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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한국 포탄 지원, 러시아가 침묵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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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보기관의 용산 대통령실 도청 사실이 처음 폭로된 뒤 러시아는 의외로 차분한 대응을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중 민감한 군사정보가 대거 유출된 미국과 달리 상대적으로 정보 손실이 적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에 새로 살상 무기를 공급한 나라들에 대해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상응조치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의 상응조치는 군사적, 외교적, 경제적으로 우리에게 막대한 타격을 입힐 수 있다. 러시아의 실행 여부를 떠나 이를 감안한 외교안보 전략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대통령의 국빈방미 만을 위해 우리 안보에 뚫린 구멍을 더는 방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러시아 태평양함대 홈페이지. 2023.4.16.

더구나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13일 문건 유출 용의자로 현역 미군 병사를 체포함에 따라 문건의 진위가 더욱 분명해진 상황이다.

총 50만 발 대여형식 전달 보도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미 지난해 10월 27일 모스크바 발다이 국제회의에서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나 탄약을 제공한다면 러시아와의 관계가 파멸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어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보라는 의미로 "러시아가 북한과 이와 같은 협력을 재개한다면 한국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일종의 상응 또는 보복 조치를 시사한 것이다. 당시는 한국이 155㎜ 포탄 10만 발을 미국에 수출하는 방안이 논의되던 시점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다음날 "살상 무기나 이런 것을 (우크라이나에) 공급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국방부는 당시 미국에 수출할 포탄의 '최종사용자(end-user)'는 미국이라고 강조했었다.

3월 1일 자 기밀문건에 언급된 포탄은 당시의 3배가 넘는 33만 발이다. 제공 시점과 규모에서 지난해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포탄이 고갈돼가는 우크라이나군이 춘계 대공세에 사용한다면 러시아군이 입을 피해가 클 것이 분명하다. 방산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국내 생산설비를 늘린다고 해도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한국군에 공급할 무기를 먼저 수출하고, 한국군은 기존 무기의 사용 연한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처하고 있다.

이와 관련, 동아일보는 지난 12일 미국이 한국산 155㎜ 포탄 50만 발을 대여 형식으로 받는다는 계약을 지난 3월 한국 정부·방위산업 업체와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복수의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은 지난해 한국으로부터 10만 발을 수입한 데 이어 올 2월에도 10만 발 이상을 추가 판매할 것을 요청했고, 정부는 50만 발을 제공하되 최종 사용자를 미국으로 한정해 대여하는 방식으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관련 보도를 확인, 검증할 방법은 당장 없다. 로이터 통신 역시 동아일보의 보도를 타전하면서도 자체 확인을 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문화일보와 뉴시시 등 복수의 국내언론이 일제히 보도한 것으로 보아 개연성이 상당한 것으로 평가된다.

침묵하는 크렘린궁

지난 7일 뉴욕타임스의 누출 문건 첫 보도 이후 한국의 우크라이나 포탄 지원과 관련한 보도와 한·미 양국의 석연치 않은 해명이 계속되고 있지만, 러시아는 15일 현재 침묵을 지키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지난 10일 미국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도청했다는 기밀 문건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코멘트를 거부했다. 다만 "그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러시아는)누출된 문건들에 관한 연구, 분석 및 광범위한 토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타스 통신) 한국의 포탄 지원과 관련한 언급은 없었다. 그러나 러시아군과의 포격전에서 현저하게 열세인 우크라이나군이 한국의 우회적 포탄 제공으로 공세를 강화한다면 어떤 형식으로든 대응할 것으로 관측된다.

러시아 태평양함대 소속 군함이 지난 3월 28일 동해에서 군사훈련을 하면서 대함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가 공개한 사진이다. 2023.3.28. AP 연합뉴스

한국이 제공할 포탄이 33만 발이라고 해도 미국이 이를 생산하는 데는 최소 1년이 걸린다. 지난 8일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국의 현재 155㎜ 포탄 생산능력은 전쟁 전 한 달 1만 4000발에서 현재 3만 발로 늘렸지만, 이조차도 부족해 9만 발까지 늘릴 계획이다. 그러나 적정 비축량을 100% 회복하는데 최소 5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이 대여 형식으로 제공한다고 해도 한국군의 비축량을 채우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미국의 포탄 적정 비축량은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한·미의 전략자산 전개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우리 안보에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 주한미군은 지난해 11월 한국이 포탄 10만 발을 미국에 수출하더라도 "주한미군의 작전과 한국 방위 약속을 이행하는 능력에 전혀 영향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포탄 33만 발 또는 50만 발을 내보내더라도 같은 입장일지는 두고 볼 일이다.

최악의 상황은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한국산(Made in Korea)' 포탄이 발견되는 경우일 것이다.

러시아 활발한 동해 군사훈련

러시아 정부가 조용한 것과 달리 러시아 군은 최근 동해에서 군사훈련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 러시아 공군은 지난 3월 21일 핵무기 적재가 가능한 전략 폭격기 2대가 동해 상공에서 7시간 동안 정기 비행을 했다고 발표했다. 같은 달 28일에는 러시아 태평양함대의 미사일 함선이 P-270 모스키트 크루즈 미사일 발사 훈련을 했다고 발표했다. 이달 10일에는 "태평양함대 소속 구축함 판텔레예프 제독 함이 일본해(동해) 해상에서 가상의 적 잠수함 수색 및 격퇴 훈련을 벌였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지난 14일 친정부 활동가가 자신의 승용차 지붕에 미사일 모형을 올려놓고 있다. 이 활동가는 '러시아 미사일이 워싱턴을 겨냥하도록 설정하자'는 문구를 써놓고 4개월 예정으로 전국을 돌면서 시위하고 있다.  2023.4.14. AP 연합뉴스

 

러시아 해·공군의 동해 훈련은 한·미 양국은 물론 미국·호주·일본·영국군이 한반도 주변에서 연합훈련을 벌이는 것과 무관치 않다. 기밀 누출과 직접적인 상관이 없이 이미 계획된 훈련으로 보인다. 하지만 러시아의 대한국 태세와 관련해 새삼 주목받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은 2019년 북·미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독도 상공에 대한 정찰비행을 늘리는 등 한반도 주변 군사활동을 강화해왔다. 최소한 러시아가 한반도 안보에 중요한 이해 당사국임을 상기시키는 군사적 움직임이다.

러시아가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에 어떤 영향력을 가진 강대국인지 새삼 평가, 분석해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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