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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남북 '비행금지구역' 일방 폐지…우발충돌 뒷감당 할 수 있나

시민언론 민들레(Dentdelion)

by gino's 2023. 11. 2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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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9 남북 군사합의 효력 정지를 검토하라는 대통령의 신년 벽두 지시가 북한의 21일 정찰위성 발사를 빌미로 마침내 이행되게 됐다. 정부는 22일 오전 국가안보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9.19 합의의 1조 3항 비행금지구역 설정에 대해 효력을 정지하기로 결정하고 임시 국무회의 의결을 거쳤다.

북한조선중앙통신이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 발사에 성공했다고 보도한 22일 오전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국무회의에 참석해 한덕수 총리의 발언을 듣고 있다.이날 열린 임시국무회의에서는 지난 2018년 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남북 간 서명 합의된 9.19 남북군사합의 일부 효력정지안건을 심의, 의결했다. 2023.11.22. 연합뉴스

북한의 영토 침범 전제, 스스로 허물어 

그러나 대통령이 검토지시를 할 당시의 동기와 이후 진행된 과정을 보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우선 동기가 달라졌다. 대통령이 검토지시를 내린 것은 지난해 10월 해상완충구역 내 포병사격을 하고, 12월 북한 무인기가 서울 및 경기 일원을 침범한 게 직접적인 동기였다. 대통령은 1월 4일 국가안보실·국방부·합참·국방과학연구소로부터 무인기 대응 전략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북한이 다시 우리 영토를 침범하는 도발을 일으키면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지시의 전제도 달라졌다.

북한의 영토 침범은 육·해·공 상의 침범 또는 국지도발을 말한다. 지난 1월 26일 무인기 침범이 대표적인 사례다. 북한 무인기 5대는 김포반도 방향으로 우리 영공에 들어와 그중 한 대는 우리 군이 대통령 경호를 위해 설정한 비행금지구역(P-73)까지 들어와 유유하게 비행하다가 돌아갔다. 당시 군은 무인기 대응만 잘못한 게 아니라 무인기 1대가 P-73을 침범했다는 언론과 야당의 지적에 전면 부인했다가 며칠 뒤 슬그머니 인정, 군에 대한 신뢰를 스스로 저버렸다. 그런데도 무인기 졸속 대응책임이 있는 강호필 육군 제1군단장(중장)은 지난 6일 장성급 인사에서 대장 진급 1순위로 꼽히는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으로 영전했다.

당초 대통령 지시의 빌미가 된 북한 무인기가 제기하는 위협은 정찰위성의 잠재적 위협과 등가로 묶을 사안이 아니다. 정부 결정을 톺아보면, 1조 3항에 따라 남북이 합의한 비행금지구역은 기종별로 다르다. 군사분계선을 기준으로 고정익항공기(전투기·정찰기 등)는 동부지역 40㎞, 서부지역 20㎞이다. 회전익항공기(헬기)는 10㎞를, 기구는 25㎞를 적용한다. 무인기는 동부지역 15㎞, 서부지역 10㎞를 비행금지구역으로 한다. 국방부는 이번 결정의 배경으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북한의 도발 징후에 대한 공중 감시·정찰 활동을 복원한 것"이라면서 "북한 도발에 대한 상응 조치이고 최소한의 방어적 조치"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21일 오후 10시 42분 28분께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신형위성운반로케트 '천리마-1'형에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탑재해 성공적으로 발사했다고 조선중앙TV가 22일 보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현지에서 발사 상황을 참관하고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과 연관기관의 간부들과 과학자, 기술자들을 열렬히 축하"해주었다고 전했다. [조선중앙TV 화면] 2023.11.22. 연합뉴스

비행금지구역 파기, 남북 긴장 고조 우려

문제는 이번 조치로 우리가 국방 차원에서 얻을 실익과 위협을 늘릴 위험에 대한 정확한 검토다. 남측이 공중 감시·정찰 능력이 북측에 비해 월등한 것은 사실이다.

대표적인 분계선 지역 정보자산은 영상정보를 수집하는 금강 정찰기와 신호정보를 수집하는 백두정찰기이고, RC-135(코브라볼) 헬기와 무인기 등이 있다. 오산기지에서 휴전선을 오가는 U2 정찰기와 미군이 보유한 정찰 자산도 있다. 금강과 백두는 각각 금강산과 백두산 지역까지 볼 수 있는 정찰기로 적어도 군사분계선(DMZ)) 인근 북한군 동태를 파악하는 데 지장이 없다. 9.19 합의로 결정적으로 활동이 어려워진 것은 바로 무인기다. 사단급 송골매와 군단급 헤론은 감시 지역이 각각 8㎞, 10㎞ 정도에 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조치로 활동 재개가 가능한 건 무인기를 통한 DMZ 일대 감시정찰이다.

이제 위협을 보자. 국가 간 합의건, 남북 간 합의건 합의는 상대적이다. 우리가 1조 3항의 효력을 정지한다는 것은 북한도 그리하라는 통보이기도 하다. 북한도 지난해 12월처럼 무인기 침공을 하지 않더라도 언제든지 DMZ 인근에서 정찰비행을 하게 됐다. 문제는 지상과 달리 해상이나 공중은 경계가 애매하다는 점이다.

북한 무인기가 우리 영공을 침범하거나, 우리 무인기가 북한 영공을 침범할 가능성도 커진다. 남북이 각각 영공을 침범당했다고 판단 또는 오판하면 격추할 것이고, 총탄이나 포탄이 경계 넘어 상대편에 떨어진다면 도발의 신호탄이 된다. 한쪽이 비례 대응을 한다며 상대편에 총격·포격을 가하면 상대 쪽은 거의 자동으로 비례 대응을 한다. 그만큼 우발적인 충돌의 위험이 커진다. 이번 결정이 안고 있는 가장 우려되는 지점이다.

두 번째는 북한이 무인기를 더 자주 띄울 가능성이다. 지난해 12월 드러났듯이 남측이 보유한 대공무기체계로는 대응할 수가 없다. 우리 군 무기의 문제라기보다 북한 무인기가 군사적으로 의미가 적기 때문이다. 폭탄을 적재할 능력이 안 된다는 평가가 많다. 그러나 북한이 남측 여론을 악화시킬 목적으로 서울이나 수도권 상공으로 무인기를 날려 보내면, 그때마다 소동이 벌어질 게 분명하다.

남측이 앞선 정찰자산, 이달 말 첫 군위성 발사도 

9.19 합의 1조 3항의 효력 정지로 우리가 얻을 게 분명치 않지만, 잠재적인 위협은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무인기 침범 당시 졸속 대응의 책임자를 질책하지 않은 건 역설적으로 무인기의 위협 자체를 낮게 평가했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를 빌미로 기다렸다는 듯이 결정을 내린 것은 대통령 지시에 부합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는 점을 제외하고 명확한 실익이 없다는 말이다.

빌미가 된 북한 정찰위성 발사의 의미와 평가 및 대응은 따로 떼어내 봐야 한다. 남북 간에 정찰 자산을 둘러싼 경쟁이 본격화되는 신호탄이기 때문이다. 백악관과 미 국방부 및 일본 방위성은 이구동성으로 북한 정찰위성 만리경-1호의 성공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군사전문가들은 지상과의 신호 수준 및 해상도 등을 확인하려면 최소 1~2개월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확인도 하기 전에 DMZ 인근 비행금지구역을 헐어버린 셈이다.

남측은 지난 5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3차 발사 당시 차세대 소형위성 2호와 도요샛 등 큐브위성 7기를 궤도에 올려놓았다. 이 중 한 개의 큐브위성이 소형 카메라로 백두산 일대를 촬영해 보내기도 했다. 또 이달 말 미국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우주군 기지에서 남측의 군사정찰위성 1호를 발사할 예정이다.

정찰자산 확충과 관련해 지난 2월 발표된 국방백서는 군사정찰위성에 더해 다목적 위성과 중고도 정찰용 무인항공기, 다출처영상융합체계 등을 단계적으로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속·대용량 정보유통 능력 구비를 위해 군위성통신체계-Ⅲ, 저궤도 위성 통신체계 구축을 추진하고, 연합·합동작전 간 상호운용성을 강화하기 위해 합동전술데이터링크, 공지(空地) 통신 무전기, Link-16 등의 성능도 개량해 나갈 것이라고 기술했다.

북한 무인기가 서울 상공을 침범한 26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수석비서관들과의 티타임 시간에 최근 분양받은 은퇴견 새롬이와 함께 들어서고 있다. 2022.12.26 연합뉴스

적어도 감시자산 경쟁과 관련한 남북 간의 경쟁에서는 월등한 우위를 지키고 있는 것이고, 그렇다면 공연히 국민을 불안케 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이와 관련, 일본 관방장관이 22일 북한 위성발사와 관련한 발표문 끝에 "국민 여러분께서는 차분하게 평상시처럼 생활해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한 게 눈여겨 보인다.

북한 무인기의 서울 상공 출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국방부와 이를 빌미로 9.19 합의의 효력정지 검토를 지시한 대통령, 북한의 위성발사를 계기로 서둘러 결정하는 데 온 국가가 나서는 듯한 정부의 결정과정은 그다지 신뢰를 주지 못한다.

대통령실은 지난 1월 6일 9.19합의 효력정지는 분계선 일대 대북 확성기가 개가동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남북 간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한 9.19 합의의 파기 또는 전면 효력정지는 11·13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의(SCM)에서 미국 측의 반대에 부딪힌 것으로 보인다. 그 덕분(?)에 전체 22개 항 중에서 1개 항의 효력 정지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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