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러시아가 전략적 협력관계를 심화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평양을 방문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을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에서 접견하고 양국 간 '쌍무적 연계' 확대를 거듭 강조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방북에 관한 발표는 없었다.
김 위원장과 라브로프 장관은 "서로 굳건한 정치적, 전략적 신뢰 관계에 토대해 복잡다단한 지역 및 국제정세에 주동적으로 대처해 나가기로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0일 전했다. 구체적인 협력 내용을 밝히지 않은 채 상호 관심사인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 견해 일치를 보이면서 허심탄회한 의견이 교환됐다고 덧붙였다. 라브로프의 방북은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의 9·13 정상회담에서 예정한 것으로 북·러 관계가 본격적인 협력 궤도에 올랐음을 보여준다.
러시아 외교부도 같은 날 라브로프가 18~19일 러·북 관계 수립 75주년을 맞아 평양을 방문했다면서 최선희 북한 외무상과의 회담에서 정치적 접촉 일정을 포함해 양국 관계 발전의 주요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양국 외교장관은 특히 2019년 4·25 블라디보스토크 정상회담 및 9·13 보스토치니 정상회담에서 도달한 합의의 전면적인 이행 문제에 집중했다고 전했다. 러시아 외교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양국이 코로나19 팬데믹의 결과를 극복하는 한편 교역 증대를 비롯한 실용적인 분야에서 상호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라브로프는 또 이날 최 외무상과 만나 양국 관계가 "완벽하게 새로운 전략적 수준에 도달했다"면서 "불굴의 전우관계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러시아 투데이) 한반도 및 동북아시아 상황에 대해 의미 있는 의견교환을 문제와 관련한 의미 있는 의견교환도 있었다. 두 장관은 지역 문제의 정치적, 외교적 해법을 도출하고 긴장을 줄여나갈 공동의 노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동시에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상황을 악화시키는 미국의 패권적 열망에 단호하게 대응할 것을 강조했다. 라브로프는 최 외무상에게 편리한 시간에 러시아를 방문해 줄 것을 제안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경제·문화·선진과학기술 등 각 분야에서 상호 교류와 협력 사업들을 정치외교적으로 적극 추동하기 위한 구체적 논의가 있었다고 전했다. 9·13 북·러 정상회담에서처럼 양국 간 무기 거래 및 군사적 협력 문제는 공개된 입장에서 포함되지 않았다.
북·러가 정상회담을 계기로 본격 구축하기 시작한 전략적 관계는 기실, 한·미의 4·26 '워싱턴 선언'과 한·미·일의 8·18 캠프 데이비드 합의의 거울이다. 한·미가 동아시아에서 확대하고 있는 확장억제전략을 포함한 군사협력 확대가 북·러 군사협력의 동력이 되며, 한·미·일의 군사적 움직임이 북·중·러의 군사적 움직임과 비례한다. 북·러가 무엇을 논의했는지 궁금해하기 전에 한·미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먼저 들여다봐야 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라브로프가 19일 방북을 매듭짓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내놓은 정세 평가가 이를 반영한다.
라브로프는 "러시아와 북한은 미국이 아시아로 이동시키고 있는 핵무기를 포함한 전략적 인프라의 요소들은 물론, 미·일·한의 군사행동 증가에 대해 우려를 공유한다"고 말했다. 라브로프는 "이는 패권주의의 본능으로 미국이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상황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고 있다"고 평가했다고 러시아 투데이가 보도했다.
라브로프의 방북은 미국이 전략폭격기 B-52 스트래트포트리스를 17일 성남 서울 공항에서 열린 방산전시회 '서울 아덱스(ADEX)) 2023' 개막식 축하 비행과 맞물렸다. B-52는 축하 비행 뒤 19일 청주 공군기지에 착륙했다. 전시회에는 스텔스 전략폭격기 B-1B 랜서, F-22 전투기 및 첨단 전자전기 EA-18G 그라울러 등 미국의 다른 전략무기도 전시됐다. 한·미 간 정례적인 연합훈련이 아닌 계제에 전략무기가 대대적으로 한국이 전개된 것은 지극히 이례적이다. 워싱턴 선언에서 합의한 트라이던트II 미사일을 적재한 미 전략핵잠함(SSBN)의 '정기적인 한반도 현시(顯示)'에 따른 배치다.
조선중앙통신은 20일 논평을 통해 B-52 및 B-1B 랜서는 군사분계선 인근 상공에 출몰했다면서 한·미 공군이 북한을 겨냥한 대규모 연합공중훈련을 감행했다고 지적했다. 22일부터는 일본 공군기도 합류한다고도 전했다. 논평은 이어 "선제타격권이 미국의 독점권이던 시기는 고사(옛날 일)"이라면서 "기어드는 전략자산들은 응당 첫 소멸 대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브로프의 이번 방북은 과거 한‧미 연합훈련과 북한의 미사일 발사 및 핵실험이 대치하던 구도에서 북‧러가 협력 대응하는 구도로 바뀌었음을 보여주었다. 국가정보원이 예고했던 북‧중‧러의 연합훈련은 아직 구현되지 않고 있다. 북‧러는 정치적, 전략적 협력 단계를 벗어나지 않고 있다. 앞서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0일 정례 브리핑에서 양국의 정부 간 교역·경제·과학기술 협력 위원회가 11월 중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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