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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강끝" 외치며 남북 군사합의 제거한 국방 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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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월 취임 당일 새벽,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공격했다. 전쟁의 불길이 유럽(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가자 전쟁)을 거쳐 한반도로 옮겨붙지 않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엄중한 안보 상황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며 국방부장관을 시작했다. 최우선적으로 투철한 정신무장과 실전적 훈련을 통해 '즉·강·끝' 응징태세를 확립했다." (6일 신원식 국방장관 이임사)

신원식 실장이 6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제49-50대 국방부 장관 이·취임식에서 이임사를 하고 있다. 2024.9.6. [국방부 제공] 연합뉴스

"이익이 1조 원이면 손해는 1원?"

뭔가 국제적인 안목에서 한반도 안보를 보는 것 같지만, 실제와 거리가 있다. 사실과 주장의 '다름'이 뭉개지면서 한반도 안보가 엉뚱한 길로 간 1년이었다. 느닷없는 '외교안보 인사'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과 국방장관을 겸직하던 그가 지난 6일 국방부를 떠났다. 아리송한 주장을 그럴듯한 논리로 내놓아 언론과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는 건 신원식 실장의 특기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말과 활동에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게 하는 데 명수다. 윤석열 정부 두 번째 국방장관으로 1년은 '안보 현기증'이 유난히 심했던 기간이었다. 비공개 한미일 안보협력 각서를 둘러싼 혼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신 실장은 장관 이임사에서 '국방부와의 이별'을 강조했지만 '노병의 퇴장'은커녕 영전이다. 용산 국방부 내 길 하나를 건너 국가안보실로 출근할 뿐. 계속 주시해야 할 이유이다. 국방장관 자리엔 또 다른 예비역 중장이 길 건너, 옮겨 앉았다. 

작년 10·7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이 한반도 안보와 어떤 관련이 있을까. 1948년 5월 14일 이스라엘 건국 이후 3차례 중동전쟁과 욤 키푸르 전쟁을 통틀어 중동 정세가 한반도 안보에 미친 영향이 무엇인지 아리송하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한반도의 관련성 역시 군사적으로 포탄 공급에 제한된다. 억지로 연결했다. 그런데 생뚱맞게 하마스 기습공격을 들먹이며 9.19남북군사합의 중 비행금지구역을 일방적으로 부분 효력정지를 강행했다.

5일 북한군의 서해 해안포 사격에 우리군의 K9 자주포가 백령도에서 대응 사격을 하고 있다. 2024.1.5. [국방부 제공] 연합뉴스

작년 11월 23일 국회 국방위에 나와 "(부분 효력정지로) 이익이 1조 원이면, 손해는 1원"이라는 어록을 남겼다. 이후가 중요하다. 북한은 기다렸다는 듯이 국방성 성명을 통해 9.19합의를 전면 폐기했다. 육·해·공에서 2018년 이후 남북 간에 직접적 충돌을 막았던 안전장치를 선도적으로 해체한 것. 되로 주고 말로 받은 격이었다.

총선 전 북한의 도발?

스스로 내놓은 말을 좇아보아도 9.19합의 효력정지는 하마스와 무관했다. 소신도 아니었다. 대통령이 작년 1월 4일 국가안보실·국방부·합참·국방과학연구소로부터 북한 무인기 대응 전략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내린 '효력정지 검토' 지시가 출발점이다. 신 실장이 "(9.19합의는) 반드시 폐기돼야 한다고 복창한 건 장관 지명을 받은 9월이었다. 하마스 기습이 일어나리라고 이스라엘도 예상하지 못하던 시점이다. 

국방을 업으로 밥을 버는 이들이 최우선해야 할 것은 '국민의 안전'이다. 안전판을 적극적으로 해체해 놓고 북한군의 동향을 세세히 전했다. 휴전선 감시초소(GP) 10 곳에 페인트를 새로 칠하고, 구조물을 만드는 장면, 휴대용 화기를 들고 있는 사진 등을 우정 공개하며 9.19합의 폐기의 정당성을 뒤늦게 인정받으려던 것이었을까?국방부 관계자는 "(북한군 동향을) '국민도 알고 있는 게 좋겠다"는 장관님의 말씀이 있었다"고 전했다. 제도적 안전은 급속히 무너졌다. 올해 1월 1일부터 육군이 먼저 포사격훈련을 시작했고, 5일 서해에선 북한의 선제 포격으로 대응 포격이 있었다. 8일 합동참모본부 대변인은 "육·해·공에서 완충구역은 더 이상 없다"고 선언했다. 4월부터 북한이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벌인 '특이 동향'도 상세히 전했지만, 공격 준비가 아니었다. 대전차 장벽 신설이나 지뢰 매설 등 남측의 침공에 대비한 방어적 조치였다. 

북한이 해안포 사격을 한 5일 신원식 국방장관(가운데)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서북도서부대의 해상사격 훈련을 점검을 하고 있다. 2024.1.5. [국방부 제공] 연합뉴스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는 것이 아닌, 남한이 먼저 도발하는 방식으로 패러다임이 바뀐 것은 올해 벌어진 기현상이다. 작년 초부터 "북한이 4월 총선 전에 도발할 것"이라고 경고해 온 장본인이기도 하다. 1월 4일 BBC 인터뷰에서 "북한이 총선 전 군사 도발을 하거나 테러를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북한의 도발이나 테러는 없었다. '국민의 안전'은 후순위였다. "진정한 국방은 당국자들은 밤잠을 설치고 고투를 하더라도 국민은 편하게 일상을 영위하는 것"이라는 민주주의 국가의 원칙을 어겼다. 정보의 실패라기보다 정치적 왜곡이었다. 그래서인지 총선 뒤에는 우리 군 당국이 먼저 행동에 착수했다.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5월 말 북한이 남측 탈북자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에 대응한다면서 오물 풍선을 내려보내자 되레 판을 키웠다. 5월 31일자 '정부 입장'을 통해 '북한이 감내하기 어려운 상응조치'를 거론하더니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국방부는 대북 방송의 목적이 대북 심리전임을 버젓이 밝혔다. 대북 삐라와 오물풍선의 '더러운 싸움'을 심리전 도발로 전환한 시점이다. 그즈음 전군 지휘관에게 "북한의 직접적 도발 시에는 즉,강,끝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응징할 것"을 지시했다. 그리고 "국민이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군 본연의 임무를 완수하라는 것." 적극적, 주도적으로 국민적 불안을 키워놓고 국민 안심을 운운하는 전복적 사고였다. 

6월 4일 국무회의는 9.19군사합의 전면 효력정지를 뒤늦게 결정했다. 1월 8일 합참 대변인을 통해 발표한 지 5개월 만에 절차를 밟았다. 국방부가 내놓은 말이 '훈련의 정상화'였다. 같은 달 26일 서북도서방위사령부(서방사) 소속 연평, 백령도 해병대가 해상 사격훈련을 7년만에 재개했다. 7월 2일엔 군사분계선 5㎞ 이내에서 육군이 포사격 훈련을 벌였다. '국민의 안전'이 진전됐을까?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4일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9.19 남북군사합의 전면 효력정지를 결정한 회의다. 2024.6.4. 연합뉴스

신 실장은 장관 이임사에서 한미 동맹의 발전과 한미일 안보협력, 유엔사 회원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등 가치 공유 우방과 글로벌 안보협력도 정착시켰다고 회고했다. 그 정점이 7월 28일 도쿄 한미일 국방장관이 서명한 '한미일 안보협력 프레임워크(TSCF) 각서'이었다. 2022년 프놈펜, 2023년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 공동성명을 구체화한 것. 3국 장관은 공동성명에서 "고위급 정책 협의-정보 공유-3자 연합훈련을 통해 국방당국 간 안보협력을 제도화,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및 '그 너머'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각서 원문은 공개하지 않았다. 미국과 일본 모두 정권교체를 앞두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됐다. 그래서인지 신 장관은 공동성명에 없는 '고명'을 슬쩍 얹었다. "합의가 (3국의 정권교체와 무관하게) 불가역적"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한미 동맹 속에서 한국의 대등하지 않은 지위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이겠지만, 조약도 필요하면 개정하거나 폐기한다. 그런데 각서(Memorandum)가 불가역적이라고 단언했다. 덕분에 국방장관의 활약상을 일거에 알렸지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이 계속되고 있다. 각서 원문이 공개되지 않음에 따라 독도 문제 합의 여부와 한일 군수지원협졍(ACSA) 및 한일 상호접근협정(RAA) 체결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 신뢰를 받아야 할 국방행정이 오리무중에 빠진 것이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국방의 기본을 불필요한 혼란과 불안을 해소하는 것이다. 신 실장은 되레 의혹을 부추긴다. 

 

김용현 새 국방장관과 신원식 전 장관이 6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이·취임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4.9.6. [국방부 제공] 연합뉴스

'즉, 강, 끝'은 교전수칙에 부합하나

공개되지 않은 문서를 창의적, 또는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또 다른 특징이다. 취임과 동시에 퍼뜨린  '즉(시), 강(력하게), 끝(까지)'이라는 구호가 대표적이다. 북한의 도발에 즉시, 강력하게 대응하는 것까지는 그럴 수 있다. 그런데 불행히도 대한민국 국방장관은 어디까지,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 지 결정권이 없다. 전시작전권을 한미연합사 사령관(미군 대장)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9.19군사합의가 폐기된 지금, 한반도 군사적 긴장의 유일한 안전판은 정전협정에 따른 연합사 교전규칙이다. 기밀로 분류된 교전규칙에는 북한의 도발에 대응할 원칙으로 '비례성' '효과성' '충분성'이 명시돼 있다고 한다. '즉, 강, 끝'을 실제로 이행한다면, 교전규칙을 대놓고 위반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은 2014년 8월 한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합훈련 당시 한국군의 돌출행동에 강한 유감을 표했다. 동해상에서 북한 함정이 포사격을 퍼부은 상황을 전제한 모의전쟁(war game)에서 한국군이 해군기지가 있는 도발 원점(원산항)을 초토화했기 때문이다. 즉, 강, 끝 구호는 전작권을 회수한 뒤에나 가능한 말이다. 구조가 비슷한 과장은 신임 국방장관 김용현이 합참 작전부장(육군 소장) 시절인 2013년 6월 6일 국방부 기자회견장에서 밝힌 우리 군의 입장에도 있다. 그는 "북한 도발 위협에 도발 원점은 물론 지원 세력과 지휘 세력까지 응징하겠다"고 다짐했다. 역시 우리 국방장관의 권한 밖의 일이다.  짧은 재임기간에 이처럼 많은 혼란을 야기한 국방장관은 드물 것 같다. 그나마 '야인 시절(본인 표현)'인 2019년 9월 21일  부산 태극기 집회에서 "문재인 모가지 따는 건 시간문제"라고 말했던 것에 비하면 언어가 순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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