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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ees

토머스 허바드 전 주한 미국대사

by gino's 2012. 2. 25.

北 6자회담 복귀 / 한.중.일 전문가 인터뷰
[경향신문]|2006-11-02|05면 |45판 |종합 |인터뷰 |4717자
■토머스 허바드 前 주한 미국대사
토머스 허바드 전 주한미국대사는 31일(현지시간) 6자회담의 재개를 환영하면서도 "회담이 아무리 장기화되고 어렵더라도 북한의 핵보유 사실만큼은 절대 인정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주한 미 대사관 코러스하우스 강연과 이후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행동은 계속적인 제재를 통해 책임지게 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취임 이후 북핵 위기를 키워온 조지 부시 행정부에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정부 역시 '지금 이대로(stay the course)'를 외치기보다는 북한 핵무기가 남북관계가 제공하는 혜택과 병립될 수 없음을 보다 분명히 깨닫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과 미국 모두 기존 대북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했는데 부시 행정부가 대북 접근 방식을 바꿀 것이라고 보나.

"6자회담은 북핵 문제에 접근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하지만 부시 행정부가 사악한 북한과 (직접)대화하지 않는 것을 핑계로 삼으면서 6자회담이 고착화됐다. 미국은 6자 틀 내에서 보다 활발하게 양자대화를 갖고 북한이 실질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을 정면으로 펼쳐 보여야 한다. 부시 행정부는 그동안 많은 잘못을 저질렀지만 북한 핵실험 이후에는 보다 잘 대응하고 있다. 평화적 해결원칙과 6자회담 재개, 중국이 포함된 유엔 제재 등이 그렇다.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가 베이징에서 북한 대표단을 만나도록 (상부의)허락을 받았다는 사실은 이런 점에서 긍정적이다. 미국이 보다 유연하게 대응하는 신호이기를 바란다."
-6자회담 재개 이후에도 미국과 유엔이 북한에 대한 책임을 강하게 묻는다면 북한의 반응은 어떨 것으로 보는가.

"북한이 핵보유국이 됐다는 사실에 익숙해져서는 절대 안된다. 안보리 결의 1718호의 이행을 위해 북한 정권에 대해 압력을 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북한은 1992년 한반도 비핵화 선언은 물론 제네바합의를 위반, 한국과 미국에 대한 의무를 저버렸다. 더구나 핵무기 추구뿐 아니라 장.단거리 미사일 개발 및 판매를 통해 명확하게 국제 규범을 위반하고 상황을 악화시켰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회담에서 북한이 핵프로그램을 고수함으로써 무엇을 얻고, 핵포기를 거부함으로써 무엇을 잃게 되는지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상당한 직접적인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안전밸브'는 있어야 한다.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준비가 돼 있다면 탈출로를 만들어서 그들이 되돌아올 수 있게 해야 한다."
-향후 6자회담 전망은.

"북한이 복귀한 것은 좋은 소식이다. 지금 기회를 잡을 필요가 있다. 압력과 외교를 병행함으로써 북한을 회담장으로 끌어냈다. 하지만 북한은 체면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 미국이 6자회담의 다른 참가국들과 접촉하면서 북한과 접촉하지 않는 것은 북한에 모욕이다. 부시 행정부는 그동안 가장 중요한 핵문제에서 눈을 돌려서 인권과 재래식 군사활동 등의 광범위한 접근을 함으로써 오류를 범했다. 그 또한 중요한 문제들이지만 핵문제를 해결한 다음에 다룰 수 있다. 북한과 상대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의 체면과 (대화상대로서의) 지위를 인정해주는 것이다. 이런 것들은 미국이 제공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것인데도 미국은 실수를 범했다. 제네바협약도 가장 먼저 상호존중을 표했다."
-한국 정부 역시 대북 접근 방식을 바꿔야 하는가.

"북한이 핵실험을 한 이상 한.미 모두 '지금 이대로'를 외쳐서는 안된다. 미국은 보다 창조적으로 북한과 직접접촉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는 한국이 안보리 결의를 이행하는 데 있어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여론이 있다. 한국정부가 그러한 인상을 수습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는 게 한.미 동맹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 북한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한.미 양국의 위협에 대한 인식과 적절한 대응 전술은 같지 않다. 핵실험을 계기로 한.미 간 상호신뢰를 다시 구축, 함께 문제를 해결할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회담 재개에 중국의 역할이 크다는 평가다.

"북한의 회담 복귀에는 중국 역할이 가장 도움이 된 것 같다. 중국이 강한 대북 압박을 가했다는 몇가지 신호도 보인다. 하지만 아시아에서 장기적으로 보아 미국이 북한 문제를 중국에 '아웃소싱'한 것처럼 비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한.미 관계나 미.일 동맹관계는 물론 아시아지역에서 미국의 전반적이고 지속적인 존재를 위한다면 미국이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문제 해결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미국이 이(북핵 해결) 과정에 더 참여하고 더 영향력을 발휘해서 결정을 도출해달라는 게 파트너들의 희망이다."
-한국은 2003년 처음 6자회담 개최 결정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논의에서 배제됐다.

"3자 회담은 북한이 원하는 양자회담과 다자회담의 중간 단계다. 처음 시작했을 때도 중국 주최 아래 북한과 미국이 만났다. 미국은 그때와 마찬가지로 한국과 사전협의를 했을 것이고 한국이 동의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6자회담이 가동된 지 3년이 되도록 아직 부시 행정부가 2002년 10월 제기한 우라늄프로그램은 제대로 거론되지 않고 있다.

"가장 먼저 다룰 문제는 북한이 이번에 핵장치를 만든 플루토늄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미래 어느 시점에는 우라늄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논의해야 할 것이다.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에 참여했고, 클린턴 행정부와 부시 행정부에서 북한 문제를 다뤘다. 부시 행정부의 주한 미국 대사로서 합의가 깨지는 것을 좌절과 슬픔 속에 지켜보았다. 제네바 합의는 완벽하지 않았으며 어떤 합의도 완벽하지는 않다. 미국은 제네바합의를 좌초시키지 않고도 북한의 우라늄개발 문제를 보다 기술적인 외교로 따질 수 있었다. 하지만 미국은 '목욕물과 함께 아기를 던져 버리는'는 격으로 실수를 범했다. 부시 행정부는 잘못된 대북정책을 수정해야 한다."
워싱턴|김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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