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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와 돈독한 폴란드 '극우 포퓰리즘' 정권의 종말

시민언론 민들레(Dentdelion)

by gino's 2023. 10. 18.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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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집권 '법과 정의당(PiS)'이 15일 총선에서 중도 야당 연합에 패배했다. 동유럽의 대표적인 극우 포퓰리스트 정당 PiS의 8년 집권이 국민적 심판을 받은 것이다. PiS는 99% 개표 결과 35.64%로 1위를 차지했지만, 중도 시민연합(30.48%)이 주도하는 야당 연합에 밀렸다. 도널드 투스크(66) 시민연합 대표는 이날 저녁 "나쁜 시기의 종식이자, PiS 정부의 종식"이라면서 "폴란드가 이겼다. 민주주의가 이겼다"고 선언했다.

PiS는 총선 제1당으로 내각 구성 우선권을 갖지만, 정부 구성이 불가능하다. 제휴 정당인 극우 '동맹당'의 의석수를 합해도 과반(231석)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시민연합은 중도 '제3의 길'이 득표한 14.4%와 신좌파의 8.5%를 합해 세임(하원) 460석의 절반이 훌쩍 넘는 249석 확보가 무난하다. 이번 선거는 PiS의 권위주의와 시민연합의 민주주의 간의 대결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민연합은 선거 기간 "이번이 민주주의를 수호할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PiS는 국영 언론의 엄호를 받으며 우세한 유세를 펼쳤지만, 변화를 희구한 국민적 열망을 잠재우지 못했다. 투표 종료 시각이 저녁 9시였지만, 투표장 안에 줄을 늘어선 유권자들이 많아 밤늦도록 진행됐다. 투표율은 1989년 공산당의 붕괴 이후 가장 높은 74%에 달했다. 폴란드 증시는 6%가 올랐고 폴란드 즈워티 화도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에 가치가 뛰었다.

폴란드 시민연합의 국방 공약. PiS가 집권한 2015년 이후 폴란드군의 승진 및 무기 구입과정을 감사할 것을 공언하고 있다. 이 경우 한국이 2022년 폴란드에  판매한 120억 달러 상당의 무기 구매도 감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폴란드 시민연합 누리집

2015년 집권한 PiS는 가톨릭 가정의 가치를 강조하면서 낙태를 사실상 전면 금지했고, 집권당에 유리한 판사들을 배치, 사법부를 정치화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종교와 인종을 중시하는 '정체성의 정치'를 펼치는 포퓰리스트다운 결정들이었다. 최저임금을 올리고 어린이 양육비 및 연금 생활자 지원을 늘린 점은 평가할 만하다.

투스크 대표는 유럽연합(EU)이 지난해 6월 폴란드에 배정했지만, PiS정부의 사법개혁을 이유로 지불을 유예한 EU 코로나19 회복 기금(354억 유로)의 동결 해제를 추진하겠다고 다짐했다. 낙태법 개정도 공언했다. 239억 유로는 공여금으로, 115억 유로는 몇 년에 걸쳐 상환할 수 있는 저리 차관이다. 그러나 사법부의 독립성을 복원할 조처가 있기 전까지 지급을 유예키로 했다. 투스크는 총리(2007~2014)와 EU 상임위원회 의장을 지낸 친유럽주의자다.

PiS 정권의 패배는 향후 폴란드의 우크라이나 정책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새 정부의 친EU 성향과 우크라이나는 물론, 러시아(칼리닌그라드)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근본적인 정책 전환은 어려워 보인다. 다만 폴란드 총선 과정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과도한 지원에 상당한 반발이 감지된 만큼 어떤 형식으로든 변화가 불가피하다. 특히 우크라이나산 농산물 수입 금지를 둘러싼 갈등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마테우시 모라베이츠키 폴란드 총리는 이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불만을 드러내자 지난 9월 20일 "우크라이나에 더 이상 무기를 이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안제이 두다 대통령이 나서 봉합했지만, 우크라이나산 값싼 농산물의 유입으로 자국 농민들이 피해를 보는 만큼 폴란드로서도 물러설 수 없는 문제다. 이 점, 지난달 친러시아·반우크라이나 성향의 좌파 정당 '스메르(이정표)'가 득세한 슬로바키아에서처럼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열기가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지원 피로증은 미국 공화당을 비롯해 이념 및 성향과 무관하게 광범위하게 확대되고 있다. 

2023년 1월 10일 열렸던 법과 정의당(PiS) 전당대회. 당 이름에 '법'과 '정의'를 명토박았지만, 정작 시민의 권리를 제한하고 정권 친화적인 판사들을 배치하는 반동적 사법개혁으로 유럽연합( EU)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아왔다. PiS 누리집

유세 막바지에 시작된 이스라엘-하마스 무력 충돌도 '찻잔 속 태풍'이었다. 폴란드는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해 왔지만, 유럽 극우 포퓰리스트는 예외 없이 반이민‧반이슬람 입장이다. 당연히 PiS도 친이스라엘 성향이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일부 PiS 후보는 자신들이 패배하면, "수천 명의 무슬림 이민자들이 폴란드로 몰려올 것"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슬로바키아와 폴란드 총선 결과는 민주주의 위기와 전쟁 사이에서 고민하는 유럽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준다. PiS의 폴란드는 빅토르 오르반 총리의 헝가리와 함께 중·동유럽 포퓰리즘의 양대 산맥을 이루면서 EU로부터 '미운 오리새끼' 대우를 받아 왔다. 유럽 민주주의를 생각하면 포퓰리즘 정당의 득세가 마뜩잖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을 생각하면 이념과 무관하게 친서방 정권이 긴요하기 때문이다. 슬로바키아 총선의 경우 포퓰리즘과 친러시아 노선의 스메르가 승리함에 따라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게 됐다. 반면에 폴란드 시민연합이 이끌 중도 연합 정부는 반포퓰리즘과 친우크라이나의 두 가지를 모두 얻은 셈이다. 폴란드는 영국과 함께 EU 국가 중 가장 많은 지원을 제공하는 한편, 수많은 우크라이나 난민을 받아들여 왔다.

포퓰리스트의 희귀한 장점은 가끔 솔직하다는 점이다. 동아시아 분단국 입장에선 외교적 관례를 무시하고 모욕적인 발언을 내놓았던 모라베이츠키(44) 총리를 뉴스에서 더 이상 보지 않아도 되는, '작은 소득'을 챙긴 총선이었다. 모라베이츠키는 지난 4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개입하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한국의 직접적인 무기·포탄 지원이 가능할 것"이라며 한국을 미국의 속국인 양 말했던 장본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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