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민언론 민들레(Dentdelion)/우크라이나 전쟁

우크라이나, 시진핑의 전쟁 ①

by gino's 2023. 1. 18.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임박했다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잇따른 경고가 나오던 지난 2월 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베이징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양국 관계에는 한계가 없다(no limits)"고 다짐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침공일에 관한 논의도 있었던 것으로 보도됐다.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에게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폐막하는 같은달 20일까지 침공을 늦춰 달라고 당부했다(뉴욕타임스).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는 침공 이틀 전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보도지침이 게재됐다. "친 서방 시각과 러시아에 대한 부정적인 내용을 게재하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개전 20일 전 베이징, "러·중 협력엔 끝이 없다"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뒤 미국이 주도한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지 않았다. '전략적 동반자 관계'인 러시아에 대한 비난도 자제했다. 시 주석은 개전 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대화 요청을 깡그리 무시하고 있다. 자오리지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해 4월 14일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의 제재 동참 요구에 "중·러 관계에 어떠한 압력이나 협박도 거부할 것"이라면서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안보는 물론 러시아의 합법적인 안보 우려 역시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합리적인 안보 우려도 존중해야 한다"는 중국의 오랜 입장과 붕어빵이다. 시 주석은 지난해 5월 러시아의 주권 및 안보를 지지한다고 천명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배경에는 미·러 갈등만 있는 게 아니다. 전쟁을 둘러싼 미·중·러의 기묘한 삼각관계가 작동하고 있다. 멀리 우크라이나 전쟁의 파열음을 동아시아로 전달하는 연결고리이다. 대만해협은 '분쟁의 통로'이다.

지난해 10월 중국 공산당 제20차 당대회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의 연설은 104분 동안 이어졌다. 언론에 배포한 공식 보고서의 분량만 72쪽이었다. 각국 언론과 전문가가 내용을 뒤적이며 새로운 것을 찾을 때 뉴욕타임스 크리스 버클리는 이번 연설과 보고서에서 빠진 슬로건 2가지에 주목했다. 중국 및 중공당을 25년 동안 다룬 내공이 번득인 안목이었다. 그의 탁견을 따라가면, 우선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역대 중국 지도자들이 빠짐없이 강조했던 '중요한 전략적 기회의 시기(重要戰略機遇期)'라는 말이 사라졌다. 중국이 주요 분쟁에 휩싸일 어떠한 긴박한 위협도 임박한 위협도 없다는 정세 인식을 뜻하는 말로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역대 지도자들이 빠짐없이 강조했던 말이다.

지난해 11월 30일 장쩌민 전 국가주석의 사망을 알리는 차이나 데일리 인터넷판. 중국 매체들은 일제히 흑백화면으로 장 전 주석의 타계를 기렸다. 그와 함께 화평굴기를 외치며 중국을 평화발전의 길로 이끌었던 그의 시대도 온전히 저물었다.

두 번째는 '평화 발전(和平發展)은 시대적 과제(時代的主題)로 남아 있다'는 문장으로 1980년대부터 역대 국가주석이 견지해온 입장이다. 세계에서 어떤 일이 진행되더라도 중요한 흐름은 중국 편에 있다는 정세 인식도 이번에는 생략됐다. 시 주석은 되레 "중국이 전략적 기회가 위기 및 도전과 공존하는 시기에 진입하면서 불확실성과 전례가 없는 요소들이 부상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또 "세계는 난기류와 변환의 시기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최근 작고한 장쩌민 전 주석은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뒤 2002년 전략적 기회의 시기를 강조하며 '평화적 굴기'를 독려했었다.

중국 공산당의 '시대전환'

시 주석은 2021년 말에만 해도 경제적 위협을 경고하면서도 '전략적 기회의 시기'관을 유지했다. 하지만 2022년 상반기부터 입장이 변한다. 가장 큰 이유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의 러시아 압박이 중국을 봉쇄하기 위한 리허설로 보기 때문(왕웬 런민대 종양금융연구소 학장)"이다. 중공당이 현재를 위기의 시대로 간주, 시 주석에 임기 5년을 추가한 것을 합리화하는 것일 수도 있다. 시 주석은 대만과의 통일을 위해 무력 사용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국제질서가 꿈틀거리는 상황에서 위기를 감지한다면, 대만해협을 둘러싼 안보 위기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본격화된 미국발 경제위기일 것이다. 이중 당장 눈에 보이는 것은 안보 위기다. 미·중 관계의 가파른 고비는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이 있었던 지난해 8월이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그즈음 여러 번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은 유사시 대만 방어를 위해 미군을 파견하겠다고 다짐하면서 '선'을 넘나들었다.

지난 5일 대만해협에서 미 해군 구축함 충훈호가 항행을 하고 있다. 미 해군은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수호를 다짐한 공약의 일환으로 펼쳐진 작전이라고 밝혔다. 2023.1.5 EPA연합뉴스

'하나의 중국'에 합의한 미·중 수교 이후 미국의 대만에 대한 공약은 무기 제공에 국한되기 때문이다. 중국이 당이 결심하면 국가가 따르는 당국가 체제라면, 미국은 의회 민주주의 국가다. 의회가 결심하면 국가가 따른다.

미 상원은 펠로시의 대만 방문 한 달 뒤인 지난해 9월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와 외교적 지원을 강화한 '대만정책법 2022'를 통과시켰다. 미국은 법에 포함된 '대만 안보 지원 구상'에 따라 향후 4년 동안 45억 달러 상당의 무기를 판매하고 5년째에는 탄약·포탄의 공급·충당 용도로 20억 달러를 비상환성 차관(NRL)으로 제공키로 했다. 법은 또 '대만 경제·문화대표사무소'의 명칭을 '대만 대표 사무소'로 고쳐 외교적인 레벨로 끌어올렸다. 이는 모든 분야에서 미국·대만 관계를 격상시켜 중국의 외교적, 경제적 위협에 대처한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찰스 우 스팀슨 센터 방문연구원에 따르면 그나마 백악관의 조정 노력으로 '상징적인 표현'에 그친 결과다. 더욱 중요한 것은 바이든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서 발견한 새로운 모델이다.

우크라이나서 시험한 바이든의 '전쟁 모델'

바이든의 러시아 정책은 장기적 효과에 초점이 놓여 있다. 첨단기술을 차단해 군사기술의 발전을 막고, 우크라이나에 무기·자금을 지원, 전선에서 러시아의 실패를 유도하고, 장기적으로 국가 경제의 허리를 끊어놓는 방식이다. 러시아를 미국에 대적할 수 없는 국가로 만드는 게 궁극의 목표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연합(EU) 국가들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묶었듯이,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의존하는 안미경중(安美經中) 구조에서 동맹과 우방을 최대한 이탈(decoupling)시킨다면 성공일 것이다.

 

대만 군인들이 지난 6일 치아이 기지를 방문한 차이잉원 총통 앞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미 해군함정이 대만해협 공해상에 배치된 가운데 진행된 훈련은 중국의 강한 반발을 야기했다.  2023.1.6  EPA연합뉴스

물론 바이든의 우크라이나 모델을 대만에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적다. 대만정책법에 따라 무기 및 자금 지원은 통로가 열려있다. 유사시 우크라이나 국민과 마찬가지로 대만 국민이 피를 흘리겠지만, 미국은 전쟁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둘 수 있다. 다른 점은 대만해협 분쟁 때 미군이 어떤 방식이건 개입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중국·대만의 비대칭 군사력 탓에 대만해협이 최전선이 되기 때문에 미 해·공군이 나서야만 한다. 지난해 미국 내에서 여러 개의 미·중 전쟁시나리오가 나온 까닭이다. 그러나 미국이 준비만 된다면, 러시아의 오판을 유도 또는 기다렸듯이, 대만해협에서 중국의 오판을 기다릴 가능성은 상당하다.

바이든은 '결정적인 10년(decisive decade)'을 언급하고 있다. 그렇다면 시진핑의 중국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러·중의 '한계 없는 협력'은 어디까지 가능할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강대국 정치와 새로운 국제질서를 탐사하는 작업은 이처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의 연속이다.

[우크라이나] "평화 시기 끝났다" 시진핑의 전쟁 ① < 국제 < 기사본문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mindlenews.com)

 

[우크라이나] "평화 시기 끝났다" 시진핑의 전쟁 ①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임박했다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잇따른 경고가 나오던 지난 2월 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베이징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양국

www.mindlenews.com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