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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략핵잠함 한반도 출현, '지정학적 태풍' 예고

시민언론 민들레(Dentdelion)

by gino's 2023. 6. 6.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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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안보 상황이 악화하면 미국이 괌기지 또는 주일 미군기지의 전략자산을 전개해 무력시위를 벌인다. 언제부터인가 일종의 디폴트(초기 설정값)다. 북한의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탓에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 맞대응하려는 목적에서 한·미 양국이 펼치는 작전이다. 긴장이 고조되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미국 전략자산의 전개는 더 잦아진다. 무력시위에 동원하는 전략자산의 규모도 늘어난다.

미국 전략핵잠함(SSBN) 메인 함.  위키피디아

미국 한반도 전략자산 전개, 새로운 국면

전략자산은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무기를 말한다. 괌 기지에서 발진한 전략폭격기 B-1B 랜서(죽음의 백조)와 B-52 전폭기, 주로 오키나와에 배치된 F-22 랩터가 대표적이다. 여기에 F-15K, KF-16, F-35A, F-35B, EA-18 전자전기, U-2 고공정찰기, KC-135 공중급유기 등 수백 대의 항공기가 한반도 상공을 덮는다. 항공모함도 모습을 드러낸다.

지난해 9월 2017년 한반도 전쟁 위기 이후 처음으로 미 해군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이 부산항에 입항하더니, 올해 3월엔 핵 추진 항공모함 니미츠함이 잇달아 부산에 입항했다. 그 한 달 전에는 6000t급 핵추진잠함 스프링필드 함(SSN)이 부산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 부두에 정박했다.

그런데 미국이 공개하지 않는 전략자산이 있다. 전개 자체를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NCND)' 전략핵잠수함이다. 전략핵잠함은 한 척이 북한을 석기시대로 돌려놓을 파괴력을 갖고 있다. 연료와 공기를 보충받을 필요가 없기에 필요하면 1년 내내 해저에 머무를 수도 있다. 일반 잠수함도 탐지가 어렵지만, 엔진이 조용한 전략핵잠함은 북한의 기술로 사실상 탐지가 불가능하다. 북한이 가장 무서워하는 미국의 전략자산인 이유다.

보이는 적보다 보이지 않는 적이 더 두렵기 마련이다. 미국이 온갖 전략자산을 내보이면서 유독 전략핵잠함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는, NCND를 유지할 때 더 전략적 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2020년 2월 12일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근해에서 전략핵잠함 메인 함이 트라이던트II 미사일을 시험발사하고 있다. 2020.2.12.  미국 인도태평양 사령부

보이지 않아야 더 커지는 전략적 억제효과

부산에 들어왔던 스프링필드 함은 적 잠수함 또는 함정을 신속하게 찾아내 공격하는 용도의 SSN(Submersible Ship Nuclear)이다. 크루즈 미사일로 무장한다. 반면에 SSBN은 차원이 다른 전략자산이다. 오대양 어디에 있더라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트라이던트II D5로 적을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제 핵공격을 받을 경우 가장 유효한 반격 수단이기도 하다. SS는 잠수함을, B는 탄도미사일을, N은 핵 추진 엔진을 뜻한다. 전략폭격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전략핵무기 3총사로 불리며, 그중 가장 은밀한 자산이다.

미 해군이 보유한 주력 SSBN은 오하이오급(만재 배수 톤수 1만8750t) 전략핵잠함으로 핵 억제력의 핵심 자산이다. 20기의 트라이던트II 미사일을 적재하고 있으며, 각각의 미사일은 12개의 핵탄두를 갖고 있다. 이론적으로 동시에 240개의 핵폭탄을 투하할 수 있다. 북한은 물론 한반도 전역을 초토화할 가공의 파괴력이다. 미사일 사거리는 1만 1300㎞에 달한다. 1981년 처음 취역했으며 척당 가격이 31억 8000만 달러(약 4조 원)에 달한다. 당초 18척 중 4척은 토마호크 유도 미사일로 무장한 SSGN으로 개조해 SSBN은 14척이 취역 중이다. 해군이 아닌, 미국 전략사령부 소속이다.

이름조차 생소한 오하이오급 SSBN을 장황하게 설명하는 까닭은 지난 4·26 워싱턴 한·미 정상 회담 이후 한반도와 직접적인 관련을 맺게 됐기 때문이다. '워싱턴 선언'은 미국 전략자산들의 정기적인 한반도 출현(the regular visibility)을 강조하면서, 탄도미사일 잠수함(SSBN)의 조만간 방문(upcoming visit) 예정을 공개했다.

이수열 해군 잠수함사령부 사령관과 다와라 다테키 일본 해상자위대 잠수함 함대사령관, 릭 시프 미 제7잠수함전단장(오른쪽부터)이 지난 4월 18일 괌 미군기지에서 메인 함에 올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가 5월 4일 공개한 사진이다.  2023.4.18.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

'워싱턴 선언'에서는 한·미가 구성키로 한 차관보급 핵협의그룹(NCG)은 이미 작동하고 있는 차관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의 하부조직으로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핵공유그룹(NPG)을 연상시키는 이름이 돋보일 뿐이다. 그러나 SSBN의 한국 출현 모습을 공개하는 것은 전대미문의 정치적, 안보적 함의를 갖는다. 이달 말쯤 한반도 남단의 군항에 모습을 드러낼 전략핵잠함은 미 해군 메인 함(SSBN 571)으로 예상된다.

윤석열 정부 핵개발 포기의 '정치적 대가'

SSBN은 위치 자체가 특급 기밀이다. 그런데도 메인 함을 특정할 수 있는 근거는 미 해군이 지극히 이례적으로 한·미 정상 회담 전부터 항로 궤적을 공개해왔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 4월 18일 괌 인근 필리핀해에서 메인 함에 다와라 다테키 일본 해상자위대 잠수함 함대 사령관(소장)과 이수열 한국 해군 잠수함사령부 사령관(소장)을 초청했다. 미국은 이전에도 한국 해군 고위지휘관을 SSBN에 초청한 적이 있지만 극비리에 진행했다. 이번엔 한·일 잠수함 사령관이 내부 시설을 함께 둘러보는 장면을 사진에 담아 공개했다. 공격 능력을 브리핑한 것은 물론이다. 잠수함 방문은 한·미 정상 회담 8일 전의 일이지만, 미 인도·태평양사령부 누리집을 통해 지난 4일 공개했다. 릭 시프 미 제7잠수함전단장(준장)은 "일본, 한국과의 특별한 관계와 두 동맹과의 철통 같은 (방위)공약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태평양 사령부는 메인 함이 이달 초 역시 필리핀해에서 미 해병 제1 항공 편대 및 제3 강습군과 함께 훈련을 시행했다고 지난 17일 공개했다. 메인 함은 미 해군의 16번째 SSBN(SSGN 포함)으로 1995년 7월 29일 취역한 최신 잠수함이다. 태평양 연안의 워싱턴주 키챕 해군기지를 모항으로 한다. 2020년 2월 12일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트라이던트II 미사일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지난 달 25일 경기도 포천 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압도적 힘에 의한 평화 구현'을 위한 한미 연합·합동 화력격멸훈련이 실시되고 있다. 사진은 국산 K2 전차가 전방으로 기동하면서 적 전차에 포격을 가하는 장면. 2023.5.25. 연합뉴스

아이러니한 사실은 메인 함의 출현이 군사적으론 의미가 없다는 점이다. 오히려 위치를 노출함으로써 북한과 중국, 러시아 등에 추적할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트라이던트 II 미사일은 1만㎞가 넘는 최대 사거리를 갖고 있지만, 유효 사거리를 확보하기 위해선 공격 목표로부터 4000㎞ 정도의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미 해군기지가 있는 괌 해역이 적당한 거리다. 이를 굳이 한반도 해역에 출현시키는 것은 100% 정치적인 이유에서다.

지난해 대선 유세 과정은 물론 신년 벽두부터 대통령이 나서 자체 핵무장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을 의심하는 한국 정부를 달랠 수 있다. 군사적 목적이 아닌, 정치적 목적에서다. 메인 함이 부산 또는 진해에 출현한다면 윤석열 정부는 '워싱턴 선언'이 실제로 구현됐다면서 대대적으로 홍보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워싱턴 선언'에서 핵확산금지조약(NPT) 상의 의무를 준수하기로 다짐해 자체 핵개발을 포기한 대가로 미국으로부터 받은 '안보 선물'로 여길 것이기 때문이다. 정권 차원의 국내 정치적 목적은 달성할 수 있다.

군사적으론 도움 안되는 100% 정치적 쇼 

그러나 메인 함의 한반도 출현은 두 가지 점에서 심각한 안보 위협의 출발점이 된다.

일각에서는 미국 핵무기가 들어온다는 이유로 남북이 1991년 12월 31일 발표한 '한반도 비핵화 선언'의 위반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정확한 해석이 아니다. 한반도 비핵화 선언은 1조에서 '핵무기의 시험, 제조, 생산, 접수, 보유, 저장, 배비, 사용을 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메인 함이 싣고 올 240개의 핵탄두는 접수(receive)·보유(possess)·저장(store)·배비(depoly)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조성렬 북한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

북한이 지난 3월 17일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현지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2023.3.17.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그러나 군사전문가들은 문구 해석에 연연할 사안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어떻게 됐든 조지 H. 부시 행정부의 1991년 주한미군 전술핵 철수 이후 32년 만에 처음으로 미군 핵무기가 다시 한반도에 들어온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말이다. 핵무기의 질적인 차이도 크다. 주한미군이 보유했던 전술핵은 재래식 미사일·핵배낭·포탄 등 3가지가 주종이었다. 트라이던트II 미사일 20기와는 비교 대상이 되지 못한다. 이는 핵무기 개발을 미국의 핵공격에 대비한 자위적 차원이라고 주장해온 북한의 논리를 정당화시켜줄 근거가 된다. 협상과 합의에 의한 비핵화를 아예 불가능하게 만들 소지가 된다는 말이다.

지정학적으로 메인 함의 한반도 출현은 더 큰 위협의 뇌관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 않아도 윤석열 정부가 인도·태평양전략 발표를 전후해 "대만해협의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을 반대한다"는 메시지를 내보냄으로써 얼어붙은 한·중 관계는 더 심각한 국면에 놓일 수밖에 없다. 한 군사전문가는 "한국과 미국만 정치적 수요가 있는 게 아니다. 중국 역시 정치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면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당시와는 차원이 다른 압박이 한국을 겨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에 안보적 위협을 제기한 원인이 한국 정부라는 판단에서 미증유의 보복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한·중 관계, 윤 정부 임기중 회복 불가능될 듯

중국은 2015~2017년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추진 당시 경제적인 보복을 하는 등 강하게 반응했었다. 하지만 미국 핵전력의 핵심이 한반도에 출현한다면 사드 배치와는 비교할 수 없는 위협을 느낄 것이라는 분석이다. 러시아 역시 지난 4월 동해 북부에서 극동함대의 연례 훈련을 벌이는 등 한반도 주변의 긴장 지수는 한껏 올라가 있는 상태다. 더구나 최근 공개된 미국 정보기관의 대통령실 도청으로 한국이 어떤 방식으로든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지원할 것이 알려진 뒤 '한·러 관계의 완전한 파탄'과 '러시아의 대북 군사 지원'을 경고해놓은 상태다.

 

2019년 10월 1일 중국 건국 70주년을 맞아 베이징에서 벌어진 군사퍼레이드에서 동팡(DF)-41 미사일이 지나가고 있다. 2019.10.1. AP 연합뉴스

부산에든, 진해에든 이달 중으로 예상되는 메인 함의 출현은 시기적으로도 안 좋다. 한·미 양국은 동맹 70주년과 한국군 건군 75주년을 맞아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5일까지 역대 최대 규모의 연합·합동 화력격멸훈련을 벌이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29일 논평을 통해 "연합·합동 화력격멸훈련은 그 목적이 매우 불순하며 위협적인 실동훈련이고 침략전쟁 시연회"라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지난 달 28일 발사에 실패한 군사정찰위성도 이달중 2차 발사가 예정돼 있다. 북한 군부의 실세인 이병철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30일 "군사정찰위성 1호를 6월에 곧 발사할 계획"이라면서 "한국과 미국의 군사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자위권 차원"이라고 말했다.

이 시간에도 메인 함은 북상 중이다. 한·미 양국의 정치적 필요에서 구현될 메인 함의 한반도 출현이 거대한 군사적 긴장의 씨앗으로 시시각각 다가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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