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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무인기' 경고한 북한, 아예 무시하는 남한...그 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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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10월 3일과 9일에 이어 10일 심야시간에 무인기를 평양시 중구역 상공에 침범시켜 반공화국 정치모략선동 삐라를 살포했다. 영공 침범 사건은 (국제법적으로) 자주권을 침해하는 범죄행위이며 자위권행사의 명백한 대상이 된다. 우리의 모든 공격수단은 즉시 활동을 수행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게 된다. 대한민국에 최후통첩으로 엄중히 경고한다. 또다시 무인기를 우리 영공에 침범시키는 도발행위를 감행할 때는 즉시 행동으로 넘어갈 것이다." (11일, 북한 외무성 '중대성명')

"북한 주장에 대한 사실 여부를 확인해 줄 수 없다. 일련의 사태에 대한 모든 책임은 오물 및 쓰레기 풍선 부양 등 도발을 자행하고 있는 북한에 있음을 경고한다. 북한은 경거망동하지 말고 자중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만약 어떤 형태든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협할 경우 우리 군은 단호하고 처절하게 응징할 것이다." (11일, 대한민국 합동참모본부)

북한 외무성이 11일 '중대성명'에서 한국 무인기의 평양 상공 침투, 삐라 살포의 증거로 제시한 사진. 위 동그라미가 무인기, 아래는 삐라 묶음통이라고 표시돼 있다. 2024.10.11.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 무인기 쫓는 아군의 항공기 비행모습. 2022.12.26 [KBS 화면 캡쳐] 연합뉴스

북한의 내로남불

다시 '하늘'이 불온해졌다. 북한은 남한이 이달 들어 세 번 평양 중구역 상공에 무인기를 띄워 삐라를 살포했다면서 '중대 경고'를 내놓았고, 남한은 "그런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가 "확인할 수 없다"면서 북한의 경고를 뭉갰다. 2022년 12월 북한 무인기의 용산 대통령실-국방부 상공 침범 사태와 공수가 바뀌었다. 북한이 사회주의헌법에 '영토조항'을 신설하면 위기의 진앙으로 예상됐던 서해'가 아니라 하늘을 두고 격돌한 것이다. 무인기는 2년 전 9.19 남북 군사합의의 폐기로 이어져 긴장 지수를 더했다. 연초부터 한반도 전쟁위기설이 불거졌던 올해 하반기 이번엔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시점이다.

북한의 중대성명은 인민군 총참모부나 국방성이 아닌 외무성이 발표했다. 이는 남한, 북한 내부와 함께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한 것. 성명은 "영공은 다른 나라의 항공기나 비행물체들의 자유비행은 물론 '무해비행'도 허용하지 않는다"라면서 국제사회가 대한민국의 만용을 규탄하고 제지하는 데 한목소리를 낼 것을 촉구했다. 불과 2년 전 무인기 5대가 수도권과 용산 대통령실 상공을 침범했던 북한이 느닷없이 국제법 위반을 지적하는 것은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다. 국제사회를 상대로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가장 중요한 전략공간을 먼저 침범해 놓고, 뒤늦게 호들갑을 떠는 것이기 때문이다.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와 북한 지도부의 거주 공간인 평양 중구역 상공이 민감하다면, 대통령실과 국방부 청사가 위치한 용산 상공도 중요하다. 그러나 침범의 주체와 성격이 다른 점은 눈여겨봐야 한다. 서울 침범은 인민군이 지휘했지만, 평양 침범의 주체는 적어도 우리 군이 아니다. 서울 상공의 무인기는 영공 침범에 그쳤지만, (북한 성명에 따르면) 평양 상공의 무인기는 북한 체제를 전복하려는 삐라를 배포했다. 기계적으로 볼 때 무인기 북송의 주체는 △우리 군 △탈북자 단체 △북한 내부 소행 등 세 가지 경우가 거론된다. 하나하나 살펴보자. 뉴스 속보가 전해진 시점, 국회 법사위 국감장에 있던 김용현 국방장관은 "(우리 군은)그런 적이 없다"고 단언, 첫 번째 경우를 지웠다. 1시간 뒤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번복했지만, 국방장관이 댓바람에 위증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북한 외무성은 11일 저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중대 성명을 발표하고 "한국은 지난 3일과 9일에 이어 10일에도 심야시간을 노려 무인기를 평양시 중구역 상공에 침범시켜 수많은 반공화국 정치모략 선동 삐라(대북전단)를 살포하는 천인공노할 만행을 감행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사진은 북한이 공개한 대북전단. 2024.10.11. 연합뉴스

남한의 선제 도발? 탈북자 단체들 부인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대북 삐라를 계속 부양하는 탈북자 단체들도 일단 부인했다. 특히 지난 5월부터 가장 공격적으로 삐라풍선을 띄워 북한 오물풍선 사태를 일으킨 장본인,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과거) 무인기를 보낸 적이 있는데 이번에 보낸 것이 없다"고 말했다. 언론 인터뷰 발언이 최고 10년 형에 처하는 국회 위증과 다르다는 점은 살필 필요가 있다. "북한 내부에서 할 수도 있다"는 주장은 김 장관이 역시 국감장에서 내놓았지만, 무게가 실린 말은 아니었다.

상황이 모호할 때 '가능성'의 꼬리표를 달고 내놓는 말은 가려들어야 한다. 근거가 없거나, 다른 의도에서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많은 언론은 그 의도를 '전략적 모호성'이라고 평가하지만, '비전략적 회피' 또는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본다. 안보 불안은 불확실성을 먹고 커진다. 그런데 국방 수장이 되레 불확실성을 늘린 셈이다. 북한에만 혼란을 주는 게 아니라 대국민 불안도 키운다. 북한이 혼란을 느낄지는 불확실하지만, 우리 국민이 불안한 건 분명하다. 자칫 우리 발등을 찍는 자충수가 될 수 있는 양날의 칼인 것이다.

세 가지 경우가 다 아니라면, 북한 발표가 가짜뉴스여야 하지만 이 역시 속단하기 어렵다. 북한 외무성이 국제사회를 상대로 가짜뉴스를 '중대성명'으로 발표했다면, 그야말로 제 눈 찌르기다. 누군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역으로 북한이 2년 전 무인기 서울 침범의 주체를 두고 북한이 "남한 내부 소행일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면 설득력이 있겠는가.

북한 무인기가 서울 상공을 침범한 26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수석비서관들과의 티타임 시간에 최근 분양받은 은퇴견 새롬이와 함께 들어서고 있다. 2022.12.26 연합뉴스

누군가 거짓말 하고 있다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은 13일 한국방송 일요진단에 출연, "(북한의 중대성명에 대해) 우리가 확인해준다는 것 자체가 북한이 원하는 우리 내부 갈등을 야기할 것"이라면서 "최고의 정답은 무시"라고 주장했다.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한 꺼풀 들춰내면 남측에서 누가 보냈는지 확인되더라도 그걸 지적하는 것 자체가 '내부 갈등'이라는 억지 논리다. 탈북자 단체의 대북 삐라 풍선이 '표현의 자유'라는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2년 전, 북한 무인기가 용산 상공을 침범했을 때 "국가안보회의(NSC)를 열 정도의 사안이 아니다." "북한이 도발할수록 한미일 방위 태세가 강화된다"라는 대통령실 관계자의 주장을 연상시킨다.

어차피 북한 '중대 성명'의 진위는 어차피 향후 북한의 대응 내용과 그 강도가 입증할 것이다. 2022년 12월 26일, 북한 무인기 1대가 군사분계선(MDL) 이남으로 넘어왔다는 보고를 받고 윤석열 대통령은 "우리도 몇 배의 드론(무인기)을 북쪽으로 올려보내라"고 지시했고, 군은 정찰용 무인기 2대를 MDL 북쪽으로 보냈다. (우리 군의 무인기 북파는 대통령실 관계자가 언론에 밝힌 사실이다.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은 13일 한국방송에서 우리 군이 북한 몰래 무인기를 보낸 적이 있다며 무슨 비밀작적이었던양 밝혀 혼선을 야기했다. 그는 당시 국회의원 신분으로 외교안보라인에 있지도 않았다.)

이 때까지만 해도 대응 수위가 낮은 건 남측이었다. 무인기를 평양 상공에 띄우는 '비례적 대응'을 하진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1월 5일 서해 해상완충구역에 포사격을 먼저 한 것도 북한이었다. 그러나 이후 MDL 인근에서 군사적 긴장을 선제적으로 높여 온 건 남측이었다. 서해 포사격(6월 26일, 9월 5일)과 MDL 5㎞ 이내 육군 포사격훈련(7월 2일)을 재개했다. 북한은 외려 MDL 일대에서 '남한의 침략'에 대비한 방어 시설을 강화하고 있다.

도발주체 따지는 게 '내부분열'이라는 정부 

탈북자 단체의 지난 5월 삐라풍선에 북한이 오물풍선으로 대응하자 뒤늦게 9.19군사합의 전면 효력정지 절차를 밟고, 대북 확성기 방송을 군사작전의 일환인 '심리전 차원'에서 재개했다. 이에 다시 북한이 대남 확성기 소음방송을 내보낸 게 저간의 진행 상황이다. 이제, 다시 '한국이 보낸' 무인기가 악재로 떠올랐다. 남과 북의 행동과 대응 행동이 맞물리면서 긴장고조의 악순환이 계속된 추세로 미루어 우려를 자아내는 까닭이다. 이병철 경남대 교수는 <시민언론 민들레>에 "남북 간 '적대적 공존'의 방정식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문제는 공존의 공간에 불안 요소가 갈수록 늘어난다는 점이다.

1일 오후 76주년 국군의날 시가행진을 위해 사단급 무인기가 한강대교를 통해 이동하고 있다. 2024.10.1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7일 김정은국방종합대 연설에서 "문제는 (한국이) 시도 때도 없이 우리를 건드리고 있다는 것"이라며 "(북한을) 상대로 힘자랑 내기를 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북한은 올 1월 이후 상대적으로 덜 호전적 태세를 보여 왔다. 지난 7~8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1차 회의에서 예고했던 헌법의 영토조항 개정 사실도 흐렸다. 지난 9일 자 조선중앙통신은 회의 결과 보도에서 5개의 의제 중 '사회주의헌법 일부 개정을 두 번째로 소개했지만, '영토조항'과 '적대적 두 국가' 등을 담았는지 밝히지 않았다. 북한 외무성 중대성명도 내용을 뜯어보면, '만약'을 전제로 한 가정법을 취하고 있다. "또다시 무인기로 영공 침범을 감행할 때는 즉각 (모든 공격수단을 동원해) 즉시 행동에 넘어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적대적 공존' 속 높아지는 긴장지수 

물론 우리가 2년 전 북한 무인기 서울 침범에 대응해 MDL 이북으로 무인기를 침투시켰듯이 북한 역시 '비례적 대응'을 할 가능성은 상당하다. 탈북자단체 대북 풍선이 삐라를 담았듯이 무인기로 쓰레기를 떨어뜨릴 수도 있다. 북은 체제 선전을 포기한지 오래다. 쓰레기 풍선이나 대남 확성기 방송에 어떠한 '내용'도 담지 않고 있다. 그러나 무인기가 다시 서울 상공에 뜬다면 그 자체로 안보 불안지수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사안이 있다. 연초부터 '4월 총선, 북한 도발설'을 비롯해 최근의 '7차 핵 실험설 등 정부가 널리 알려 온 북한발 위기는 적어도 이번 사태가 발생하기 전까지 실현되지 않았다. 북한이 '협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안보 위기를 강조함으로써 기대했을 '정치적 이득'이 없었다는 말이다. 북한 외무성의 중대 성명도 불안하지만, 긴장 완화를 통한 상황 관리를 하기는커녕 불확실성을 높이며 호전적 태세로 일관하는, 이른바 '전략적 모호성'도 불안하긴 매일반이다. 공은 다시 남측에 넘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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