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특파원
북한 함경북도 무수단리에 세계의 시선이 쏠린 채 한 달이 지났다. 여전히 진행 중이다. 북한이 은하2호 추진체 위에 올려놓을 것이 대포동 2호 미사일이건, 광명성 2호 인공위성이건 세계의 주목을 받는 데는 이미 성공했다. 미국의 첨단 군사위성이 준비현황을 생중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 등 북핵 6자회담 참가국들은 북한에 대해 "발사 중지"를 합창하는 한편으로 이후 전개될 상황에 대비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짜고 있다. 활발하게 협의를 주도하는지, 따라가는지 분명하지 않지만 한국 역시 협의 테이블의 한 자락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미국발 경제위기와 북한발 안보위협에 이중으로 시달리는 꼴이다. 그러는 동안 정작 중요한 사실이 간과되고 있다.
물론 북한의 미사일 발사능력이 입증된다면 작은 문제가 아니다. 북한이 미 본토까지는 아니더라도 괌과 알래스카를 사정권에 두는 미사일 능력을 갖게 된다면 미국과 한국, 일본은 그에 따른 군사적 대비를 해야 한다. 이미 1998년 광명성 1호 시험발사 이후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시스템에 적극 가담해온 일본은 예산 절감의 위기에 처한 미국의 군산복합체에 일자리를 더 주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미국의 세계전략이 획기적으로 수정된다거나, 침체에 빠진 미국 경제를 부양할 세계대전으로 연결될 가능성은 극히 적다. 굳이 유엔 안보리 결의 1695호나 1718호를 들먹이지 않아도 미국 등 세계 각국은 이번 문제를 수습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도, 세계도 해결해줄 수 없는 문제가 한반도 거주민들에게는 있다. 엉뚱하게 들릴지 모르겠으나 통일의 문제다.
북한 무수단리 로켓 발사장 (출처: 경향DB)
북한은 위협외교로 국제무대에서 '현찰'을 챙기는 재주를 갖고 있다. 90년대 말에는 그 수요에 맞추어 북한 미사일을 매입하는 논의가 진척되기도 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제안한 미사일 회담 역시 큰 틀에서 미사일 개발·기술이전·판매를 중단하는 조건으로 현찰을 쥐어주는 구도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다. 작게 보면 흥정이지만 크게 보면 평화통일의 과정일 수도 있다.
북한 핵프로그램이나 미사일이나 한반도 문제의 바구니에 담긴 구성요소의 하나일 뿐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어떠한 난제도 통일방정식의 한 변수로 읽어내고 대응해야 할 분단의 운명을 안고 있다. 세계가 북한의 미사일 실험 강행 여부에 촉각을 기울인다고 덩달아 흥분할 수만은 없다. 이미 북한 미사일 준비 동향과 개성공단 통행 제한이 한 묶음의 문제로 다가오고 있지 않은가.
북한이 미사일 발사 단추를 누르는 그 순간까지 아니, 그 순간 이후에도 통일의 문제는 온전히 남는다. 김정일 정권의 미사일 발사 결정에 못지않게 이명박 정권의 대북정책에 대한 결단이 궁금해지는 이유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입증한 또 하나의 진실은 이명박 대통령의 '7·4·7(7% 경제성장, 4만달러 소득, 세계 7대강국 진입)' 공약과 마찬가지로 '비핵개방 3000'이 휴지조각으로 전락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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