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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보수, ‘공포의 정치학’

칼럼/워싱턴리포트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10. 12.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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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공화당 ‘공포의 정치학’

워싱턴리포트 김진호 특파원

한국에서 망원경으로 보던 것과 유세 현장에서 현미경으로 보는 미국 대선은 달랐다. 오바마가 새로운 유형의 지도자라고 하더라도 케냐 태생의 아버지와 인도네시아 의붓아버지를 둔 인종적 배경을 빼면 역대 민주당 후보들과 별반 다른 주장을 하고 있지 않다. 관심을 끈 것은 ‘미국의, 미국을 위한, 미국에 의한 세상’에 대한 집념을 더욱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공화당이다.

개인적으로 올 초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를 시작으로 미국 대선 현장을 취재하면서 들은 가장 충격적인 말은 지극히 평범한 40대 주부에게서 나왔다. 9월 초 세인트폴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만난 그는 당 대의원이었다. 존 매케인과 세라 페일린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를 묻자 대뜸 자신에게 자녀 4명이 있다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러면서 “매케인이야말로 우리 아이들이 더욱 안전하게 살 수 있게 해줄 후보”라고 말했다. 불법이민자들 탓에 불안해지는 치안에 대한 우려에서부터 테러리스트로부터 미국을 보호해줄 ‘슈퍼 히어로’로 매케인을 꼽은 것이다.

당시에는 흘려들었지만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자주 되새기게 되는 말이다. 그의 말은 미국이 심각한 안보 위협에 놓여 있다는 전제를 깔고 있어서다. 그의 심리에는 사방에 적으로 둘러싸인 나라의 국민이 느끼는 불안이 자리잡고 있다. 그뿐 아니다. 공화당 지지자들은 많은 경우 ‘국가안보’를 지지후보를 정하는 근거로 댄다. 이쯤되면 미국 보수는 가상의 불안감을 표로 연결시키는 정치공학의 전문가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는 올 초 공화당을 비난하면서 공포가 아닌 희망이 지배하는 정치를 말했다. 그때만 해도 그의 말은 ‘십자군 전쟁’ 운운하며 테러와의 전쟁을 위해 전 세계에 동원령을 내린 조지 부시 대통령의 과거를 말하는 것으로 이해됐다. 하지만 최근 지지율이 추락하면서 매케인 측이 내놓은 역전의 카드를 보면 이 말이 현재형임을 실감하게 된다.

부통령 후보인 세라 페일린과 매케인은 하루가 멀다하고 오바마를 ‘위험한 인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베트남전 때 미 의회와 국방부 청사에 테러를 기도했던 단체의 조직원과 오바마가 같은 동네에 살았고, 그가 일리노이주 상원의원에 출마한 오바마의 후원 파티를 열었다는 게 근거다. 매케인과 페일린이 “버락 후세인 오바마가 누구냐”고 질문하면 군중 사이에서는 종종 “그(오바마)를 죽여라”라는 고함이 터져나온다. 이런 장면을 보면서 민주당 지지자들 역시 다른 공포에 감염된다. 그렇지 않아도 공공연하게 거론되던 오바마에 대한 암살을 유도하는 것이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공화당의 승리로 선거가 끝난다면 매케인은 페어플레이의 주인공으로 돌아올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언제든지 궁해지면 다시 공포의 정치학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그의 당선으로 동아시아의 한 분단국가에까지 불안심리를 옮길까 걱정된다. 한반도 북쪽의 유엔 회원국을 “없애버리겠다”고 공언한 매케인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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