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2007-06-13|02면 |45판 |종합 |컬럼,논단 |921자 |
미국은 버지니아 공대 총기사건의 비극을 벌써 잊어가는 것 같다. 11일(현지시간) 열린 버지니아공대 총기참사 사건 청문회는 32명의 목숨을 앗아간 비극을 철저하게 정신질환자 처리 문제로 제한했다. 페어팩스 카운티 조지 메이슨대학에서 열린 청문회는 주정부 차원에서 참사의 발생 원인과 경위를 규명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 8인 위원회의 질문은 조승희가 정신과 진료를 받았는지에 집중됐다. 하지만 대학 보건관계자로부터는 환자 사생활보호법에 따라 병원진료 기록을 공개할 수 없다는 답변만이 돌아왔다. 조사위원회는 대학 보건당국에서 조승희 진료기록을 찾기 위해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연방 사생활보호법의 존재로 맥빠진 재판이 될 것이 분명하다. 전세계가 미국 총기문화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지만, 정작 미국은 정신병원 관리 시스템의 문제에 초점을 맞추는 양상이다. 사건 발생 두달이 다 되도록 미국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보면 진상규명 자체가 공허한 메아리라는 생각이 든다. 워싱턴포스트를 비롯한 주류언론이 사건 직후 개진하던 총기규제 문제는 불과 며칠 만에 슬그머니 사라졌다. 미국 내 초점은 황급히 조승희의 성장배경과 이민자 가정의 실태, 정신질환체계의 허점으로 분산됐다. 내년 대선을 앞둔 정계는 낙선의 빌미가 될 수 있는 총기규제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 청문회가 열린 페어펙스카운티에서는 다시 전시회 등의 명목으로 총기가 팔려나간다. 정규회원 430만명의 전미총기협회(NRA)는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 정치인들의 낙선은 물론 언론도 움찔하게 하는 위력은 여전하다. NRA홈페이지는 지난주 연방수사국(FBI)이 2년째 강력범죄가 늘고 있다는 발표를 전하면서 문제는 총기 규제가 아니라 범죄 규제라는 희한한 논리를 펼쳤다. '총으로 흥한자 총으로 망한다'는 말이 적어도 미국에서는 통용되지 않는 것 같다. 김진호 워싱턴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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