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에서> 오바마의 "일자리 보호" | |
[경향신문]|2009-02-02|30면 |45판 |오피니언·인물 |컬럼,논단 |1502자 |
<워싱턴에서>오바마의 “일자리 보호”
자금시장이 말라붙고 기업들이 줄도산을 한다. 정부가 아무리 재정을 풀어도 경기가 언제 회복될지 아무도 모른다. 거시경제의 흐름 속에 먼저 차이는 건 서민들이다. 지구촌에서 벌어지고 있는 실패한 세계화의 잿빛 풍경이다.
일자리 만들기가 지상과제가 된 것은 어느 나라에서나 마찬가지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전기충격을 주듯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그렇다고 일자리 개수만 늘리겠다는 건 아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말하지 않는다. “창출 또는 보호하겠다”고 말한다. ‘창출’과 ‘보호’ 사이에 해고의 두려움과 정규직에서 밀려날 것을 두려워하는 서민에 대한 배려가 담겨 있다. 오바마는 지난해 없어진 260만개의 일자리와 정규직을 원하면서도 임시직에 머문 280만명의 문제에 같은 비중을 두고 있다.
백악관 홈페이지의 국정 주요 과제에 대한 설명 가운데 노동 문제는 대부분 ‘경제’ 항목이 아닌 ‘가정’ 항목에 포함돼 있다. 실업을 숫자와 지표의 경제 문제로만 접근하지 않는다. 저소득층 노동자 1000만명에 대한 소득세 무과세, 최저임금 인상, 연 7일의 상병휴가 의무화 등의 정책목표가 아이들의 방과후 학습 지원 약속과 맞물려 있다.
오바마 대통령과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은 지난달 30일 백악관에서 조지 부시 행정부가 ‘기업하기 좋은 나라 건설’을 위해 노조에 강요했던 족쇄를 일부 풀었다. 노조를 보호하지 않는 업체에 관급공사를 안주겠다고 밝혔다. 오바마는 “실업은 단지 숫자가 아니다. 하나의 이야기다. 모든 통계 뒤에는 많은 미국인들의 생활이 뒤집어지고 있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노동자를 먼저 줄여야 할 ‘비용’으로, 노조를 성장의 걸림돌쯤으로 여기는 시장근본주의자들의 사고방식과 궤를 달리한다. 노동자 가정 출신의 바이든은 한발 더 나아갔다. “2000~2007년 생산성은 20% 올라갔는데 노동자 가정의 수입은 매년 2000달러씩 줄었다”면서 노동계 입장에 섰다. 경제 살리기에 올인한 비상상황에서 기업인의 기를 살려주기는커녕 지난해 말 184억달러의 보너스 잔치를 한 월가 금융인들을 “교도소에 보내고 싶은 심정”이라고 격분했던 그다.
관타나모 테러용의자 수용시설 폐쇄, 이라크 철군 등 주요 선거공약을 현실에 맞게 조정하고 있는 오바마 행정부가 유독 노동정책에서 비타협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지지층에 대한 보답으로만 보기엔 뭔가 부족하다. 위기를 보는 가치관이 배어 있다. 서민·중산층에 꿈을 돌려줘야만 경제회복은 물론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는 게 그들의 생각이다. 효율과 타산을 좇는 법인(法人)에 앞서 사람이 회복돼야 경제도 살릴 수 있다는 말이다. 바이든은 “실업이 미국의 정신을 고갈시키고 있다”고도 했다. 맞다. 기업이 무너지면 경제가 어려워진다. 하지만 사람이 무너지면 국가가 흔들린다.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 시대, 백악관 지하 벙커에 비상경제대책회의실이 없는 이유다. 대신 볕 잘 드는 사무실에 중산층·저소득층의 자녀교육·의료·직업훈련·노동조건 개선책을 마련하기 위한 태스크포스를 열었다. 김진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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