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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 두 달째 특이동향" 대통령 귀국 뒤 확 바뀐 합참 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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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의 군사분계선(MDL) 월경이 단순 침범이라고 축소 발표했던 합동참모본부의 전선지역 브리핑이 대통령 부부의 귀국 뒤 확 바뀌었다.

북한군 병사들이 비무장지대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군이 4월부터 전선지역에서 특이 동향을 보여 왔다는 사실을 18일 처음 공개했다. 2024.6.18. [합참 제공] 연합뉴스

북한군 지뢰매설, 방벽 설치도

북한군의 군사분계선 침범이 일회성 우연이 아니라 여러 차례 발생한 데다가 북한이 지난 4월부터 전선지역 일대에 지뢰매설 작업을 하던 중 지뢰 폭발로 다수가 다치거나 숨지는 사건까지 발생했음이 드러났다. 북한군은 또 북방한계선 상의 최소 4곳에 대전차 방벽으로 보이는 구조물을 설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합참이 18일 언론브리핑에서 발표한 내용이다. 합참은 "북한군 20~30명이 오늘 오전 8시 30분쯤 중부전선 MDL을 단순 침범했다가 우리 군의 경고 방송과 경고사격 뒤 북상했다"라면서 두달째 계속되는 북한군의 특이 동향을 처음 공개했다. "북한군이 지난 4월 경부터 비무장지대(DMZ) 북방한계선을 비롯해, 전선지역 몇 곳에서 다수 병력을 투입해 (경계용) 불모지 조성, 지뢰매설, 전술도로 보강, 대전차 방벽으로 보이는 구조물을 설치하는 등 다양한 작업을 진행 중"이라는 것. 이어 "북한군은 몇 차례의 지뢰 폭발 사고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무리하게 작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흥미로운 대목은 합참 참고자료에 '4월경'을 제외한 일체의 시점이 표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합참의 모호한 발표는 '정무적인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군 병사들이 비무장지대에서 철로 작업을 하고 있다. 북한군은 지뢰매설 중 수 차례 폭발사고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18일 발표했다. 2024.6.18. [합참 제공] 연합뉴스

대북 전단-오물 풍선 탓 긴장 고조되던 시점

합참이 북한군의 MDL 침범 사실을 처음 공표한 것은 발생 이틀 뒤였다. 11일 정례브리핑에서 "지난 6월 9일 12시 30분경 중부전선 비무장지대에서 작업을 하던 북한군 일부가 MDL을 단순 침범, 우리 군의 경고 방송 및 경고사격 뒤 북상했다"고 전했다. 또 "MDL은 길도 없고 수풀이 우거져서 표식이 보이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침범할 의도는 없었던 것으로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당시는 탈북자단체의 대북 전단-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 탓에 분계선 주변에 긴장이 높아지던 시점이다. 정부는 이런 상황에 9.19 남북군사합의 전면 효력정지 결정을 내리고 대북 확성기 방송을 6년 만에 재개한 꼴이다. 오죽하면 유엔군사령부가 지난 13일 북한군의 MDL 침범과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 등에 대해 조사에 나섰겠는가. 

북한군이 4월부터 특이 동향을 보였다고 뒤늦게 밝히면서 11일에는 북한군이 벌여 온 작업의 내용을 밝히지 않고, MDL 침범도 우연이라고 둘러댔다.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은 "공개한 것 이외에 다른 정보들이 있다"라면서 "국민께서 불안하지 않도록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보도하는 것은 자제해달라"는 부탁까지 곁들였었다. '이틀이 지나서 발표한 계기가 무엇이냐'는 언론 질문에도 "그때 이후로 지금까지 특이 동향이 없다'면서 얼버무렸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0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3개국 방문차 출국하며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 2024.6.10. 연합뉴스

유엔사가 조사 나선 까닭

지난 9일 북한군의 MDL 침범의 구체적인 내용도 18일에나 공개했다. 이날 12시 30분경 북한군 20~30명이 MDL 이남 20m 지점까지 침범했다가 경고사격 뒤 북상했고, 다시 20분 뒤 4명이 MDL 이남 50m까지 침투했다가 돌아갔다는 것. 북한군이 20분 간격으로 잇달아 MDL을 넘어온 행위는 단순 침범도, 우연도 아니다.

북한군의 특이동향이 두 달째 계속돼 왔고, 사상자까지 발생했으며, MDL 침범도 여러 차례 있었음에도 합참은 왜 축소, 은폐해 왔을까. 10일 출국한 대통령 부부의 중앙아시아 순방과 관련지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순방 시기 국내에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원치 않았을 거라는 말이다. 무리한 추측이 아니다. 대통령 부부는 16일 귀국했다.

11일엔 '국민 불안'을 운운하며 보도 자제를 요청하더니, 7일 뒤엔 시점을 흐린 채 북한군의 사상자 발생 사실까지 공개했다. 그러면서도 북한군의 지뢰 폭발 사고가 언제 발생했는지를 여전히 밝히지 않고 있다. 합참 관계자는 '지뢰 폭발의 시기와 횟수'를 묻는 질문에 "구체적인 시기는 파악이 제한된다"라면서 "수 차례 정도"라고 답했다. "북한군은 해 뜰 때부터 해 질 때까지 작업을 하고 있고, 현 작업이 최초보다 넓어지는 경향이 있어 확대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4일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9.19 남북군사합의 전면 효력정지를 결정한 회의다. 2024.6.4. 연합뉴스

군은 전선 상황에 대해 국민에게 알릴 의무가 있다. 필요에 따라 축소, 은폐하는 것은 국민을 오도하는 행위와 다름없다. 그렇지 않아도 대통령 부부와 신원식 국방장관이 잇달아 해외 출장을 떠나면서 일선 군인들에게만 '즉, 강, 끝(즉시, 강력하게, 끝까지)' 대응을 요구해 비아냥을 사고 있다. 지난 9일 육해공 전군에 비상근무 지시를 내린 신 장관은 17일부터 루마니아, 폴란드를 순방 중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이 임박하면서 대북 전단-오물 풍선-대북 확성기 방송이 수그러들고 있다. 그러나 한반도 정세는 한미연합사가 워치콘을 4단계에서 3단계로 상향 조정했던 2015년 남북 군사 충돌 때보다 더 위태롭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군은 '국민의 군대'이지, 대통령이나 국방장관의 군대가 아니다. 이럴 때일수록 군 당국, 특히 합참의 책임 있는 자세가 요구된다. 정치가 흔들릴수록 군은 중심을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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