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해마다 6월을 ‘보훈의 달’로 지정하고 각종 행사를 치른다. 그러나 그뿐이다. 추모 분위기가 걷히고 나면 ‘국가의 이름으로’ 스러진 이들은 다시금 망각 속으로 사라진다.
유영옥 한국보훈학회 회장(55·경기대 교수)은 “국가 유공자에 대한 예우가 1회성 행사로 그쳐서는 안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국가는 유공자 본인 또는 가족들이 자부심을 갖고 살아갈 수 있도록 ‘상징’을 제공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거창한 것을 말하는 건 아니다.
그는 “미국의 경우 유공자 가족들에게 금전적인 보상과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뿐 아니라 명예를 준다”면서 “마을이나 학교 단위로 세계대전·월남전 참전 사망자 명단을 현판으로 간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집 대문에 ‘국가 유공자의 집’이라고 명패를 달아주거나, 마을 공원이나 학교 교정에 출신 유공자의 명단을 표지로 세워놓자는 것이다.
유교수는 “이러한 상징을 통해 유공자 가족들에게는 자부심을, 주변 사람들에게는 애국심을 고취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자체 단체장이 또는 대통령이 유공자 가족들을 정기적으로 초청, 따뜻한 식사 한끼를 대접하고 격려하는 것도 보이지 않은 보훈정책”이라고 강조했다.
21일 ‘국가상징과 보훈정책’을 주제로 세미나를 여는 그는 또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적인 목적에서 벌여놓은 보훈법과 집행관청을 일원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가 유공자에 대한 법률은 6·25참전 유공자와 월남참전 유공자, 광주민주화운동 유공자, 특수임무수행자(북파공작원) 지원에 관한 법 등으로 18개가 난립해 있다. 주무관청도 제각각이다. 독립기념관은 문화관광부가, 김구 선생 기념관은 보훈처가, 국립묘지는 국방부가 관할한다.
유교수는 “법과 주무관청이 난립하면서 불필요한 인력과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면서 “이제 교통정리가 필요한 때”라고 주장했다.
“때론 관련법마다 제각각인 보상 기준으로 유공자들을 울리고, 때론 주무관청간의 엇갈리는 이해관계로 얼룩지는 보훈정책을 투명하게 집행하자”는 제안이다.
〈김진호기자 jh@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