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윤석열은 권력을 지키기 위해 무엇이든 할 것이다. 하야하자마자 자신과 추문에 휩싸인 부인이 감옥으로 갈 것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궁지에 몰린 그가 은밀히 대북 도발을 조작함으로써 자위권을 명분으로 북한을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와 바이든은 그에게 그만두고 하와이 망명을 설득해야 한다."
미국 일리노이대학 최승환 교수가 6일 더힐 기고문을 통해 내린 극약처방이다. 64년 전 대통령 하야 뒤 극비리에 하와이로 도주한 초대 대통령 이승만의 전철을 제시한 것. 그런데 대북 공격의 명분을 어떻게 마련한다는 말일까.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분석이지만, 일단 주장을 들어보자.
그는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쿠바 피그스만 공격의 빌미를 마련하기 위해 중앙정보국(CIA)으로 하여금 2차 대전 당시의 B-26 폭격기를 쿠바공군기로 위장한 것을 예로 들었다. 북한 무인기로 페인트 칠한 무인기를 서울 방공구역에 진입시킨 뒤 긴박한 위험을 핑계로 대북 선제공격에 나설 수 있다는 말이다. 공격에 앞서 비상계엄을 다시 선포할 꼬투리도 된다.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대북 선제공격을 주장하며 강경 입장을 내보인 걸 주장의 근거로 들었다. 워싱턴 조야가 북한이 비상계엄 뒤 빚어진 혼란 상황을 틈타 대남 도발을 할 가능성을 내놓았지만 틀렸다고 단언했다. 되레 남한이 대북 공격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경고다. 그는 이승만(1960), 박정희(1972, 1979), 전두환 독재정권(1980)이 비상계엄을 선포했을 당시 북한이 심각한 군사도발을 한 적이 없었던 점을 근거로 들며 되레 남한의 대북 도발 가능성이 높다는 논지를 폈다.
실제로 이번 비상계엄 선포 뒤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북한이 혼란 상황을 윤 정권에 대한 선전 목적으로 이용할 게 거의 분명하다"며 '북한발 위기설'을 주장했지만, 북한은 침묵하고 있다. 노동신문이나 조선중앙통신 등 관영매체에서 비상계엄을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CSIS의 성급한 상황 평가는 북한이 "제발 따로 살자면서 작년 말 '적대적 두 국가론'을 내놓은 사실을 간과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함께 윤을 진정시켜야 한다"라면서 가능한 방안은 하와이에 망명지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적었다. 1960년 민간독재자 이승만이 심각한 혼란을 초래할 것으로 판단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행정부가 CIA를 통해 그를 하와이 호놀룰루로 망명시켜 죽을 때까지 머물게 한 것을 참고하라고 당부했다.
그는 그러나 "남한 대통령은 자신이 한국 역사상 가장 인기 없는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데다가 대통령직에서 쫓겨나면 감옥행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바이든이나 트럼프가 그와 함께 일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망명 성공 가능성을 낮게 보았다.
최 교수가 윤석열 정부의 의도적인 대북 도발과 이로 인한 전쟁 가능성을 지적한 대목은 설득력이 있다. 올해 남북 간에 군사행동은 단연 남한이 많았다. 북한은 1월 5일 해안포 200발을 해상완충구역에 발사한 뒤 별다른 대남 군사적 행동을 하지 않고 있다. 삐라풍선 살포에 오물풍선 살포로 맞서고 있을 뿐이다. 한국은 1월 5일 같은 장소에 400발을 발사한 뒤 백령도와 연평도 등 서해에서 여러 차례 K9 자주포를 발사했다. 군사분계선 인접지역에서 군사훈련도 여러 번 벌였다. 대통령 윤석열은 일찌감치 "북한의 도발에 100배, 1000배 대비하라"는 지침을 하달한 상태.
국회 탄핵안 표결을 앞두고 발표한 짤막한 담화를 보아도 대통령 윤석열에게는 국민적 불안을 야기한 책임감도 희박했다. 이점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하고, 망명을 선택하지 않을 거라는 최 교수의 분석도 틀리지 않는다. 그러나 대한민국이 64년 전 이승만 시대가 아니라는 점에서 틀렸다. 이승만이 망명한 탓에 4.19혁명 중 발포명령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울 기회를 박탈당했다. 제대로 매듭짓지 못한 탓에 21세기에 들어서도 이승만을 찬양하는 아스팔트 우파가 탄생할 토양을 제공했다. 한국은 이미 12.12 군사반란의 주범이었던 전두환, 노태우를 사법적으로 단죄한 바 있다. CIA의 도움으로 대통령을 탈출시켜 줘야 할 나라가 아니라는 말이다. 위헌, 위법적 비상계엄 선포로 국민적 불안에 더해 그렇지 않아도 흔들리는 경제 여건마저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책임을 충분히 물어야 한다. 그의 분석이 절반만 맞는 까닭이다.
최 교수는 한국계 미국인이다. 미 의회 소식을 주로 전하는 더힐 기고문도 미국민을 독자로 한 것이다. 그는 대통령 윤석열을 긴급히 망명시켜야 할 이유로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시리아 전쟁 등 여러 개의 글로벌 분쟁이 진행되는 와중에 동아시아에까지 분쟁이 발생한다면 미국이 개입할 여력이 없다는 점을 망명 권유가 필요한 이유라고 지적했다. 한반도 거주민이 겪을 참화는 거론하지 않았다. 그는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초부터 30%대로 떨어진 점을 거론하며 남한 내부의 정치적 불안이 한반도 안정을 흔들 수 있다고 지적 (2022.7.29. 내셔널인터리스트 기고)하는 등 시종 우려 섞인 견해를 밝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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