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 창립자는 지난 24일 “자본주의가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말했다. 슈밥은 또 “나는 자유시장의 충실한 신봉자이지만, 자유시장은 사회를 섬겨야 한다”면서 각국의 정·재계를 상대로 “도덕의 나침반을 다시 조정하라”고 촉구했다. 1971년부터 매년 스위스의 고급 스키휴양지에 정·재계 지도자들을 초대해 세계경제의 흐름과 방향을 제시해온 그로서는 이례적인 발언이다.
작금에 금융 세계화를 연 신자유주의의 폐해가 갈수록 심각하게 표출되고 있는 시대흐름을 반영하는 말로 들린다. 하지만 근본적인 개혁의 실마리는 찾아보기 힘들다.
올해 다보스포럼은 25일 그 어느 때보다 가라앉은 분위기에서 시작됐다. “현재의 자본주의 시스템으로는 안된다”는 인식이 세계를 움직인다고 자부하는 각국 엘리트들 사이에서 공유되고 있다. 2008년 미국 월가의 탐욕에서 비롯된 글로벌 경제위기가 시작된 이후 처음 열렸던 2009년 포럼에서도 없던 위기감이다. 당시엔 보호무역주의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런 다보스포럼에서조차 위기의식이 높아진 것은 그만큼 신자유주의가 주도하는 금융의 세계화가 한계에 봉착했다는 증좌다.
투기자본의 탐욕이 경제파탄을 낳고, 혈세를 들여 금융업체들을 살리고, 그 때문에 텅빈 재정을 메우기 위해 복지 축소로 서민의 허리띠를 졸라매는 신자본주의 시스템이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이 전 세계 곳곳에서 거듭 확인되고 있다. 투기자본의 탐욕과 횡포를 방치한 채 그 결과물인 재정적자를 메우는 데 치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보스에 모인 2600여명의 각국 정·재계 엘리트들이 이번만은 문제의 본질을 직시하고 대안을 내놓을지 두고볼 일이다. 일단 가능성은 적어보인다. 현 자본주의 체제를 비판한 슈밥 역시 청년들에게 마이크로 창업 능력을 북돋워주자는 재능주의(talentism)를 그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점령시위자들을 초청하면서도 “아직까지 그들에게서 건설적인 제안을 들어보지 못했다”고 딴청을 부리고 있기도 하다.
24일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레에서 열린 세계사회포럼은 어느 해보다 주목도가 높아졌다. 올해는 약 7만명이 참석해 ‘자본주의의 위기-사회적·환경적 정의’를 주제로 난상토론을 벌인다. 세계사회포럼 역시 일거에 자본주의의 모순을 혁파할 해법을 내놓을 가능성은 적다. 자본주의 위기를 다른 각도에서 접근하는 두 포럼이 각각 어떤 대안을 내놓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