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 문화적 토양 공유
북, 갈마관광지구 추진 중
강릉·제진 철도 연결 땐
북도 원산·제진 구간
추진할 가능성 높아
“원산갈마지구 사진을 보면 북한이 국가적 혼을 쏟아부어 개발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게 활성화되지 않을 경우 북한이 감당해야 할 리스크를 생각해봐야 하죠.”
강릉은 원산을 열망하고 있었다. 지난 4일 강원 강릉 씨마크호텔에서 열린 북방협력포럼에서 만난 김한근 강릉시장(57)은 “강릉과 원산은 분단 전까지만 해도 한 생활권”이었다는 말부터 꺼냈다. 과거에도 원산과 강릉을 한 생활권으로 묶은 것은 길이었다. 강릉에서 서울을 오가려면 원산까지 올라가 경원선 철도를 이용해야 했기 때문이다.
영동 해안지방은 고대부터 문화적 토양을 공유하고 있기도 하다. 추석이 아닌, 단오가 가장 중요한 명절이다. 원산과 강릉 사람들은 단오에 함께 씨름을 했고, 공을 찼다. 1924년 일제가 중단시키기 전까지 강릉·원산 축구대회가 있었던 연유다. 그는 “두 도시 간 성인 축구대회는 1915년부터 부정기적으로 했다는 기록이 있다”고 전했다.
김 시장은 재작년 8월 방북길에 북한 민족화해협의회 측에 강릉·원산 축구대회 부활을 제안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원산 시내 축구경기장을 비롯한 인프라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가 생각했던 도시 간 1 대 1 교류의 조건이 되지 않았다. 여건이 되는 대로 꼭 다시 잇고 싶은 두 도시의 인연”이라고 강조했다.
김 시장은 “강릉 사람들은 (정치적 입장이 다르더라도) 축구와 관련된 일이면 모두 한마음이 된다”면서 “강릉을 ‘구도(球都·공의 도시)’라고 부르는 이유”라고 말했다. 실제로 도농통합 전까지만 해도 단오제 농상전(강릉농고와 강릉상고 간 축구 정기전)이 열리면 시 전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 그러나 축구는 두 도시 간 인연의 한 가닥일 뿐이다.
강릉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추진하는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사업에 주목하고 있다. 원산과 강릉을 배후도시로 두고, 설악산과 금강산을 아우르는 관광특구를 꿈꾼다. 강릉 역시 올 1월 부산·전주·목포·안동과 함께 전국 5대 관광거점도시로 선정된 터이다.
하지만 유라시아 횡단열차는 물론 원산 공항이나 크루즈 정박시설을 신축하는 것은 요원한 일이다. 그가 “우선 우리의 육상 인프라를 활용해 갈마지구 연결을 도모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보는 까닭이다. 김 시장은 “강릉에서 제진(남측 동해 최북단역)까지 철도가 연결되면, 제진~원산 구간은 북한이 경제적 이득 때문에라도 우선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중국의 선전특구 실험을 현지에서 지켜봤습니다. 중국도 처음엔 멈칫멈칫 조심스러웠지만, 어느 순간 먼저 확 잡아끌더군요. 북한 역시 이미 원산갈마지구에 너무 많은 투자를 해놓았기 때문에 후진할 수 없어요. 지리적·정치적으로 평양에 미칠 영향이 적은 원산을 개방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거죠.”
지난 4월27일 열렸던 강릉~제진(110.9㎞) 동해북부선 추진 기념식에는 ‘평화와 번영, 대륙을 향한 꿈의 시작’이라는 거창한 의미가 실렸다. 그 전에 분계선 너머 ‘형제 도시’와 공이라도 함께 차자는 게 김 시장의 현실적 복안이었다.
김 시장에 따르면 함흥에서 원산, 강릉을 거쳐 울진까지 언어구조는 물론 사투리도 같다. 두 도시가 그라운드에서 만나면 남의 표준어도 북의 문화어도 아닌, 토착어로 이야기하지 않을까 싶다.
“방갑수다. 날래(빨리) 갑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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