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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보기관 기밀누출로 드러난 각국의 '이중 행보'…한국이 다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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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보기관의 기밀문건 누출 사건이 과거 사례와 가장 다른 점은 진행 중인 전쟁과 관련된 기밀이라는 점이다. 드러난 문건의 분량과 범위, 파장은 2013년 미국 국가안보국(NSA) 계약요원 에드워드 스노든의 의도적인 기밀 누출이 훨씬 큰 사건이었다. 그러나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대리전으로 치러지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미칠 파급 효과가 크기 때문에 심각성을 더한다. 특히 미국과 나토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에 참여하면서도 러시아와의 관계를 고려해 조심스러운 '이중 행보'를 보여온 정부일수록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스크랜턴의 포탄제조공장에서 12일 우크라이나 지원할 155㎜ 포탄이 운송을 기다리고 있다. 2023.4.12.  AFP연합뉴스

나토 특수부대의 비밀작전?

작년 2월 24일 개전 이후 나토가 가장 경계해온 것은 '러시아와의 직접 교전'의 위험이다. 나토는 병참과 정보만 제공하고 전쟁 수행을 우크라이나에 맡기는 대리전 방식을 취해왔다. 그러나 3월 23일 작성된 기밀문건은 영국(50명)과 라트비아(17명), 프랑스(15명), 미국(14명), 네덜란드(1명) 등 전체 97명의 나토 회원국 특수부대 파견대가 우크라이나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이는 "러시아는 (전쟁에서)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나토를 상대하고 있다"는 러시아의 발표와 일치하는 대목이다. 특수작전 요원들의 임무가 정보 획득인지, 군사작전인지는 분명히 언급돼 있지 않다. 위치도 명시되지 않았다.

정보수집 임무라면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우크라이나에 벌이고 있는 비밀활동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안에서 나토 파견대의 활동 증거가 발견된다면 더 큰 분쟁으로 이어지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 특수부대는 인원과 무관하게 자체 화력과 전투력에서 엄청난 파괴력을 갖는다. 가장 많은 요원을 파견한 영국 국방부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다만 지난 11일 트위터 메시지를 통해 "누출된 기밀 정보는 심각한 수준의 부정확함을 보여주고 있다"고 언급했다. 영국 국방부의 침묵은 특수부대의 활동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는다는 정책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BBC는 전했다. 알자지라 방송에 따르면 영국 특수부대는 2021년 우크라이나군에 대한 훈련 임무를 수행했지만, 개전 이후에도 우크라이나에 체류하는지 확인되지 않는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실(NSC) 전략소통조정관은 12일 폭스뉴스에 "키이우 주재 미국 대사관 낸 국방무관실에 소규모 미군이 있지만, 전투행위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포격전이 계속되는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방의 아프디프카에서 경찰관이 연로한 주민의 대피를 돕고 있다. 2023.4.12. AP 연합뉴스 

세바스티앙 르코르뉘 프랑스 국방 장관은 지난 9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 작전에 관여하는 프랑스군은 없다"고 일찌감치 선을 그었다. 영국은 미국에 이어 우크라이나에 두 번째로 많은 무기를 제공하고 있다. 인구가 200만 명 남짓한 라트비아가 두 번째로 많은 군인을 파견한 것은 의외이지만, 러시아 접경국인 폴란드와 발트 3국이 가장 적극적으로 우크라이나를 돕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 미국 국방부는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특정 문건에 대한 입장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기밀 관리·통제의 한 축을 맡고 있는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11일 기밀 누출을 '심각한 불행(deeply unfortunate)'이라면서 상당수 정보가 사실임을 시사했다. 번스 국장은 "미국 정부는 이번 누출을 극도로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면서 "국방부와 법무부가 강도높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르비아·이집트의 균형외교 또는 '이중 행보'

나토 회원국들이 특수부대의 존재를 부인하는 것은 그나마 전쟁의 한 축으로 간접참전하고 있는 국가들의 입장이다. 반면에 기밀 누출로 드러난 세르비아와 이집트의 행보는 나토와 러시아의 싸움 사이에 있는 중견국의 고민을 드러낸다. 두 나라 모두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수면 밑에서 러시아와 나토 쪽에 양발을 걸치고 있다는 의혹을 자아내게 했다.

세르비아는 동유럽에서 대표적인 친러시아 국가로 분류된다. 세르비아는 러시아산 에너지에 의존하는 한편 유럽연합(EU)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개전 뒤 나토와 러시아 중 어느 편도 지지하지 않는 중립을 유지해온 이유다. 그러나 3월 2일 자 '외국 정부와 공유 금지(NOFORN)'로 분류된 기밀문건은 세르비아가 서방의 압력에 굴복해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약속하고 일부 무기는 이미 전달됐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밀로스 부체비치 세르비아 국방 장관은 12일 관련 보도를 전면 부인하며 "세르비아는 우크라이나나 러시아는 물론 분쟁 당사국 어디에도 무기를 판매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판매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방의 바흐무트 인근에서 지난 3월 15일 우크라이나 군 특수부대 병사들이 모여 있다. 2023.3.15.  AFP 연합뉴스

워싱턴포스트가 입수한 2월 17일 자 기밀문건은 이집트가 러시아에 4만 발의 로켓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적시했다. 신문은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러시아에 보낼 로켓의 생산을 지시하면서 서방과의 충돌을 우려, 비밀리에 진행하도록 지시했다. 이집트는 매년 13억 달러 상당의 미국 군사원조를 받고 있어 기밀이 사실이라면 서방의 등에 칼을 꽂은 격이다. 익명의 이집트 고위 당국자는 알카에라 뉴스에 "어떠한 근거도 없는 거짓 뉴스"라면서 "이집트는 평화와 안정, 발전을 다짐하는 균형 외교 정책을 펼쳐왔다"고 덧붙였다. 미국과 러시아도 관련 보도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실(NSC) 전략소통조정관은 11일 "이집트는 미국의 중요한 안보 파트너"라면서 "우리는 이집트가 러시아에 살상 무기를 제공한다는 단서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이를 전면 부인했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한국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살상 무기 지원은 전쟁 당사국과 비당사국을 구분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친러 국가 세르비아의 우크라이나 지원과 친미 국가 이집트의 러시아 지원 의혹은 모두 진영 간 경계가 분명해지는 국제정세에서 어느 한쪽만 선택할 수 없는 국가의 고충을 대변한다. 분명한 사실은 세르비아와 이집트에 서방과 러시아가 모두 필요하다는 점이다. 진영이 갈라지면 위태로운 균형외교를 펼쳐야만 한다. 대놓고 미국을 추종하면서도 러시아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는 동아시아 분단국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12일 서울역에서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155㎜ 포탄 33만 발을 전달하기 위한 일정표가 보도되고 있는 TV화면 옆으로 여행객들이 걸어가고 있다. 2023.4.12.  AP 연합뉴스 

그러나 지난해 155㎜ 포탄 10만 발을 미국에 수출한 데 이어 33만 발 추가 지원을 추진하고 있음이 기밀문건으로 드러났음에도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대처로 일관하는 한국과는 고민의 수준이 다르다. 미국 정보기관의 대통령실 도청 의혹 자체가 "터무니없는 거짓 의혹"이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세르비아와 이집트처럼 살상 무기 지원 사실 자체를 부인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가장 근접한 해명은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이 10일 브리핑에서 밝힌 대로 "(살상 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에서 '현재까지' 변화된 게 없다."는 것이다. '현재까지'라는 단서가 크게 들린다.

영국, 프랑스 등의 자국군 참전 부인과 세르비아·이집트의 살상 무기 지원 사실 전면 부인은 모두 위태로운 균형잡기에 나선 각국의 상황을 대변한다. 반면에 한국은 균형외교를 펼치려는 어떠한 노력도 기울이지 않고 있다. 되레 시간이 흐를수록 우크라이나 전쟁 당사국에 가까워지고 있다. 대만해협 안보의 당사국임을 자처하고 있기도 하다. 세르비아·이집트와 달리 러시아 제재에 적극 동참, 러시아 외교부의 '비 우호 49개국' 리스트에 올라 있기도 하다. 위태로운 외줄 타기 외교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스크랜턴의 포탄제조공장에서 12일 우크라이나 지원할 155㎜ 포탄이 운송을 기다리고 있다. 2023.4.12.  AFP연합뉴스 

나토 특수부대의 비밀작전?

작년 2월 24일 개전 이후 나토가 가장 경계해온 것은 '러시아와의 직접 교전'의 위험이다. 나토는 병참과 정보만 제공하고 전쟁 수행을 우크라이나에 맡기는 대리전 방식을 취해왔다. 그러나 3월 23일 작성된 기밀문건은 영국(50명)과 라트비아(17명), 프랑스(15명), 미국(14명), 네덜란드(1명) 등 전체 97명의 나토 회원국 특수부대 파견대가 우크라이나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이는 "러시아는 (전쟁에서)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나토를 상대하고 있다"는 러시아의 발표와 일치하는 대목이다. 특수작전 요원들의 임무가 정보 획득인지, 군사작전인지는 분명히 언급돼 있지 않다. 위치도 명시되지 않았다.

정보수집 임무라면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우크라이나에 벌이고 있는 비밀활동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안에서 나토 파견대의 활동 증거가 발견된다면 더 큰 분쟁으로 이어지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 특수부대는 인원과 무관하게 자체 화력과 전투력에서 엄청난 파괴력을 갖는다. 가장 많은 요원을 파견한 영국 국방부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다만 지난 11일 트위터 메시지를 통해 "누출된 기밀 정보는 심각한 수준의 부정확함을 보여주고 있다"고 언급했다. 영국 국방부의 침묵은 특수부대의 활동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는다는 정책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BBC는 전했다. 알자지라 방송에 따르면 영국 특수부대는 2021년 우크라이나군에 대한 훈련 임무를 수행했지만, 개전 이후에도 우크라이나에 체류하는지 확인되지 않는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실(NSC) 전략소통조정관은 12일 폭스뉴스에 "키이우 주재 미국 대사관 낸 국방무관실에 소규모 미군이 있지만, 전투행위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포격전이 계속되는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방의 아프디프카에서 경찰관이 연로한 주민의 대피를 돕고 있다. 2023.4.12. AP 연합뉴스 

세바스티앙 르코르뉘 프랑스 국방 장관은 지난 9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 작전에 관여하는 프랑스군은 없다"고 일찌감치 선을 그었다. 영국은 미국에 이어 우크라이나에 두 번째로 많은 무기를 제공하고 있다. 인구가 200만 명 남짓한 라트비아가 두 번째로 많은 군인을 파견한 것은 의외이지만, 러시아 접경국인 폴란드와 발트 3국이 가장 적극적으로 우크라이나를 돕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 미국 국방부는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특정 문건에 대한 입장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기밀 관리·통제의 한 축을 맡고 있는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11일 기밀 누출을 '심각한 불행(deeply unfortunate)'이라면서 상당수 정보가 사실임을 시사했다. 번스 국장은 "미국 정부는 이번 누출을 극도로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면서 "국방부와 법무부가 강도높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르비아·이집트의 균형외교 또는 '이중 행보'

나토 회원국들이 특수부대의 존재를 부인하는 것은 그나마 전쟁의 한 축으로 간접참전하고 있는 국가들의 입장이다. 반면에 기밀 누출로 드러난 세르비아와 이집트의 행보는 나토와 러시아의 싸움 사이에 있는 중견국의 고민을 드러낸다. 두 나라 모두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수면 밑에서 러시아와 나토 쪽에 양발을 걸치고 있다는 의혹을 자아내게 했다.

세르비아는 동유럽에서 대표적인 친러시아 국가로 분류된다. 세르비아는 러시아산 에너지에 의존하는 한편 유럽연합(EU)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개전 뒤 나토와 러시아 중 어느 편도 지지하지 않는 중립을 유지해온 이유다. 그러나 3월 2일 자 '외국 정부와 공유 금지(NOFORN)'로 분류된 기밀문건은 세르비아가 서방의 압력에 굴복해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약속하고 일부 무기는 이미 전달됐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밀로스 부체비치 세르비아 국방 장관은 12일 관련 보도를 전면 부인하며 "세르비아는 우크라이나나 러시아는 물론 분쟁 당사국 어디에도 무기를 판매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판매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방의 바흐무트 인근에서 지난 3월 15일 우크라이나 군 특수부대 병사들이 모여 있다. 2023.3.15.  AFP 연합뉴스

워싱턴포스트가 입수한 2월 17일 자 기밀문건은 이집트가 러시아에 4만 발의 로켓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적시했다. 신문은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러시아에 보낼 로켓의 생산을 지시하면서 서방과의 충돌을 우려, 비밀리에 진행하도록 지시했다. 이집트는 매년 13억 달러 상당의 미국 군사원조를 받고 있어 기밀이 사실이라면 서방의 등에 칼을 꽂은 격이다. 익명의 이집트 고위 당국자는 알카에라 뉴스에 "어떠한 근거도 없는 거짓 뉴스"라면서 "이집트는 평화와 안정, 발전을 다짐하는 균형 외교 정책을 펼쳐왔다"고 덧붙였다. 미국과 러시아도 관련 보도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실(NSC) 전략소통조정관은 11일 "이집트는 미국의 중요한 안보 파트너"라면서 "우리는 이집트가 러시아에 살상 무기를 제공한다는 단서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이를 전면 부인했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한국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살상 무기 지원은 전쟁 당사국과 비당사국을 구분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친러 국가 세르비아의 우크라이나 지원과 친미 국가 이집트의 러시아 지원 의혹은 모두 진영 간 경계가 분명해지는 국제정세에서 어느 한쪽만 선택할 수 없는 국가의 고충을 대변한다. 분명한 사실은 세르비아와 이집트에 서방과 러시아가 모두 필요하다는 점이다. 진영이 갈라지면 위태로운 균형외교를 펼쳐야만 한다. 대놓고 미국을 추종하면서도 러시아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는 동아시아 분단국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12일 서울역에서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155㎜ 포탄 33만 발을 전달하기 위한 일정표가 보도되고 있는 TV화면 옆으로 여행객들이 걸어가고 있다. 2023.4.12.  AP 연합뉴스 

그러나 지난해 155㎜ 포탄 10만 발을 미국에 수출한 데 이어 33만 발 추가 지원을 추진하고 있음이 기밀문건으로 드러났음에도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대처로 일관하는 한국과는 고민의 수준이 다르다. 미국 정보기관의 대통령실 도청 의혹 자체가 "터무니없는 거짓 의혹"이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세르비아와 이집트처럼 살상 무기 지원 사실 자체를 부인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가장 근접한 해명은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이 10일 브리핑에서 밝힌 대로 "(살상 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에서 '현재까지' 변화된 게 없다."는 것이다. '현재까지'라는 단서가 크게 들린다.

영국, 프랑스 등의 자국군 참전 부인과 세르비아·이집트의 살상 무기 지원 사실 전면 부인은 모두 위태로운 균형잡기에 나선 각국의 상황을 대변한다. 반면에 한국은 균형외교를 펼치려는 어떠한 노력도 기울이지 않고 있다. 되레 시간이 흐를수록 우크라이나 전쟁 당사국에 가까워지고 있다. 대만해협 안보의 당사국임을 자처하고 있기도 하다. 세르비아·이집트와 달리 러시아 제재에 적극 동참, 러시아 외교부의 '비 우호 49개국' 리스트에 올라 있기도 하다. 위태로운 외줄 타기 외교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스크랜턴의 포탄제조공장에서 12일 우크라이나 지원할 155㎜ 포탄이 운송을 기다리고 있다. 2023.4.12.  AFP연합뉴스 

나토 특수부대의 비밀작전?

작년 2월 24일 개전 이후 나토가 가장 경계해온 것은 '러시아와의 직접 교전'의 위험이다. 나토는 병참과 정보만 제공하고 전쟁 수행을 우크라이나에 맡기는 대리전 방식을 취해왔다. 그러나 3월 23일 작성된 기밀문건은 영국(50명)과 라트비아(17명), 프랑스(15명), 미국(14명), 네덜란드(1명) 등 전체 97명의 나토 회원국 특수부대 파견대가 우크라이나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이는 "러시아는 (전쟁에서)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나토를 상대하고 있다"는 러시아의 발표와 일치하는 대목이다. 특수작전 요원들의 임무가 정보 획득인지, 군사작전인지는 분명히 언급돼 있지 않다. 위치도 명시되지 않았다.

정보수집 임무라면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우크라이나에 벌이고 있는 비밀활동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안에서 나토 파견대의 활동 증거가 발견된다면 더 큰 분쟁으로 이어지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 특수부대는 인원과 무관하게 자체 화력과 전투력에서 엄청난 파괴력을 갖는다. 가장 많은 요원을 파견한 영국 국방부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다만 지난 11일 트위터 메시지를 통해 "누출된 기밀 정보는 심각한 수준의 부정확함을 보여주고 있다"고 언급했다. 영국 국방부의 침묵은 특수부대의 활동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는다는 정책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BBC는 전했다. 알자지라 방송에 따르면 영국 특수부대는 2021년 우크라이나군에 대한 훈련 임무를 수행했지만, 개전 이후에도 우크라이나에 체류하는지 확인되지 않는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실(NSC) 전략소통조정관은 12일 폭스뉴스에 "키이우 주재 미국 대사관 낸 국방무관실에 소규모 미군이 있지만, 전투행위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포격전이 계속되는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방의 아프디프카에서 경찰관이 연로한 주민의 대피를 돕고 있다. 2023.4.12. AP 연합뉴스 

세바스티앙 르코르뉘 프랑스 국방 장관은 지난 9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 작전에 관여하는 프랑스군은 없다"고 일찌감치 선을 그었다. 영국은 미국에 이어 우크라이나에 두 번째로 많은 무기를 제공하고 있다. 인구가 200만 명 남짓한 라트비아가 두 번째로 많은 군인을 파견한 것은 의외이지만, 러시아 접경국인 폴란드와 발트 3국이 가장 적극적으로 우크라이나를 돕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 미국 국방부는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특정 문건에 대한 입장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기밀 관리·통제의 한 축을 맡고 있는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11일 기밀 누출을 '심각한 불행(deeply unfortunate)'이라면서 상당수 정보가 사실임을 시사했다. 번스 국장은 "미국 정부는 이번 누출을 극도로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면서 "국방부와 법무부가 강도높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르비아·이집트의 균형외교 또는 '이중 행보'

나토 회원국들이 특수부대의 존재를 부인하는 것은 그나마 전쟁의 한 축으로 간접참전하고 있는 국가들의 입장이다. 반면에 기밀 누출로 드러난 세르비아와 이집트의 행보는 나토와 러시아의 싸움 사이에 있는 중견국의 고민을 드러낸다. 두 나라 모두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수면 밑에서 러시아와 나토 쪽에 양발을 걸치고 있다는 의혹을 자아내게 했다.

세르비아는 동유럽에서 대표적인 친러시아 국가로 분류된다. 세르비아는 러시아산 에너지에 의존하는 한편 유럽연합(EU)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개전 뒤 나토와 러시아 중 어느 편도 지지하지 않는 중립을 유지해온 이유다. 그러나 3월 2일 자 '외국 정부와 공유 금지(NOFORN)'로 분류된 기밀문건은 세르비아가 서방의 압력에 굴복해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약속하고 일부 무기는 이미 전달됐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밀로스 부체비치 세르비아 국방 장관은 12일 관련 보도를 전면 부인하며 "세르비아는 우크라이나나 러시아는 물론 분쟁 당사국 어디에도 무기를 판매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판매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방의 바흐무트 인근에서 지난 3월 15일 우크라이나 군 특수부대 병사들이 모여 있다. 2023.3.15.  AFP 연합뉴스

워싱턴포스트가 입수한 2월 17일 자 기밀문건은 이집트가 러시아에 4만 발의 로켓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적시했다. 신문은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러시아에 보낼 로켓의 생산을 지시하면서 서방과의 충돌을 우려, 비밀리에 진행하도록 지시했다. 이집트는 매년 13억 달러 상당의 미국 군사원조를 받고 있어 기밀이 사실이라면 서방의 등에 칼을 꽂은 격이다. 익명의 이집트 고위 당국자는 알카에라 뉴스에 "어떠한 근거도 없는 거짓 뉴스"라면서 "이집트는 평화와 안정, 발전을 다짐하는 균형 외교 정책을 펼쳐왔다"고 덧붙였다. 미국과 러시아도 관련 보도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실(NSC) 전략소통조정관은 11일 "이집트는 미국의 중요한 안보 파트너"라면서 "우리는 이집트가 러시아에 살상 무기를 제공한다는 단서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이를 전면 부인했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한국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살상 무기 지원은 전쟁 당사국과 비당사국을 구분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친러 국가 세르비아의 우크라이나 지원과 친미 국가 이집트의 러시아 지원 의혹은 모두 진영 간 경계가 분명해지는 국제정세에서 어느 한쪽만 선택할 수 없는 국가의 고충을 대변한다. 분명한 사실은 세르비아와 이집트에 서방과 러시아가 모두 필요하다는 점이다. 진영이 갈라지면 위태로운 균형외교를 펼쳐야만 한다. 대놓고 미국을 추종하면서도 러시아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는 동아시아 분단국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12일 서울역에서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155㎜ 포탄 33만 발을 전달하기 위한 일정표가 보도되고 있는 TV화면 옆으로 여행객들이 걸어가고 있다. 2023.4.12.  AP 연합뉴스 

그러나 지난해 155㎜ 포탄 10만 발을 미국에 수출한 데 이어 33만 발 추가 지원을 추진하고 있음이 기밀문건으로 드러났음에도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대처로 일관하는 한국과는 고민의 수준이 다르다. 미국 정보기관의 대통령실 도청 의혹 자체가 "터무니없는 거짓 의혹"이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세르비아와 이집트처럼 살상 무기 지원 사실 자체를 부인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가장 근접한 해명은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이 10일 브리핑에서 밝힌 대로 "(살상 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에서 '현재까지' 변화된 게 없다."는 것이다. '현재까지'라는 단서가 크게 들린다.

영국, 프랑스 등의 자국군 참전 부인과 세르비아·이집트의 살상 무기 지원 사실 전면 부인은 모두 위태로운 균형잡기에 나선 각국의 상황을 대변한다. 반면에 한국은 균형외교를 펼치려는 어떠한 노력도 기울이지 않고 있다. 되레 시간이 흐를수록 우크라이나 전쟁 당사국에 가까워지고 있다. 대만해협 안보의 당사국임을 자처하고 있기도 하다. 세르비아·이집트와 달리 러시아 제재에 적극 동참, 러시아 외교부의 '비 우호 49개국' 리스트에 올라 있기도 하다. 위태로운 외줄 타기 외교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스크랜턴의 포탄제조공장에서 12일 우크라이나 지원할 155㎜ 포탄이 운송을 기다리고 있다. 2023.4.12.  AFP연합뉴스 

나토 특수부대의 비밀작전?

작년 2월 24일 개전 이후 나토가 가장 경계해온 것은 '러시아와의 직접 교전'의 위험이다. 나토는 병참과 정보만 제공하고 전쟁 수행을 우크라이나에 맡기는 대리전 방식을 취해왔다. 그러나 3월 23일 작성된 기밀문건은 영국(50명)과 라트비아(17명), 프랑스(15명), 미국(14명), 네덜란드(1명) 등 전체 97명의 나토 회원국 특수부대 파견대가 우크라이나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이는 "러시아는 (전쟁에서)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나토를 상대하고 있다"는 러시아의 발표와 일치하는 대목이다. 특수작전 요원들의 임무가 정보 획득인지, 군사작전인지는 분명히 언급돼 있지 않다. 위치도 명시되지 않았다.

정보수집 임무라면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우크라이나에 벌이고 있는 비밀활동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안에서 나토 파견대의 활동 증거가 발견된다면 더 큰 분쟁으로 이어지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 특수부대는 인원과 무관하게 자체 화력과 전투력에서 엄청난 파괴력을 갖는다. 가장 많은 요원을 파견한 영국 국방부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다만 지난 11일 트위터 메시지를 통해 "누출된 기밀 정보는 심각한 수준의 부정확함을 보여주고 있다"고 언급했다. 영국 국방부의 침묵은 특수부대의 활동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는다는 정책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BBC는 전했다. 알자지라 방송에 따르면 영국 특수부대는 2021년 우크라이나군에 대한 훈련 임무를 수행했지만, 개전 이후에도 우크라이나에 체류하는지 확인되지 않는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실(NSC) 전략소통조정관은 12일 폭스뉴스에 "키이우 주재 미국 대사관 낸 국방무관실에 소규모 미군이 있지만, 전투행위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포격전이 계속되는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방의 아프디프카에서 경찰관이 연로한 주민의 대피를 돕고 있다. 2023.4.12. AP 연합뉴스 

세바스티앙 르코르뉘 프랑스 국방 장관은 지난 9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 작전에 관여하는 프랑스군은 없다"고 일찌감치 선을 그었다. 영국은 미국에 이어 우크라이나에 두 번째로 많은 무기를 제공하고 있다. 인구가 200만 명 남짓한 라트비아가 두 번째로 많은 군인을 파견한 것은 의외이지만, 러시아 접경국인 폴란드와 발트 3국이 가장 적극적으로 우크라이나를 돕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 미국 국방부는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특정 문건에 대한 입장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기밀 관리·통제의 한 축을 맡고 있는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11일 기밀 누출을 '심각한 불행(deeply unfortunate)'이라면서 상당수 정보가 사실임을 시사했다. 번스 국장은 "미국 정부는 이번 누출을 극도로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면서 "국방부와 법무부가 강도높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르비아·이집트의 균형외교 또는 '이중 행보'

나토 회원국들이 특수부대의 존재를 부인하는 것은 그나마 전쟁의 한 축으로 간접참전하고 있는 국가들의 입장이다. 반면에 기밀 누출로 드러난 세르비아와 이집트의 행보는 나토와 러시아의 싸움 사이에 있는 중견국의 고민을 드러낸다. 두 나라 모두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수면 밑에서 러시아와 나토 쪽에 양발을 걸치고 있다는 의혹을 자아내게 했다.

세르비아는 동유럽에서 대표적인 친러시아 국가로 분류된다. 세르비아는 러시아산 에너지에 의존하는 한편 유럽연합(EU)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개전 뒤 나토와 러시아 중 어느 편도 지지하지 않는 중립을 유지해온 이유다. 그러나 3월 2일 자 '외국 정부와 공유 금지(NOFORN)'로 분류된 기밀문건은 세르비아가 서방의 압력에 굴복해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약속하고 일부 무기는 이미 전달됐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밀로스 부체비치 세르비아 국방 장관은 12일 관련 보도를 전면 부인하며 "세르비아는 우크라이나나 러시아는 물론 분쟁 당사국 어디에도 무기를 판매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판매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방의 바흐무트 인근에서 지난 3월 15일 우크라이나 군 특수부대 병사들이 모여 있다. 2023.3.15.  AFP 연합뉴스

워싱턴포스트가 입수한 2월 17일 자 기밀문건은 이집트가 러시아에 4만 발의 로켓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적시했다. 신문은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러시아에 보낼 로켓의 생산을 지시하면서 서방과의 충돌을 우려, 비밀리에 진행하도록 지시했다. 이집트는 매년 13억 달러 상당의 미국 군사원조를 받고 있어 기밀이 사실이라면 서방의 등에 칼을 꽂은 격이다. 익명의 이집트 고위 당국자는 알카에라 뉴스에 "어떠한 근거도 없는 거짓 뉴스"라면서 "이집트는 평화와 안정, 발전을 다짐하는 균형 외교 정책을 펼쳐왔다"고 덧붙였다. 미국과 러시아도 관련 보도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실(NSC) 전략소통조정관은 11일 "이집트는 미국의 중요한 안보 파트너"라면서 "우리는 이집트가 러시아에 살상 무기를 제공한다는 단서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이를 전면 부인했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한국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살상 무기 지원은 전쟁 당사국과 비당사국을 구분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친러 국가 세르비아의 우크라이나 지원과 친미 국가 이집트의 러시아 지원 의혹은 모두 진영 간 경계가 분명해지는 국제정세에서 어느 한쪽만 선택할 수 없는 국가의 고충을 대변한다. 분명한 사실은 세르비아와 이집트에 서방과 러시아가 모두 필요하다는 점이다. 진영이 갈라지면 위태로운 균형외교를 펼쳐야만 한다. 대놓고 미국을 추종하면서도 러시아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는 동아시아 분단국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12일 서울역에서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155㎜ 포탄 33만 발을 전달하기 위한 일정표가 보도되고 있는 TV화면 옆으로 여행객들이 걸어가고 있다. 2023.4.12.  AP 연합뉴스 

그러나 지난해 155㎜ 포탄 10만 발을 미국에 수출한 데 이어 33만 발 추가 지원을 추진하고 있음이 기밀문건으로 드러났음에도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대처로 일관하는 한국과는 고민의 수준이 다르다. 미국 정보기관의 대통령실 도청 의혹 자체가 "터무니없는 거짓 의혹"이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세르비아와 이집트처럼 살상 무기 지원 사실 자체를 부인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가장 근접한 해명은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이 10일 브리핑에서 밝힌 대로 "(살상 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에서 '현재까지' 변화된 게 없다."는 것이다. '현재까지'라는 단서가 크게 들린다.

영국, 프랑스 등의 자국군 참전 부인과 세르비아·이집트의 살상 무기 지원 사실 전면 부인은 모두 위태로운 균형잡기에 나선 각국의 상황을 대변한다. 반면에 한국은 균형외교를 펼치려는 어떠한 노력도 기울이지 않고 있다. 되레 시간이 흐를수록 우크라이나 전쟁 당사국에 가까워지고 있다. 대만해협 안보의 당사국임을 자처하고 있기도 하다. 세르비아·이집트와 달리 러시아 제재에 적극 동참, 러시아 외교부의 '비 우호 49개국' 리스트에 올라 있기도 하다. 위태로운 외줄 타기 외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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