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MBC 노동조합의 총파업이 오늘까지 나흘째 계속되면서 시청자들의 피해가 쌓이고 있다. 그럼에도 이를 수습해야 할 김재철 사장은 시종일관 언제까지 파업이 계속되나 두고보자는 식의 무책임한 태도를 내보이고 있다. 김 사장은 엊그제 회사를 떠나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반나절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그 전날엔 창원으로 달려가 드라마 <무신>과 관련한 양해각서 체결 자리에 참석했다. 사원들이 울력으로 공정방송 복원을 외치는 상황에서 김 사장의 한가로운 행보가 처음은 아니다. 기자들이 제작거부에 돌입한 지난달 25일에는 일본으로 날아가 ‘K팝과 함께하는 패션쇼’에 얼굴을 내밀었다. 공영방송의 수장으로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처신이며, 시청권을 박탈당한 시청자들에 대한 모독이 아닐 수 없다.
MBC 노동조합의 의뢰로 한길리서치가 조합원 580명을 상대로 지난달 10일부터 나흘간 조사한 설문결과에 따르면 김 사장을 반대하는 응답이 93.5%에 달했다. 반대 이유로는 ‘뉴스와 시사프로그램의 공정성 훼손 때문’이라는 답이 98.5%였다. 그의 사퇴 요구가 ‘일부 기자들’이 아닌, 사원들의 총의가 담긴 것임을 말해준다. 그럼에도 김 사장은 지난해 최대 매출과 시청률 1위를 올렸고 특히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이 35%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데 왜 나가라느냐고 항변하고 있으니 어처구니없다.
또 지난달 30일 총파업을 두고 “정치파업이자 불법파업”이라고 규정하면서 파업의 책임을 “일부 기자들의 집단행동 탓”이라는 등 적반하장(賊反荷杖)의 자세를 드러냈다. 김 사장은 ‘정치파업’이라는 해괴한 논리를 내세우지만 대통령과의 인연 덕에 사장 자리에 올라 왜곡·편파방송을 지휘한 그야말로 ‘정치사장’이다. 설문조사 결과는 MBC가 시청자들에게 약속해 온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훼손한 장본인이 김 사장임을 말해준다.
MBC는 메인뉴스를 15분만 내보내는 파행을 계속하고 있다. <무한도전> <남극의 눈물> <나는 가수다> 등 예능교양프로들 역시 줄줄이 결방이 예고돼 있다. 공영방송의 시청권은 국민의 당연한 권리이다. 김 사장은 지금이라도 동문서답식의 엉뚱한 답변을 내놓을 게 아니라 MBC의 공영성이 훼손된 데 책임을 져야 한다. 방송의 공정성을 망쳐놓고 경영성과와 특정 드라마의 성공을 치적으로 주장하려면 사재를 털어 ‘땡전(全)뉴스’ 매체를 만들거나, 영리만을 추구하는 개인기업의 대표로 자리를 옮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