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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塔> '숭미(崇美) 마마보이'들의 궤변

칼럼/정동탑

by gino's 2012. 2. 25.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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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2002-11-07|08면 |45판 |오피니언·인물 |컬럼,논단 |1611자

8년 만에 다시 불거진 북한핵 파문을 둘러싸고 우리 사회 일각에서 흘러간 레퍼토리가 재연되고 있다. '이른바 보수' 논객들을 중심으로 이상한 반미 논란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반미정서가 위험수준에 달했다"는 이들의 반미경계론은 월드컵이 북돋아준 민족적 자신감과 북녀(北女) 신드롬이 회복시켜준 민족적 동질감이 되레 한반도 안정에 필수적인 한.미 군사동맹을 흔들고 있다는 궤변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에 일일이 대거리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시간문제일 뿐 어차피 낡은 레코드판은 폐기처분되게 마련이니까. 그러나 민족의 생사가 걸린 주제의 본령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라도 최근 상황을 복기(復棋)할 필요는 있다.북한핵 파문은 초기의 충격이 가라앉으면서 북한의 대미 협상용 카드였던 것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미국은 북한에 대해 '선(先) 핵포기'를 요구하고 있고, 북한은 불가침조약 체결을 통한 '선(先) 체제보장' 요구로 맞서고 있다. 대화에 적극적인 것은 북한이다. 지난주엔 유엔 주재 대표부를 통해 우라늄 농축시설에 대한 국제사찰 및 폐기 용의까지 밝혔다. 하지만 이라크 침공준비하랴, 중간선거 유세지원하랴 경황이 없는 백악관은 "대화할 때가 아니다"라는 선문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른바 보수론자들은 북한이 왜 핵시인을 했는지를 고민하기보다는 미국의 뜻을 복창하기에 급급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발설한 '상호주의'를 곧바로 '대북 퍼주기' 비난에 활용하는 가하면 북한에 대한 무조건 무장해제 요구도 자동기계처럼 반복하고 있다. 내친김에 DJ정부의 햇볕정책이 북한 대량살상무기의 개발을 도왔다는 정파적인 주장으로 슬그머니 연결시키는가 하면, 6.15 남북정상회담 이후 진전된 남북화해 분위기를 불온한 반미정서로 덮어씌우고 있다. 지미 카터의 주한미군 철수 방침에 경악하면서 박정희 대통령의 대량살상무기 개발 움직임에 찬사를 보냈던 이른바 보수의 위험한 속성은 여전하다.

분단 이후 미국의 보수적 현실주의자들은 단 한순간도 국익을 떠나 한반도를 바라본 적은 없다. 북한핵 문제에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스스로 미국 매파의 포로가 된 우리의 이른바 보수는 미국의 이해와 자신들의 이해를 일치시키는 우를 계속 범하고 있다. 수구언론들이 대북 강경론을 주장하며 '안보시장'에 좌판을 까는 동안에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서방 언론들이 오히려 대북 군사행동은 물론 대북 경제제재 만으로도 엄청난 재앙이 될 수 있다고 잇따라 경고하고 있다. 미국 보수의 호전론은 희박한 명분일지라도 국익을 알뜰하게 챙긴다. 하지만 이상한 보수의 강경론은 우리 민족에게 파멸적인 시나리오를 남길 뿐이다.

미국내 전문가들은 이라크침공 시점을 12월 중순쯤으로 잡고 있다. 늦어도 내년 초까지 미국은 반드시 이라크 침공을 감행할 태세다. 그 다음 수순은 북한핵일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다음달 19일 밤 결정될 한국의 16대 대통령은 곧바로 북핵 소용돌이에 빠져들게 된다. 한.미관계의 특성상 청와대 주인이 누가 되든 미국의 한반도 정책이 바뀔 여지는 적다. 하지만 철딱서니 없는 '숭미(崇美) 마마보이'들이 유포하는 거짓 논리에 귀를 기울여서는 안될 것이다.  적어도 중차대한 시기에 대통령이 되겠다면 말이다. 그들에겐 최소한의 민족이 없이, 최대한의 미국만 있기 때문이다.  


김진호 / 국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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