록 긴장이 높아지는 나라들에 접근하는 데 있어 대통령은 단호하면서도 분명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매티스는 트럼프를 콕 찍어 충언을 내놓지는 않았다. 트럼프가 바뀌지 않을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일게다. 또 트럼프를 정상적인 대통령으로 돌려놓는 것이 헛수고라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일게다.
사퇴서는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수신인으로 돼 있다. 하지만 내용을 보면 지난 2년 동안 트럼프가 일으킨 온갖 평지풍파 속에서도 침묵을 지켜온 공화당과 보수적인 외교안보정책 입안자들 앞으로 보낸 메시지이다. 침묵을 지켰으되, 미국 대외정책의 역사와 복잡성을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을 상대로 대통령이 자신들과 같은 사고의 페이지에 있지 않음을 상기시킨 것이다. 동시에 미국이 대통령으로부터 목전의 진짜 위기를 마주하고 있으며, 미국의 평화를 성공적으로 지켜온 핵심 원칙들이 위기에 처했음을 말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트럼프야 매티스의 사직서를 휴지통에 던져버리고 고분고분한 후임자를 임명할 것이 분명하다. 향후 관건은 공화당과 공화당원들이 매티스의 메시지에 과연 귀를 기울일 것인가 이다. 아니면 앞으로도 계속 눈과 귀를 막고 ‘묻지마 희망’을 유지할 것이냐는 점이다. 지난 11월 중간선거 결과 공화당은 여전히 상원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 상하원이 합리적인 생각에서 하나로 뭉치면 대통령 탄핵까지는 아니더라도, 트럼프의 행보를 묶어둘 수있다.
------------------------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로 ‘해고 통지’를 했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68)은 곧바로 언론에 이를 확인하고, 사임사를 내놓았다. 만년필로 썼다면 꾹꾹 눌러썼을 통한의 사임사다. 짧은 시간에 쓴 글이겠지만, 미국과 세계가 직면한 위험을 정조준했다. 퇴임사를 소개한다.
대통령 앞,
나는 미국의 제26대 국방장관이라는 특권을 누려왔다. 우리의 시민과 우리의 이상을 수호하기 위해 펜타곤의 남녀 구성원들과 함께 일할 수있도록 해준 특권이었다.
지난 2년 동안 이룬 진전이 자랑스럽다. 그중 몇개의 핵심 목표들은 (2018년)국가방위전략(NDS)에 담겨 있다. 펜타곤을 보다 건전한 예산적 기반위에 세워놓고, 미군의 대응능력과 파괴력을 개선했으며, 더 큰 성과를 낼 수있도록 펜타곤의 업무관행을 개혁했다. (그 결과)미군은 분쟁에서 적을 압도하고 미국의 강력한 글로벌 영향력을 유지하는 능력을 제공하고 있다.
내가 늘 품어왔던 믿음의 핵심은 국가로서 미국의 힘은 우리의 고유하면서도 포괄적인 동맹과 파트너 관계의 시스템이 주는 힘과 뗄래야 뗄 수없는 관련을 맺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여전히 자유 세계의 필수불가결한 나라(indispensable nation)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강력한 동맹을 유지하지 않는 한, 또 동맹국들에 존경을 보여주지 않는 한, 우리는 미국의 국익을 보호할 수없거나, 그러한 역할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없다.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나는 처음부터 미군이 '세계의 경찰'이 돼서는 안된다고 말해왔다. 그대신, 동맹국들에게 효율적인 리더십을 제공하는 것을 포함해 공동 방위를 담보하기 위해 '아메리칸 파워(American power)'의 모든 도구들을 행사해야 한다고 말해왔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29개 민주주의 국가들은 9·11테러 이후 미국과 함께 싸우겠다는 약속을 통해 그러한 힘을 입증했다. 74개국이 참가한 ‘이슬람국가(IS) 패퇴 연합’은 더 진전된 증거였다.
마찬가지로 나는 믿는다. 자신들의 전략적 이해가 갈수록 우리의 이익과 갈등을 빚는 나라들에 접근하는 데 있어 우리가 반드시 단호하고 분명해야 한다고. 중국과 러시아는 분명 세계를 자신들의 권위주의 모델로 만들려고 한다. 다른 나라들의 경제적 외교적 안보적 결정을 거부할 권한을 획득하려 한다. 자신들의 이익을 확대하기 위해 다른 나라를 제물로 삼기 위해서다. 우리가 아메리칸 파워의 모든 도구들을 행사해 공동방위를 제공해야 하는 까닭이다.
동맹국을 존중하고 사악한 행위자들과 전략적 경쟁자들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가져야 한다는 나의 생각은 지난 40여년 동안에 이러한 이슈에 집중하면서 갖게된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안보와 번영 및 가치에 부합하는 국제질서를 진전시키기 위해 할 수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은 우리의 동맹국들과의 연대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당신(대통령)은 당신과 보다 견해가 맞는 국방장관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 그 때문에 나는 내가 내가 장관자리에서 내려오는 것이 옳다고 믿는다. 내 임기의 끝은 2019년 2월28일이다. 후임자가 지명되고 (상원)인준을 받기에 충분해야할 일정이다. 동시에 국방부의 이해가 적절하고도 분명히 부각될 수있어야 한다. 또한 의회의 (국가방위)태세 청문회 및 2월의 나토 국방장관회담 등 임박한 이벤트에서 국방부의 이해 역시 보호돼야 한다. 국방부 내의 안정을 위해서는 내년 9월의 합참의장 교체를 넉넉히 앞두고 국방장관 업무의 이행이 완수돼야 한다.
나는 215만 미군의 필요와 이해가 보장되도록 장관 업무의 원만한 이행을 위한 노력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 73만2079명의 민간인 직원들 역시 국방부의 흐트러지지 않는 관심을 받아야 한다. 미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밤낮없이 완수해야 할 중요한 임무를 완수할 수있게 하기 위해서다.
국가와 남녀 군인들에게 복무할 수있는 기회를 준 데 매우 감사한다.
짐 N. 매티스
------------------------
Dear Mr. President:
I have been privileged to serve as our country’s 26th Secretary of Defense which has allowed me to serve alongside our men and women of the Department in defense of our citizens and our ideals.
I am proud of the progress that has been made over the past two years on some of the key goals articulated in our National Defense Strategy: putting the Department on a more sound budgetary footing, improving readiness and lethality in our forces, and reforming the Department’s business practices for greater performance. Our troops continue to provide the capabilities needed to prevail in conflict and sustain strong U.S. global influence.
One core belief I have always held is that our strength as a nation is inextricably linked to the strength of our unique and comprehensive system of alliances and partnerships. While the US remains the indispensable nation in the free world, we cannot protect our interests or serve that role effectively without maintaining strong alliances and showing respect to those allies. Like you, I have said from the beginning that the armed forces of the United States should not be the policeman of the world. Instead, we must use all tools of American power to provide for the common defense, including providing effective leadership to our alliances. NATO’s 29 democracies demonstrated that strength in their commitment to fighting alongside us following the 9-11 attack on America. The Defeat-ISIS coalition of 74 nations is further proof.
Similarly, I believe we must be resolute and unambiguous in our approach to those countries whose strategic interests are increasingly in tension with ours. It is clear that China and Russia, for example, want to shape a world consistent with their authoritarian model ? gaining veto authority over other nations’ economic, diplomatic, and security decisions ? to promote their own interests at the expense of their neighbors, America and our allies. That is why we must use all the tools of American power to provide for the common defense.
My views on treating allies with respect and also being clear-eyed about both malign actors and strategic competitors are strongly held and informed by over four decades of immersion in these issues. We must do everything possible to advance an international order that is most conducive to our security, prosperity and values, and we are strengthened in this effort by the solidarity of our alliances.
Because you have the right to have a Secretary of Defense whose views are better aligned with yours on these and other subjects, I believe it is right for me to step down from my position. The end date for my tenure is February 28, 2019, a date that should allow sufficient time for a successor to be nominated and confirmed as well as to make sure the Department’s interests are properly articulated and protected at upcoming events to include Congressional posture hearings and the NATO Defense Ministerial meeting in February. Further, that a full transition to a new Secretary of Defense occurs well in advance of the transition of Chairman of the Joint Chiefs of Staff in September in order to ensure stability within the Department.
I pledge my full effort to a smooth transition that ensures the needs and interests of the 2.15 million Service Members and 732,079 DoD civilians receive undistracted attention of the Department at all times so that they can fulfill their critical, round-the-clock mission to protect the American people.
I very much appreciate this opportunity to serve the nation and our men and women in uniform.
Jim N. Mattis
2020 미국 대선, 엘리자베스 워런은 왜 '특별한 희망'일까 (0) | 2019.02.04 |
---|---|
트럼프의 모든 길은 '만리장성'으로 향한다 (0) | 2018.12.28 |
파리는 왜 이번에도 먼저 불탔는가 (0) | 2018.12.14 |
미-중 해양 패권 그레이트 게임, '격랑의 남중국해' (0) | 2018.11.16 |
중간선거? '세계의 트럼프화'는 계속된다 (0) | 2018.11.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