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

포커스]김옥은 정부인가, 정식 부인인가

[뉴스메이커 2006-08-04 10:09]

김정일 그림자 수행하는 네 번째 여인 화제 “고영희 참석 않는 자리에선 부인 역할 했다”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로 한반도 정세에 먹구름이 낀 상황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네 번째 여인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이태 전 세 번째 부인 고영희가 사망한 뒤 사실상 북한의 `‘퍼스트 레이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전해진 화제의 주인공은 올해 42세의 김옥씨다. 김 여인은 1964년 생으로 평양 음대 출신이며 160㎝ 정도의 키에 미인은 아니지만 귀엽고 이지적인 인상을 풍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영희 생전에도 기술비서 출신으로 김 위원장을 지근거리에서 수발했지만 김 위원장이 홀몸이 된 뒤에는 김 위원장 주변에서 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인은 북한 사회의 폐쇄성과 북한 내에서 김 위원장이 누리고 있는 제왕적 지위 등과 결부돼 호기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미인은 아니지만 귀엽고 이지적 김 여인의 존재가 일반에 처음 알려진 것은 지난 1월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 이후다. 정부 관계당국에서는 사이에서는 지난해부터 파악하고 있었다는 후문이다. 일본의 ‘주간 현대’는 지난 2월 김 위원장 일행을 맞은 중국측 관계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김 여인이 언론에 노출되는 공식자리가 아닌 경우에는 김 위원장을 그림자처럼 수행했다고 소개했다. 김정남(왼쪽), 김정철. 당시만 해도 일부 북한 전문가 사이에서는 ‘주간 현대’가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잡지라는 점에서 신빙성이 떨어지는 데다 북한 관련 보도에서 흔히 보이는 일본 매체들의 흥미 위주 접근 경향을 고려할 때 큰 무게를 두지 않았다. 북한 후계문제에 천착하고 있는 한 국책연구소의 연구위원은 당시 기자에게 이메일을 보내 “북한 공작부서에서 근무했던 탈북자에 의해 조작됐다는 주장이 있다”면서 ‘주간 현대’ 보도의 사실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동안 잊혀졌던 김 여인의 존재가 다시 관심을 끌어모으는 것은 그가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뿐 아니라 2000년 10월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의 미국 방문 당시에도 동행해 얼굴이 드러나면서부터다. 사진에 나타난 김 여인은 눈에 띄는 미인형이라기보다 수수한 인상이다. 특히 퍼머먼트를 한 긴 머리가 여성스러움을 보여주고 있다. 자연스레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 당시 김 여인이 등장한 장면을 꼼꼼하게 묘사한 ‘주간 현대’의 보도 내용을 다시 들춰보게 된다. 100% 꾸며낸 이야기라고 보기에는 장면 묘사와 중국측 관계자들의 증언이 세부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64세인 김 위원장이 과연 네 번째 결혼을 통해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여느 사회에서나 볼 수 있는 ‘보스의 개인비서’로 상처한 뒤 홀로 사는 김 위원장 주변을 챙기고 있을 뿐인지 관심을 끌어모은다. ‘김의 여인’이 초점이 되는 이유는 단순히 흥미 때문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김 위원장은 정치 권력을 상실하고 상징적인 존재로 전락한 상태에서 종종 대중적 호기심의 대상이 되는 유럽 왕실의 주요인물과 달리 여전히 봉건적 절대권력을 누리고 있고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의 지극히 개인 신상의 변화도 북한 내부 상황을 가늠하는 데 유용한 자료가 될 수 있어서다. 현재까지 공개된 직·간접 자료를 통해 김 여인의 정체를 상세히 재구성해보면 이렇다. 우선 그가 김 위원장의 기술비서 출신이라는 점은 설득력을 갖는다. 기술비서란 북한의 조선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이상의 최고위 간부들의 건강을 보살피는 직책으로 일반적인 비서업무보다는 간호사 역할을 맡는다. 간부 1명당 1명씩 배속되며 주로 간호사 출신이 발탁된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경우 최고지도자인 만큼 다수의 기술서기가 있고 ‘노인 수발’에 그치는 보통 기술비서와는 달리 일반적인 업무비서의 역할도 한다는 게 북한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방중 때 퍼스트레이디 수준 의전 김 위원장의 남다른 신뢰를 받던 김 여인은 김 위원장의 군부대 및 산업시찰 등 잦은 현지지도에 따라가는 것은 물론 외빈 접견에도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명록 제1부위원장의 방중 때는 ‘김선옥’이라는 가명과 국방위원회 과장 직함으로 윌리엄 코언 미국 국방장관과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 등과의 공식 면담 석상에도 수행원 자격으로 참석했다. 지난 1월 김 위원장의 방중 때에도 국방위원회 과장 자격으로 동행했지만 실제로는 중국측으로부터 퍼스트 레이디에 해당하는 의전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주간 현대’는 당시 김 위원장의 방중은 ‘사실상 신혼여행’이었다면서 김 여인은 공식 정상회담이나 언론용 사진 촬영 때를 제외하고 한시도 김 위원장 곁에서 떨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북한측은 그에 대해 ‘김의 새부인’이라고 소개했고 이를 입증하듯 김 위원장의 특별열차 내에서도 함께 자고 자동차로 이동할 때에도 옆자리에 앉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중국측은 호텔 연회장의 김 위원장 자리 옆에 또 하나의 귀빈석을 마련했다고도 한다. 김 위원장과 김 여인은 방문지 가운데 후베이성(湖北省) 우한(武漢)의 동호(東湖) 변에 있는 마오쩌둥(毛澤東)의 별장과 선전특별구의 염전(鹽田) 항구, 주강(珠江) 유람선 등 3곳에서 가까운 사이임을 내보였다. 중국어와 영어 등 외국어에는 미숙했지만 외국문화에 관심이 많으며 김 위원장 곁에서 중요한 내용을 빠짐없이 메모를 하는 등 세밀하게 보좌했다. 선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88층짜리 운정(雲頂)라운지에서는 주위 건물에 대해 중국측 안내원에게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김 여인을 가까이서 만날 기회가 있었던 김 위원장의 일본인 요리사 후지모토 겐지의 증언은 더 구체적이다. 후지모토가 김 여인을 처음 본 것은 1987년 무렵. 어느날 평양 중심부의 김 위원장 관저에 불려갔더니 고영희의 지정석에 김 여인이 앉아 프랑스제 고급 식기로 식사를 하고 있더라는 것이다. 이 자리에서 인민군 고위 장교들은 김 여인에게 ‘옥희(옥이)동무’라고 부르면서 예의를 갖추었다. 이후 고영희가 참석하지 않는 자리에는 늘 김 여인이 있었으며 식후에는 손가방에서 간장약을 꺼내 김 위원장에게 건네는 등 부인 역할을 했다고 후지모토는 증언했다. 후지모토가 보기에 김 여인은 단순한 기술비서가 아니었다. 김 위원장의 개인자금을 관리하는 등 뛰어난 업무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한번은 초밥 재료를 사기 위해 일본 출장을 다녀올 일이 있었는데 김 여인이 김 위원장의 집무실에 있는 금고에서 1만5000달러를 꺼내 주기도 했다. 개인금고 열쇠를 갖고 있었다는 것은 그에 대한 김 위원장의 신뢰도를 말해주는 대목이다. <가계도> 북한 고위장교 김 여인에 예의 갖춰 여성적인 부드러움과 뛰어난 판단력 및 과감한 행동력도 엿보였다고 한다. 김 위원장의 부인이던 김영숙·성혜림·고영희에 비해 글래머는 아니지만 애교가 있으며 문화적 소양도 갖추고 있었다. 한번은 원산의 별장에서 김 위원장 가족들이 식사를 할 때 느닷없이 김 위원장이 후지모토에게 일본어 노래를 주문한 적이 있다. 그가 “가라오케가 없어서 못하겠다”고 고사하자 김 위원장이 “옥희가 있어 괜찮다”면서 김 여인에게 피아노 연주를 시켰다. 김 위원장은 식사를 할 때나 수영을 할 때나 수시로 김 여인을 불렀다고 한다. 그렇다면 김 위원장과 금실이 좋았던 고영희와 김 여인의 관계는 어떠했을까. 다시 후지모토의 전언을 들어보자. 그가 보기에 고영희와 김 여인은 마치 자매 사이 같았다고 한다. 카지노 게임인 바카라를 할 때는 김 위원장과 자신이 한편이 되고 고영희와 김 여인이 상대편이 돼서 즐기기도 했다는 것이다. 고영희의 자녀들(김정철·정운·여정)도 김 여인을 잘 따랐다. 다만 고영희는 훗날 후계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김 여인이 김 위원장의 아이를 갖는 것만은 허락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김 여인은 아이가 없으며 아이로니컬하게 바로 이 점 때문에 고영희가 김 여인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것이 가능했다는 게 후지모토의 증언이다. 후지모토는 “고영희가 죽은 뒤 지금은 명실상부한 (김위원장의) 정부인으로 승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영희 사후 김정철(24), 김정운(23) 등 그가 남긴 두 아들 가운데 김 위원장의 후계자가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한 가운데 김 여인의 소생이 없다는 사실이 갖는 의미는 작지 않다. 김 위원장이 성혜림씨와의 사이에서 얻은 큰아들 정남씨(35세)냐, 정철·정운 형제냐로 갈리는 북한의 후계구도에서 김 여인 소생이 끼어드는 3파전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고영희의 감시가 사라진 지금 김 위원장이 김 여인과 ‘후사’를 도모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또 다른 아들을 얻는다고 해도 이복형들과 나이 차가 많아 후계자 후보군에 들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 관계자들은 김 여인의 존재를 어떻게 판단하고 있을까. 김 여인에 대한 평가는 다양한 소스에서 나오고 있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고위급 탈북자들에게 ‘옥희동무’라고 불리는 여인이 있다. 이 여인은 김 위원장에게 반말도 하고 어떤 일에 대해서는 명령조로 말하는 등 김정일을 꼼짝 못하게 만드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 여인이 무람없이 말을 해도 김 위원장은 화를 내지 않고 웃음으로 받아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도 전했다. 김 여인의 정확한 본명은 파악하지 못한 눈치다. “진짜 이름이 ‘옥’이라면 ‘옥이 동무’라고 부르다가 ‘옥희 동무’로 잘못 알려졌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 여인이 김 위원장과 정식 부부관계를 맺었는지는 불투명하다. 정부 관계자는 김 여인이 고영희 생존시에도 영향력이 있고, 조명록 제1부위원장의 미국 방문길에 따라가는 등 대외활동을 했다는 점을 들어 ‘주간 현대’ 등의 보도대로 김 위원장의 네 번째 부인이라는 부분에서는 쉽게 동의하지 않았다. 북한 체제는 부인을 공식적인 자리에 내보내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의 통일전선부(통전부)에서 대남공작을 맡았던 또 다른 관계자도 “김 여인이 김 위원장의 여인인지는 아무도 확인할 수 없다. 북한 고위층이라도 웬만큼 김 위원장의 지근거리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알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고영희와 마치 자매 사이 같았다” 김정일은 체구가 조그마하고 둥근형의 얼굴을 가진 여자를 좋아한다고 한다. 김 여인이 김 위원장의 정식 부인이 아닐 것으로 관측되는 또 다른 이유는 북한 지도부가 ‘핏줄’을 중시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김일성 주석과 김 위원장을 각각 출생지를 따서 ‘만경대, 백두산 혁명일가’로 규정하고 “전통이 위대하면 계승도 위대해야 한다”면서 후계문제 역시 혈통을 중시하는 풍토에서 기술비서 출신을 ‘국모’로 모실 가능성은 희박하다. 김 위원장의 장남인 정남씨가 후계구도에서 밀려날 것이라는 전망이 제시되는 이유 가운데 한 가지도 핏줄 문제다. 생모인 성혜림이 이혼녀 출신인데다 이모인 성혜랑씨와 외사촌 이한영의 망명 등으로 반동적인 성분이 있어 ‘백두산 혈통’으로 보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김 위원장의 첫 번째 부인이던 김영숙씨(59)역시 함경북도 인민보안국의 타자수를 거쳐 노동당 중앙위 간부부에서 문서원으로 일하다가 김 위원장의 눈에 들어 결혼을 했다. 하지만 김영숙씨는 고 김일성 주석의 허락을 받아 결혼식을 올린 경우다. 결국 환갑이 지난 김 위원장이 40대의 김 여인과 정식 결혼을 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김 여인이 정식 부인인지는 알 길이 없지만 김 위원장을 꼼짝못하게 하는 여인이 있다는 사실만큼은 틀림없다”고 말했다. 김 여인과 관련한 또 다른 화제는 그가 기쁨조 출신이라는 주장이다. ‘주간 현대’는 1995년 귀순한 북한의 무용수 신영희씨의 책 ‘나는 김정일의 무용수였다’에 ‘김옥’이라는 이름이 나온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신씨는 책에서 “고영희가 없을 때는 김옥이라는 삼지연조(기쁨조의 하나) 단원이 김정일의 옆에 항상 앉아 있었다. 삼지연조는 전자피아노 1명, 기타 2명으로 구성된 기악조로 김옥은 체구가 조그마하고 얼굴은 (김정일이 좋아하는 스타일인) 둥근 편으로 귀여운 형”이라고 전했다. 김 여인이 음악을 전공했다는 것 역시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한다. 예술적 취향을 중시하는 김 위원장의 부인들은 김영숙씨를 제외하고 모두 문화계와 관련이 있다. 경남 창녕 출신인 성혜림은 월북 작가 리기영의 장남 리평과 결혼해 딸을 낳았지만 1960년대 말 문예부문을 지도하던 김 위원장의 눈에 들어 이혼하고 동거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영희는 재일동포 출신으로 평양 만수대 예술단 무용수로 활동하던 1970년대 중반 김 위원장과 동거를 시작했다. 김 여인이 기쁨조 출신인지 여부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아니다. 다만 김 여인을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보았던 후지모토는 “기쁨조 출신은 아닌 것 같다”고 증언했다. <박용채 도쿄특파원·김진호 국제부 기자 pyc@kyunghyang.com> - 대한민국 희망언론! 경향신문, 구독신청(http://smile.khan.co.kr) - ⓒ 경향신문 & 미디어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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