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2006-04-18|30면 |45판 |오피니언·인물 |컬럼,논단 |164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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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눈에 보이는 색이 달라졌고, 입맛을 버렸으며, 결국 속이 상하기 시작했다. 외환위기 이후 서울 시내의 달라진 풍경은 빨간색 간판이 늘었다는 것이다. 홍등가와 정육점, 자장면 집 간판에서나 볼 수 있었던 붉은색이 업종과 상관없이 거리 곳곳을 물들였다. 배설물로 영역 표시를 하는 야생동물처럼 또는 빨강 루즈를 잔뜩 바르고 행인의 눈길을 끌려는 매춘부를 연상시킨다. IMF와 빨간 간판이 무슨 상관이 있을까 하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거기에 함정이 있다. 모두가 '돈을 벌어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에서 눈길을 쉽게 흡입하는 빨간색이 동원됐으며 너나 없이 마케팅 마인드로 무장한 결과, 세상은 난전으로 변했다. 실제로 IMF 세파를 겪은 1998년 말부터 빨간색 간판 원자재의 판매량이 급증했다. 그나마 간판 바탕색에서 원색의 적색 비율이 50%를 넘지 못하도록 한 지자체의 방침으로 풍경이 조금씩 본색을 되찾아가지만 어떻게해서든지 '유사 빨간색'을 넣으려는 시도는 여전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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