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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무인기, 하늘만 뚫린 게 아니다. 더 큰 '싱크홀'이 문제

시민언론 민들레(Dentdelion)

by gino's 2022. 12. 27.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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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무인기의 영공침범은 단순히 영공 방어의 허점만 노출한 게 아니다. 윤석열 정부 안보정책이 노출한 '싱크홀'이 더 크게 보인다. 남과 북이 안보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으로 맞대응하면서 우발적인 충돌의 가능성을 한층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26일 첫 입장표명에서 '실시간 대응조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군은 1차적으로 감시자산을 동원해 무인기의 항적을 추적하는 한편, KA-1경공격기와 코브라 헬기 등을 띄워 100여 발의 사격을 가했다. 문제는 상응조치다.

군당국은 26일 육군이 운용하는 무인정찰기 2대를 북쪽 상공으로 날려보냈다. 기종은 송골매(길이 4.7m, 폭 6.4m)로 알려졌다. 우리 무인기가 군사분계선(MDL)을 넘어간 것은 처음이었다. 

군당국의 발빠른 대응은 북한군의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 무인기의 무장 여부와 정확한 침투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나선 맞대응은 북한의 오인으로 인한 또다른 충돌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우리 군의 상응조치는 한·미 연합공중연습인 비질런트 스톰으로 최대 규모의 전략자산을 전개하고 북한이 최대 규모의 미사일 발사로 빚어졌던 11월 안보위기에서도 나왔었다. 

북한은 12월 18일 오전에도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서울역 대합실에서 관련 뉴스를 보고 있는 시민들.  2022.12.18 연합뉴스


북한이 25발의 미사일을 발사하고, 동해 북방한계선(NLL) 북방의 해상완충구역으로 100여 발의 포사격을 감행하자 군은 상응조치를 취했다. 군은 F-15K와 KF-16 전투기를 발전시켜 공대지 미사일 3발을 NLL 북방 공해상에 정밀사격을 가했다. 북한 미사일이 떨어진 해역과 상응한 거리의 공해상이었다. 

군의 상응조치는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의 지휘로 이뤄졌다. 윤 대통령이 같은 날 긴급 국가안보회의(NSC)에서 "북한의 도발이 분명한 대가를 치르도록 엄정한 대응을 신속히 취할 것"을 지시한 뒤 나온 조치였던 것이다. 조선일보는 당시 1면 헤드라인으로 '그대로 갚아줬다'고 보도했지만, 군사적 긴장상황에서 감정적 통쾌함은 자칫 자충수로 이어질 위험이 상존한다. 국방은 과학이다. 감정으로 접근할 문제가 결코 아니다. 

지난 11월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는 한·미 전력전개에 따른 맞대응이었다. 북한 무인기의 수도권 침투 역시 특정한 의도에서 감행된 도발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윤석열 정부 출범 7개월 동안 두 차례 반복된 우리 군의 상응조치는 반사적인 맞대응 수준을 벗어나지 않는다. 주도면밀하게 목적을 갖고 이뤄진 군사행동이 아니었다는 말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6일 평양 만수대 의사당에서 열린 사회주의 헌법 제정 5-0주년 기념 보고대회에 참석하고 있다. 조선중앙TV 화면이다.  2022.12.27  연합뉴스


군사적 충돌은 서로 치밀하게 각본을 짠 상태에서 벌어지기보다 상대방의 정확한 의도를 오인했을 때 우발적으로 벌어지는 경우가 더 많다. 작전일을 늦추더라도 군사 핫라인을 통해 북한측의 행동에 대한 상응조치임을 분명히 하고 단행해도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번에는 특히 북한 무인기의 무장 여부도 파악하지 못한채 이뤄진 상응조치였기에 우려를 자아낸다. 

더 심각한 문제는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갈수록 다방면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사상 최초의 사례도 늘어간다. 우리 무인기가 MDL을 사상 처음 넘었듯이, 지난 11월 북한 미사일은 사상 처음 남쪽 해역을 침범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NSC에서 아마도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을 감안한 듯 "북한의 고강도 추가도발"을 경고했다. 핵실험 처럼 전략적 군사행동 만이 위험한 게 아니다. 미사일 발사의 경우 2020년 4차례에서 지난해 갑절이 늘어난 데 이어 올해는 90 발의 순항 및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이번엔 2014년에 이은 무인기의 서울 및 수도권 침투였다. 다음 군사적 위기가 어디에서 어떤 형태로 벌어질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한 지난 23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뉴스를 보고 있다. 북한의 군사행동과 이에 따른 안보위기는 이제 일상이 되고 있다.  2022.12.23 연합뉴스


한반도 안보가 이처럼 사상 첫 위기 국면에 접어든 상황에서 허술한 대응능력을 보인 것은 군당국 뿐이 아니다. 총체적인 부실의 싱크홀을 또 노출했다. 북한 무인기가 유유하게 서울과 경기도 일원을 비행하는 동안 주민들에게는 어떠한 경고도, 긴급 대피 메시지 발송도 없었다. 합참은 브리핑 도중 '재난문자를 보낼 수는 없었느냐'는 언론의 질문에 "재난문자 국민들께 보내는 것은 관련 부처에서 주관해서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답을 내놓았다. 안보 위기 상황에서 책임 떠넘기기 인상마저 준다.

불과 한달여전 일어난 일을 복기할 필요가 있다. 11월초 북한 미사일이 울릉도 방향으로 날아가는 것을 확인한 울릉군 당국이 가장 먼저 취한 조치는 자신들부터 방공호로 몸을 숨긴 것이었다. 울릉알리미를 통해 주민들에게 긴급 대피를 권고하기 정확히 14분 전에 취한 조치였다. 어떤 정부라도 단기간 내 안보위기를 해결할 수는 없다. 현실이 그렇다면 말에만 그치지 말고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범정부적 시스템부터 만드는 게 시급하다. 북한 무인기가 다시 노출한 우리 안보의 싱크홀이다.  

하늘만 뚫린게 아니다. 더 큰 '싱크홀'이 문제다 < 외교안보 < 기사본문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mindlenews.com)

 

하늘만 뚫린게 아니다. 더 큰 '싱크홀'이 문제다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북한 무인기의 영공침범은 단순히 영공 방어의 허점만 노출한 게 아니다. 윤석열 정부 안보정책이 노출한 '싱크홀'이 더 크게 보인다. 남과 북이 안보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눈에는 눈, 이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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