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 쿠마르 임네스티 미국 지부 국장

앰네스티 美지부 쿠마르 亞.太국장 日 위안부 사과때까지 국제 압력 필요"

[경향신문]|2007-05-07|25면 |45판 |오피니언·인물 |인터뷰 |1552자

"미국 하원에서 결의안이 통과된다고 해도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일본정부가 공식사과할 때까지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재미 동포사회가 추진하는 미 하원 위안부 결의안은 피해가 집중된 우리만의 관심사가 아니다. 여성인권과 전쟁범죄가 겹치는, 지난 세기 최악의 국제범죄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 미국 지부에서 위안부 문제를 전담하고 있는 T 쿠마르 아.태국장(사진)을 지난 4일 사무실로 찾아가 만났다. 쿠마르 국장은 위안부 문제를 태평양 전쟁 중 일본 정부에 의해 조직적으로 자행된 '반 인도적인 범죄'로 규정했다. "위안부 문제는 소수민족 여성에 대한 미얀마 군사정권의 집단 성범죄와 수단 다르푸르에서 벌어지는 인종청소와 같은 성격"이라는 설명이다. 앰네스티가 탈레반 정권 이후에도 여성차별이 여전한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여성들의 인권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과도 맥이 통한다. 미 하원 외교위원회에서 이르면 이달 중 채택될 것으로 보이는 위안부 결의안은 그런 점에서 새로운 출발일 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아직 본격적인 움직임에 착수한 것은 아니지만 미 상원에서도 위안부 결의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종전 반세기가 지나도록 반성 기미를 보이지 않는 일본 정부의 태도가 하루 아침에 바뀔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조직적인 성폭행과 전쟁범죄, 난민, 폭력, 실종, 아동학대 등 어려운 인권문제를 다루고 있는 앰네스티의 노련한 투사는 '낙천적인 전망'을 강조했다. "일본 정부가 사과할 때까지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비롯해 국제사회에서 일본과 관련된 사안이 있을 때마다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는 충고다. 그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워싱턴을 방문했던 지난달 26일 백악관 앞에서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 옆에 서서 시위를 벌이는 등 위안부 관련행사 때마다 적극 참가하는 이유다. 아베 총리가 방미 길에 엉뚱하게 미 의회 지도자들에게 에둘러 유감을 표명한 것에 대해서는 "말을 꺼낸 것 자체가 나쁠 건 없지만 보다 분명하게 사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잘못을 인정하는 것은 일본에 좋은 일"이라며 위안부 이슈를 들춰내는 것이 일본을 무작정 비방하기 위해서가 아님을 강조했다. 인권에 관한 한 미국 역시 앰네스티의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미 국무부는 연례 인권보고서를 내고 다른 나라의 인권상황을 걱정하지만, 앰네스티는 매년 보고서를 통해 '네 눈의 들보'를 꼬집는다. 쿠마르 국장은 미국 내 최대 이슈로 관타나모 수감자 문제와 9.11테러 이후 되레 악화되고 있는 경찰관의 폭력을 꼽았다. 앰네스티는 최근 보호구역 내 인디언 여성들이 3명 중 1명꼴로 성폭행을 당하고 있는 현실을 고발하기도 했다. 워싱턴 의사당 인근의 앰네스티 지부를 찾아갈 때만해도 여느 비정부기구(NGO)와 마찬가지로 사무실 분위기가 자유로울 것이라고 생각한 것은 오산이었다. 신원 확인은 물론 면담자와 떨어져서 이동하지 못하게 할 정도로 보안이 철저했다. 곳곳의 '보이지 않는 적들'과 대치하면서 상시적으로 위험에 대비해야 하는 그들은 그야말로 최전선에 선 전사들로 비쳤다. 워싱턴|김진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