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2001-07-28|06면 |45판 |국제·외신 |컬럼,논단 |1143자 |
탕, 탕, 탕. 지난 20일 경찰과 시위대가 엉켜 있던 이탈리아 제노바 도심. 청년의 몸에 3발의 총탄이 명중됐다. 청년은 죽어서도 모욕을 당해야 했다. 길 위에 쓰러진 그의 시신 위로 경찰차가 두번 왔다갔다 했다. 올해 G8회담을 피로 얼룩지게 한 반세계화 시위대 피살사건의 전모다.회담도, 시위도 막을 내린 지 1주일이 다 돼가지만 유럽 주요 언론들은 연일 폭력의 진상에 집요하게 확대경을 들이대고 있다. 원정시위를 갔다가 귀국한 사람들로부터, 경찰에 구금됐다가 풀려난 사람들로부터 끔찍한 증언들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영국 BBC는 '제노바 경찰이 우리들의(영국의) 딸을 때렸다'며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일부 이탈리아 언론의 왜곡보도는 사태를 악화시켰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동생이 발행하는 보수 일간지 일 지오날레는 사건 다음날 "시애틀의 시위자들이 순교자를 갖게 됐다"고 비아냥거렸다. 일부 언론은 숨진 카를로 줄리아니(23)가 무정부주의자이며, 공무집행방해, 음주운전으로 입건된 바 있다며 일면만 부각시켰다. 그러나 그가 프로축구를 좋아하던 평범한 청년이었으며, 평화시위에 대한 경찰의 과잉진압에 거세게 항의하던 와중에 변을 당했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분노는 눈덩이처럼 커졌다. 이탈리아 안팎에서는 파시즘의 부활이라는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 이는 실제로 일부 시위진압 경찰들이 파시스트의 노래를 부르면서 여성 시위 참가자를 향해 성폭력을 위협했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설득력을 얻고 있는 주장이다. 최소한 정치권력의 간접적인 개입은 분명히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권력의 비호 없이는, 공권력의 공개적인 폭력이 가능치 않기 때문이다. 프랑스 르몽드는 최근 출범한 베를루스코니 정부내 극우 성향에 혐의를 돌리고 있다. 1999년 시애틀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 이후 전세계 지도자들의 모임과 반세계화 시위는 마주보는 열차처럼 충돌해왔다. 제노바 사건은 대립구도를 극한으로 몰고 갔다. 어느 사회에나 극단주의자는 있다. 반세계화 시위대에 무정부주의자를 비롯한 급진단체들이 포함된 것도 사실이다. 극단은 극단을 낳는다. 그러나 극단의 한 축이 '공권력'이라면 그 폐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또 다른 세계'를 갈구하는 목소리를 폭력만으로 찍어내릴 수는 없다. 한 이탈리아 청년의 죽음이 우리에게 남긴 교훈이다. 김진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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