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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 전략적 동반자 조약, 2000년 친선조약 대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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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북한이 새로 체결할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조약'은 2000년 친선조약을 대체할 것이다. 군사협력 조항이 포함될지는 미지수다. 마지막 고비는 안보리 대북 제재의 철회 문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방북을 하루 앞둔 17일 크렘린궁에서 보로비예프 모스크바 지방 주지사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4.6.17. TASS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18일 저녁 방북을 앞두고 북러 간 '새 전략적 동반자 조약'이 기존 친선조약을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한반도 연구센터 수석연구원 콘스탄틴 아스몰로프는 17일 자 브즈그랴드(VZ) 인터뷰에서 이같이 단언했다. VZ는 논평 중심의 전문매체. 그는 "푸틴의 방북은 가장 예상 밖의 결과를 도출할 것"이라면서 "그러나 유엔 안보리가 북한에 부과한 제재의 철회 문제가 남아 있기 때문에 다른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추가 제재의 도입을 막는 한편으로 여전히 기존 제재를 유지하는 입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안보리 대북 제재가 실수였다는 지적이 갈수록 인기를 얻고 있다고 아스몰로프는 전했다.

"마지막 문안 작업 중"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대통령 보좌관은 이날 언론 성명에서 "양국이 새로운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조약을 맺을 것"이라면서 "문안 작업 중인 조약이 이번 정상회담 중 체결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새 조약이 기존 조약을 대체한다면 '군사협력 조항'의 내용에 따라 북러 관계가 근본적으로 바뀌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가 푸틴의 방북을 앞두고 가장 우려해 온 대목이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18일 정례브리핑에서 "러북 간의 협력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거나 역내 평화와 안정을 저해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는 게 우리 정부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16일 연합뉴스TV에 출연, 푸틴의 방북을 앞두고 "러시아와 (한반도 평화 안정을 저해하지 않는) '일정한 선을 넘지 말라'고 경고성 소통을 했다"고 전했다.

플래닛 랩스 PBC가 지난 11일 촬영한 평양 순안 국제공항의 위성 사진. AFP 통신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려의 방북을 앞두고 13일 전송한 사진이다. 2024.6.13. AFP 연합뉴스

북한과 러시아는 1961년에 맺은 '우호 협조 및 상호 원조에 관한 조약(조-소 우호조약)'을 1996년 폐기했다. 이를 대체한 게 2000년 2월 9일 이바노프 러시아 외교장관이 평양에서 체결한 친선-협력 조약(친선, 선린 및 협력에 관한 조약)이다. 2000년 조약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 우호조약 2조에 있던 '자동 군사개입 조항'을 '위기 시 협의' 조항으로 대체했다는 점. 군사동맹에서 '협력의 동반자 관계'로 전환했지만, 한미 상호방위조약 수준을 유지했다. 한미 방위조약도 '자동 군사개입'이 아닌, '위기 시 협의' 조항을 두고 있다. 새 전략적 동반자 조약에 삽입될 군사협력 조항의 내용에 따라 북러 관계가 근본적으로 바뀌게 된다. 친선조약 개정 가능성은 작년 9월 북러 정상회담 무렵에도 제기됐다. 

그는 양국 간 다른 주요 의제로 북러 정상이 논의할 주요 의제로 북한 '이주노동자 여단'을 교대 근로자 형태로 운영하는 것을 꼽았다. 북한 노동자는 인건비와 질, 안전 면에서 극동 지역에서 인기를 얻고 있지만, 우크라이나로부터 병합한 지역에도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러북, "서방 집단에 견결히 반대"

푸틴은 18일 북한 노동신문이 게재한 '러시아와 북한: 연대를 이어가는 친선과 협조의 전통' 제목의 기고문에서 북러 조약에 관해 어떠한 설명도 하지 않았다. 작년 9월 보스토치니 정상회담 이후 "양국이 '다방면적인 동반자 관계를 적극 발전시키고 있다"라고만 평가했다. "평양은 어제도, 오늘도 우리의 믿음직한 동지, 지지자로서 상호 존중과 상호 이익에 대한 고려에 기초한 다극화된 세계질서 수립을 방해하려는 '서방 집단'의 욕구에 견결히 반대할 용의가 있다"고도 강조했다. 양국이 "유라시아 대륙에 평등하고 불가분리적 안전(안보) 구조를 건설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서방 통제에서 자유로운 상호결제 체계 발전도 약속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가운데 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가운데 왼쪽)이 13일(현지시간)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를 둘러보고 있다. 러시아 현지 매체들은 북러 정상회담이 임박했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다. 2023.09.13. 연합뉴스

푸틴의 북한, 베트남 순방이 아시아 정책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스타니슬라브 타첸코 샹트페테르부르크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는 푸틴이 마지막 방북했던 2000년 이후 "다리 밑으로 많은 강물이 흘러갔기 때문"이라면서 이같이 짚었다. 당시 푸틴은 베이징을 거쳐 평양을 방문,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유예를 이끌어낸 뒤 일본에서 열렸던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에 처음 참가했다. 러시아와 서방 간 협력이 꽃피던 시절이다. 

그는 북한이 지난 25년 동안 외교적 군사적 지지를 해 왔음을 지적하면서 "러시아는 해상 교통망, 특히 나진항을 통한 교역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현재 중국 선박에 금지된 두만강 항행을 허용하는 방안도 논의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관련, 푸틴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5.16 러중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러중이) 북한과 함께 건설적인 의견 교환을 계속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중국 선박이 두만강 하류를 이용하게 되면 동해 진출로가 열린다.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관 직원들이 12일 러시아 국경절을 맞아 평양 중구역 경상동의 소련군 전사자 추모탑인 해방탑과 소련군 열사묘에 화환을 놓고 있다. 2024.6.13.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타첸코는 "굳이 러북중 삼각관계가 형성된다고 말할 필요는 없다"면서 중국이 역사적 대화 경험을 근거로 북한과 특수 관계를 주장하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러북 유대가 어느 정도 베이징의 질투를 일으킬 수 있지만, 우리의 협력에 그림자를 드리울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궁극적으로 러시아와 중국은 아시아에서 매우 비슷한 전략적 이해를 갖고 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푸틴이 북한에 이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베트남을 방문하는 것은 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 설정을 매우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국이 (기존) '포괄적 전면 동반자 관계'에 새로운 내용을 보충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푸틴의 방북에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과 국방부, 천연자원부, 보건부, 교통부 장관과 우주개발 국영기업 로스코스모스, 철도 대표와 프리모스키주 주지사가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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