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2001-11-17|06면 |45판 |국제·외신 |컬럼,논단 |1175자 |
'오사마 빈 라덴이 체포됐다'는 근거없는 소문이 엊그제 여의도 증권가에 나돌았다고 한다. 국내 증시는 언제부터인가 외신을 타고 들어오는 소식에 일희일비하고 있다. 그만큼 우리네 일상이 세계화됐다는 방증이다. 아프간에서 벌어지는 전황은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이 되기도 하고 막연한 불안의 근원이 되기도 한다.13일 카불 함락을 전후해서 미국이 보여주고 있는 태도는 심각한 불안 변수를 제공한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난 8일 아프간 북부 최대 요충지인 마자르 이 샤리프를 점령한 북부동맹측에 "카불에는 진입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가까이는 다양한 종족으로 이뤄진 북부동맹의 적전 내분을 막고, 멀리는 탈레반 이후 특정 정파에 휘둘리지 않는 거국정부를 수립하기 위한 배려로 보였다. 그는 13일 카불 함락 직전에도 "북부동맹은 카불 점령의사가 없다고 밝혀왔다"고 전했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카불의 중립지대화를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카불이 떨어지자 미국의 입장은 곧 바뀌었다. 부시 대통령은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의 입을 빌려 "(전과에) 매우 만족한다"고 말했다. 다만 북부동맹의 인권유린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을 뿐이다. 미국이 북부동맹의 구체적인 군사작전과 거리를 두고 있는 것처럼 비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미국 군사고문단은 현지에서 북부동맹군과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 같은날 또 한가지 이해하기 힘든 말이 나왔다. 부시 대통령은 테러와의 전쟁 초기 '십자군전쟁'이라는 말을 했다가 황급히 번복한 바 있다. 이후 기회있을 때마다 종교간, 문명간 충돌이 절대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파월 장관은 이날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슬람권 국가들로 구성된 평화유지군이 아프간에 파견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평화유지 임무는) 강대국들보다 이슬람국가들이 맡는 게 더 나을 것"이라는 말은 무엇을 뜻하는가. 미국과 북부동맹의 관계도 모호하다. 카불을 비롯해 점령지 곳곳에서 학살과 약탈극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부시 대통령은 여전히 그들을 '우리의 친구들'이라고 즐겨 부르고 있다. 탈레반 정권이 붕괴되고, 빈 라덴이 제거되면 미국이 천명한 전쟁의 목적은 달성된다. 그러나 그때까지, 또 그 이후 아프간에 남겨질 문제는 누가 해결할 것인가. 북부동맹을 대리인으로 내세워 막후에서 전쟁을 총지휘하는 미국은 과연 '그랜드 디자인'을 갖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김진호기자 |
인사이드 월드/ 美로비에 허물어진 UN인권위 (0) | 2012.02.25 |
---|---|
인사이드 월드/집단학살 의혹, 예닌과 코소보 (0) | 2012.02.25 |
인사이드 월드/ 토빈세-비전인가 신기루인가 (0) | 2012.02.25 |
인사이드 월드/ 獨 독자외교와 日 눈치보기 외교 (0) | 2012.02.25 |
인사이드 월드 / 伊청년 죽음과 'G8의 파국' (0) | 2012.02.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