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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탑> 캘리포니아의 봄

칼럼/정동탑

by gino's 2012. 2. 25.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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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2006-03-07|30면 |45판 |오피니언·인물 |컬럼,논단 |1577자

 

미국의 남 캘리포니아에는 봄이 오고 있었다. 지난달말 들렀던 샌디에이고 '토리 파인(Torrey Pine) 보호구역'에서는 인디언 페인트브러시와 캘리포니아 포피 등 생소한 이름의 야생화들이 바닷가 언덕 위에 피어나기 시작했다. 솔잎 길이만 족히 한뼘이 넘는 희귀종 토리 파인을 보호하는 것은 이해할 만했지만 하찮게 지나칠 수 있는 야생초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며 보호에 정성을 기울이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시 당국은 바람에 날려오거나 뱃전에 묻어온 외래종 식물을 솎아내기 위해 종종 자원봉사자들을 동원, 풀밭을 샅샅이 뒤진다고 한다. 털 속에 외래종 개미라도 묻혀올까봐 애완동물도 출입이 금지된다.

캘리포니아주의 높은 환경기준을 엄수해야 하는 것은 '영원한 해병'도 예외가 아니었다. 미국 서해안의 최대 해병기지인 캠프 펜들턴에서는 훈련만이 최우선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훈련과 환경이 등가의 목표였다. 미국 내 유일한 상륙전 훈련기지이면서도 517㎢의 광활한 부대영지 가운데 85%를 자연상태로 유지하고 있는 이유다.

지난해 환경예산 3천4백만달러(3백40억원)에 전담감독 인원만 80명. 연방환경정책법(NEPA), 주.카운티 환경법과 각종 규정 등 지켜야 할 환경관련 법규만 수십개에 달한다. 하나하나가 공염불에 지나는 규정들이 아니었다. 단위부대에서 폐수정화기준을 초과할 시 하루 5,000달러의 벌금을 부담해야 하며 반복해서 위반할 경우 아무리 유능한 지휘관일지라도 경력이 끝장난다는 설명에 도대체 훈련을 어떻게 하는가 하는 의아심마저 들었다.

철새들의 산란기에 모든 궤도차량은 해안가 모래사장 위 출입이 금지되고 물가로 우회해야 한다. 예외규정이 있지만 가혹했다. 훈련중 불가피하게 죽일 수 있는 어미새의 수를 1년에 5마리로 제한해 놓았다는 대목에서는 그만 말을 잊었다.

이라크에 파병된 캠프 펜들턴 출신 해병들 중에서는 난생 처음 참호를 판 병사들이 허다했다고 한다. 인디언 무덤을 비롯한 고고학적 유적의 훼손을 우려해 땅을 함부로 파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세계 군사전략에서 해결사 역할을 하는 근육질의 해병이지만 본토에서는 새 한마리라도 다칠세라 그야말로 '새 가슴'이 돼야 한다.

태평양이 넓어서일까. 주한미군의 환경 기준은 천양지차이다. 주한미군 기지 20여곳의 반환을 앞두고 환경오염 문제를 둘러싼 한.미간 협상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미군측은 환경오염 치유의 잣대로 '인간건강에 대해 잘 알려진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협(KISE)' 기준을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주변 환경과의 조화는 언감생심이다. 반환될 부지의 용도에 따라 환경 복원의 목표치가 달라질 수는 있다. 그렇기에 캠프 펜들턴처럼 죽어가던 생태계를 복원해달라는 것은 아니다. 기왕에 오염시킨 앞마당을 깨끗이 쓸고 옮겨달라는 부탁이다.

미군이 새 거처를 마련하는 데 따른 지역주민들의 저항을 최소화하는 길일 수도 있다. 미군의 주둔 목적은 우방국인 한국의 '방위'를 위해서다. 환경협상에 나서는 주한미군 당국자들은 "방위할(defending) 가치가 있는 나라는 보존할(preserving) 가치가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는 캠프 펜들턴의 구호부터 챙겨봐야 할 일이다.
김진호 국제부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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