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제13대 대만 총통선거를 지배한 가장 큰 이슈는 안보와 경제였다. 중국과 미국이 마잉주(馬英九) 총통의 재선을 일제히 환영한 까닭 역시 양안의 평화가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하지만 2008년 선거에서 220만표였던 민진당 총통 후보와의 표차가 이번에 80만표로 줄어든 것은 경제협력기본협정(ECFA) 체결의 과실이 기업인들에게 집중된 데 따른 불만이 표출된 것으로 읽힌다.
대만과 한국의 안보·경제·사회적 상황은 같지 않다. 하지만 안보는 미국과의 관계에서, 경제는 중국과의 관계에서 풀어가는 대만의 총통선거는 올해 말 대선을 앞둔 한국에도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진다. 대만 독립을 추구했던 전임 천수이볜 총통의 재임기간 동안 악화됐던 양안관계는 친중파인 마 총통이 취임하면서부터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단 한 편도 없었던 양안 간 직항은 이제 대만과 중국 41개 도시 간에 주당 558편으로 늘어났다. 2009년 대비 2011년 대만의 대중국 수출은 35%가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2010년 중국과 경제협력기본협정을 체결하면서 대만은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도 두 자릿수의 성장률을 거뒀다.
마 총통과 같은 해 출범한 이명박 정부가 임기 내내 교류·협력은커녕 남북 간 군사적 대치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목도해온 우리로서는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중국과 대만은 그 사이 차이완(Chiwan) 시대를 열었다.
차이잉원(蔡英文) 후보가 안보적 우려 속에서도 45.6%의 지지율을 거둔 것은 또 다른 시사점이다. 중국과 사실상의 자유무역협정(FTA)인 경제협력기본협정을 체결한 이후 싹트고 있는 내부 불만이 표출된 것이다. 낮은 임금과 넓은 시장을 좇아 대륙으로 몰려간 대만 기업들은 2000억달러의 직접투자를 쏟아부으면서 2500만명의 중국인을 고용하고 있다고 한다. 마 총통의 2008년 선거공약이었던 6(경제성장률)·3(실업률)·3(1인당 국내총생산 3만달러) 가운데 실현된 것은 없다. 2009년 6.5%까지 치솟았던 실업률은 여전히 4%대에 머물고 있으며 실질임금은 수년째 제자리걸음이다. 한·미 FTA 체결에 이어 한·중 FTA를 추진하는 한국에서도 남의 일로만 치부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안보와 경제는 대만 선거뿐 아니라 올해 한국 대선의 핵심쟁점이다. 양안관계와 남북관계, 대만 경제와 한국 경제가 처한 상황의 차이점은 인정하되 두 가지 이슈에 대한 국민적 선택의 의미는 음미할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