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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은 '대통령의 책상'에서 멈춘다

시민언론 민들레(Dentdelion)

by gino's 2022. 12. 29.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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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대체 뭐한거냐."

대통령이 진노했다, 고 한다. 북한 무인기 침투 당일이 아닌, 다음날 벌어진 일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27일 국무회의에 앞서 이종섭 국방장관으로부터 무인기 침투 사건을 보고받는 자리에서다. 대통령은 곧이어 열린 국무회의에선 문재인 정부 탓과 야당 탓을 늘어놓았다. 부족하다 싶으면 호전적인 발언을 내놓는다. 

 

대통령실이 지난 5월 25일 공개한 대통령 집무실 책상. 방한했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선물한 탁자용 패가 놓여 있다. 한국전쟁 당시 미국 대통령이던 해리 트루먼이 재임중 책상위에 올려놓았다는 '모든 책임은 여기서 끝난다(The Buck Stops here)'문구가 적혀 있다.  연합뉴스

중대사안이 벌어져 국민이 온통 불안해하는 사이 대통령은 보이지 않는다. 하루 쯤 지나 뜬금없는 말을 내놓는다. 남탓을 하거나 당국자를 호되게 꾸짖고, 대통령실은 질책 사실을 언론에 알린다. 다시 며칠이 지나면 언제 그랬나 싶게 사안 자체를 묻어버린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이후 되풀이해서 국민에 보여온 업무스타일이다. 불안하다.

대통령의 발언을 정확히 볼 필요가 있다. "2017년부터 전혀 이런 드론에 대한 대응 노력과 훈련, 전력 구축이 제대로 되지 않고 훈련이 전무했다"고 했다. 이 말에 이어 북한의 선의와 군사합의에만 의존한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이 얼마나 위험한지 국민들께서 잘 보셨을 것이라고 했다. 전체가 한 문장으로 그안에서 모순이 드러난다.

대통령이 특정 사안에 대한 군의 대응 노력과 전력구축은 물론, 훈련까지 챙겨야 한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 그렇다면 취임 7개월 동안 바로 그 책무를 하지 않았다고 스스로 실토한 셈이다. 취임 이후 외교안보팀과 국방부 고위 관료들을 처벌하고, 그간의 봉급을 전액 회수해야 할 것이다. 물론 대통령도 봉급을 반납해야 한다. 고위관료는 헌법이 보장한 노동조합의 보호를 못받는다.

국방예산 관련 팩트는 이렇다. 문재인 정부 임기 5년 동안 평균 증가율이 6.27%였다. 이명박 정부(5.3%), 박근혜 정부(3.98%)보다 높았다. 2020년엔 사상 처음 50조원을 돌파했다. 그많은 예산을 가져가면서 한낱 무인기 대처도 못한 군당국은 처벌받아 마땅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7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후보 시절 '대북 선제타격'을 공언했던 대통령이다. 국가 간의 외교사안은 물론 안보사안은 전략의 영역이자 국가적 보안이다. 선거운동에 전략과 복안을 들먹이는 것은 상식 밖이다. 그나마 참수작전을 언급하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위험하다. 

'윤석열 식 상응조치'는 더 문제다. 지난 11월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이 군사분계선(MDL)을 넘자 대통령은 "분명한 대가를 치르도록 엄정한 대응을 신속하게 취할 것"을 당부했고, 군은 정확히 북한이 MDL을 넘은 거리만큼 공해상에 정밀사격을 했다. 국민 절반이 거주하는 수도권 영공이 뚫렸는데도 NSC 소집은커녕 대통령의 대응이 공개되지 않은데 비난이 따르자 대통령실은 하루 지나 '신속하게' 대처했다.

26일 오전 10시 25분, 북한 무인기 1대가 MDL 이남으로 넘어왔다는 보고를 받고 대통령이 "우리도 몇 배의 드론을 북쪽으로 올려보내라"고 지시했다는 말을 뒤늦게 공개했다. 군은 지시를 받고 정찰용 무인기 2대를 올려보냈다. 대통령이 당일 여러 일정 속에서도 관련 보고를 받고 가능한 대응 옵션 지시를 내렸다는 대통령실의 설명은 더 앞 뒤가 맞지 않는다.

대통령실은 전날 NSC가 소집되지 않은 것과 관련한 언론의 질문에 "안보실장을 중심으로 실시간 대응을 했다"고 했다. 그런데 하루 뒤에는 대통령이 직접 지시했다며 말을 바꾼 것이다. '여러 일정' 중에는 입양견을 국무회의에 인사시키는 일정도 있었다. 

 

북한 무인기가 우리 영공을 침범한 지난 27일 경기도 파주시 임직각에서 관광객들이 운영이 중단된 곤돌라를 바라보고 있다. 2022.12.27 연합뉴스

따지고 보면 상응 조치도 아니었다. 상응이 되려면 평양 대동강변에 무인기를 띄웠어야 했다. 북한 무인기는 수도권을 날았다. 그런에 우리 측은 사람도 별로 살지 않는 MDL 북방에 띄웠다. 대동강에 무인기를 띄워도 된다고 본다. 다만 주한미군이 1976년 벌인 '폴 버니언 작전'의 교훈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미군은 데프콘3를 발령하고 사실상 전쟁준비를 끝낸 상태에서 작전을 개시했다.

지상군은 출동 대기했고, 바다엔 미드웨이 항모가 하늘엔 최첨단 전투기, 전폭기들이 그득했었다. 준비만 된다면 까짓 무인기 몇대 띄우는게 문제겠는가. 미군이 미류나무 몇그루를 절단하는 작전에 온국가가 나선 것은 한반도 안보 상황이 그만큼 위중했기 때문일게다. 북은 띄워도 되는데 우리는 왜 못 띄우냐는 말은 맞지 않다. 잃을 것이 많은 쪽이 더 조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안보에 관한 한 호랑이 눈을 갖되 소처럼 걸어야 한다. 

'오기'도 엿보인다. 긴급 안보 사안에 국가안보회의(NSC)를 왜 소집하지 않았느냐는 언론과 야당의 질책이 이어지자 하루 지나 연 회의 명칭을 우정 NSC가 아닌 '긴급안보상황점검회의'로 고쳤다. 북한 무인기가 무장을 했는지 안했는지, 정확하게 서울에서 어떤 정찰활동을 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한 군당국이다. 대통령실은 그럼에도 "NSC를 소집할 상황이 아니라는 판단"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인도ㆍ태평양 전략 발표에 즈음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2.12.28  연합뉴스

김승겸 합참의장과 국가안보실 김태효 제1차장, 임종득 2차장, 임기훈 국방비서관, 임상범 안보전략비서관 등 참석자들의 면면을 보면 분명 중대 안보 사안이다. 남탓에 올인하면서도 내 사람은 끝까지 챙긴다. 대통령은 정치에 나서기 전 외교안보를 몰랐다. 후보 시절 '선제타격'은 명백히 참모진의 머리에서 나온 생각이다. 그런데 대통령은 27일 최측근 김태효 1차장을 사면했다. 이명박 정부 청와대에서 대외전략기획관을 하던 그는 국가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과 두달 전 유죄가 확정됐었다. 최단 기간 사면이 아닐까.

이제 정리하자. 윤석열 정부가 지금껏 보여준 침묵-상응조치-뒤늦은 질책 구도의 업무 스타일은 불안하고 위험하다. 안보 사안에서 '오기'는 독이 되어 부메랑이 될 수 있다. 대통령은 집무실 책상 위에 '모든 책임은 여기서 끝난다(The Buck Stops Here)'라는 영어 문구가 적힌 문패를 올려놓았다. 하필 한국전쟁 때 미국 대통령이라 찜찜하지만, 해리 트루먼의 좌우명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 책상이 책임(Buck)의 종착점이 돼야지, 출발점이 돼선 곤란하다. 

안 보이다가→오버→하급자 질책…윤석열, 불안하다 < 정치 < 기사본문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mindlenews.com)

 

안 보이다가→오버→하급자 질책…윤석열, 불안하다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그동안 대체 뭐한거냐."대통령이 진노했다, 고 한다. 북한 무인기 침투 당일이 아닌, 다음날 벌어진 일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27일 국무회의에 앞서 이종섭 국방장관으로부터 무인기 침투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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