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끝내 대만을 침공했다. 바다와 하늘을 통해 대만해협을 건넜다. 폭격과 함포사격으로 개전 몇 시간 만에 대만 해·공군의 전함과 전투기 대부분을 파괴했다. 중국 해군이 중국 본토의 미사일 전력의 엄호를 받으며 대만 주변 해역을 봉쇄하는 사이 수만 명의 인민해방군 병사들이 수륙양용 항공기로 대만 해안의 교두보로 상륙했다. 이제, 미국·일본·대만의 연합전력은 중국의 침공을 어떻게 격퇴할 것인가.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1월 9일 공개한 '다음 전쟁의 첫 전투(The First Battle of the Next War)' 보고서가 기술한 전쟁 양상이다. 보고서는 CSIS가 지난해 상반기 프로그램을 제작, 24개의 시나리오 별로 모의전쟁을 벌인 결과를 담고 있다.
모의전쟁 결과는 미·중 모두에 '피로스의 승리'
모의전쟁(워게임)의 결과는 대부분 미·일·대만 3국 연합군의 승리로 끝났다. 그러나 중국은 물론, 연합군 역시 막대한 피해를 당하여 이기더라도 이기는 게 아닌, '피로스의 승리'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24개의 시나리오는 기본/비관적 시나리오(중국 우세)/낙관적 시나리오(중국 열세) 등 3개의 경우의 수로 나뉜다. 미국은 전쟁 초기 중국의 미사일 공격으로 항공모함 2척을 잃는다. 미·일의 전투기 및 전함 손실은 449/646/290대의 전투기와 43/28/24척의 전함을 잃는다. 전쟁기간은 3~4주로 한정했다. 몇 달, 몇 년을 끈다면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전쟁 결과는 모두에게 괴멸적이다. 무엇보다 대만에 가장 큰 피해를 남긴다. 경제기반이 파괴돼 오랜 세월 뒤에야 복원할 수 있다. 미국이 입을 사회적, 경제적 사이버 기반의 파괴 역시 녹록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국방력의 감퇴다. 대규모 전함을 건조할 수 있는 조선소는 미국 내 2곳에 불과하다. 항모 건조는 차치하고 전함을 전쟁 전 수준으로 보유하는 데만 수십 년이 걸린다. 그나마 한 해 120대를 생산할 수 있는 전투기는 2~4년이면 보충이 가능하다. 국방력의 약화는 필연적으로 아메리칸 헤게모니의 약화로 이어진다. 보고서는 미국이 유럽 또는 중동에서 세력균형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이 침공에 성공하더라도 상처뿐인 통일이다. 경제적인 타격에 앞서 정치적으로 괴멸된다. 보고서는 중국 공산당의 집권 기반이 흔들리는 '피로스의 승리'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CSIS 모의전쟁은 우크라이나 전쟁처럼 재래식 전쟁을 전제로 했다. 미국 신안보센터(CNAS)가 지난해 8월 발표한 또 다른 모의전쟁 보고서 '위험한 해협'은 대만해협 전쟁이 결국 핵전쟁으로 확전될 것으로 예상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 내 워게임은 이 밖에도 여러 개가 있었다.
전쟁 시나리오뿐이 아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 내에서는 대만해협에서 전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하는 '예지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미국의 정보 및 군 당국 책임자들이 장본인이다. 가장 최근에는 마이클 미니헌 미 공중기동사령부 사령관이 휘하 장병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미·중이 2025년 전쟁을 하게 될 것이라면서 잠재적 충돌에 신속히 대비하라고 지시했다. 워싱턴포스트가 25일 전한 소식이다. 미니헌 장군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0월 전쟁 자문위원회를 구성했다면서 대만 총통선거와 미국 대선이 있는 2024년 다음 해인 2025년에 전쟁을 벌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10월 중공당 당대회 전후에는 미·중 전쟁에 대한 경고가 집중됐다. 시 주석의 임기가 끝나는 2027년 설이 주종이다.
개전 시점 전하는 전쟁의 '예지자'들
마이클 길데이 해군 참모총장은 아예 개전 시점을 지난해 말로 잡았었다. 그는 같은 달 16일 애틀랜틱카운슬 토론회에서 "'2027년 창(窓)'뿐 아니라 '2022년 창'이나 '2023년 창'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어느 나라이건 군인은 늘 임전 태세를 갖춰야 한다. 미군 역시 '오늘 밤 싸운다!(Fight Tonight!)'는 구호를 입에 달고 산다. 그러나 정통 외교관 출신인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까지 나선다면 의미가 달라진다.
국무부 부장관 출신 번스 국장은 지난해 10월 3일 CBS 인터뷰에서 "우리는 그(시진핑)가 2027년이 지나기 전에 대만을 성공적으로 침공할 준비를 하라고 지시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서 "2020년대 후반으로 갈수록 전쟁 발발 위험이 커지는 게 현실"이라고 단언했다. "중국이 '매의 눈'으로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고 있다"고도 했다.
책임 있는 자리의 고위 관료와 군 지도자들이 한목소리로 전쟁을 경고하고 주요 싱크탱크들이 모의전쟁 시나리오를 내놓는다면, 대한민국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그 어떤 예지자도 몇 년 뒤 대만해협의 안보상황을 예단할 수 없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동아시아에 준 가장 큰 함의는 미국발 모의전쟁과 전쟁 예측이 양적으로, 질적으로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그런데 중국은 과연 미국에 절박한 위협일까. 적어도 숫자로 보면 위협이라고 평가할 근거가 희박하다.
펜타곤이 지난해 11월 29일 발표한 '중국 군사·안보 연례보고서'는 대만해협의 전쟁 가능성에 방점을 찍었다. 국내외 언론이 보도한 '중국 2035년까지 핵탄두 1500개 보유' '세계 최대 해군력' 등의 헤드라인을 중심으로 살펴보자. 2021년 미국 군축협회(ASA) 집계에서 중국의 핵탄두는 350개로 러시아(6257개), 미국(5550개)의 10%도 안된다. 보고서가 강조한 대로 1500개로 늘어도 미국의 절반이 안 된다. '세계 최대 해군력' 역시 인민해방군 해군이 보유한 전체 선박 수를 기준으로 한 평가다. 중국은 340척의 선박과 잠수함을 갖고 있으며 이 중 125척이 주요 수상 전투함이다. 미 해군 선박 등록국(NVR)의 최신 집계에 따르면 전투함 293척 중 242척이 취항중이므로 보고서대로 중국 해군이 '최대'는 맞다. 하지만 '최강'은 아니다.
중국 외교부 "대만 구실로 중국 억제 노림수"
미국은 11척의 항공모함과 115척의 수상 전투함, 67척의 잠수함, 31척의 수륙양용 선박 등을 보유하고 있지만 질적으로 다르다. 기회 있을 때마다 중국의 위협을 강조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조차 보고서 서문에서 "우리의 군사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unmatched)한다. 이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미국은 대만과 일본, 한국 등 지역 동맹 및 우방에 위협을 제기한다는 논리를 제기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의 전쟁 경고는 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 노골적으로 나오고 있는가. 전쟁 위협은 상대적이다. 미국발 전쟁 경고는 중국에 위협을 제기한다. 이어 중국의 대비 강화→미국의 더 강한 경고→중국의 더 강한 대비로 증폭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신호탄으로 현재진행형인 증폭 과정이다. 그렇다면 위협의 악순환은 어느 지점까지 계속될 것인가. 미국과 중국은 증폭 과정의 단계마다 어떤 전략을 갖고 어떤 대응을 하고 있는가. 또 위기가 고조될수록 이익을 얻는 쪽은 어느 나라일까. 그런데 과연 미·중은 전쟁으로 가고 있는지 역시 톺아봐야 한다.
마오 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30일 미니헌 미 공중기동사령부 사령관의 '2025년 전쟁설'에 대해 "대만해협의 긴장 고조는 대만 문제를 구실로 중국을 억누르려는 미국 내 일부 사람들 때문"이라면서 "미국은 '하나의 중국' 합의를 준수하고 대만 문제 참견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한다면···" 미·중 전쟁은 과연 일어날까 < 국제 < 기사본문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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