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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破邪顯正

한반도 안정 위해 올봄 한·미 군사훈련 재고해야

by gino's 2012. 3. 5.
2012.1.21

해병대 사령부는 그제 한·미 해병대가 3월 중 팀스피리트 훈련 이후 최대 규모의 연합상륙훈련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한국 해병대와 일본 오키나와 주둔 미 제3해병기동군 소속 병력 등 1만여명이 참가해 상륙과 침투, 실사격 훈련을 한다고 한다. 한·미 해병대는 서북도서에서 전술토의, 지형정찰, 해상사격 참관 등을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매년 2월 말에서 3월 초까지 벌어지는 한·미 양국군의 키리졸브·독수리 연합훈련도 예정대로 강행할 것으로 전해진다. 20여만명의 한·미 양국군이 동원되는 키리졸브·독수리 훈련은 최대 규모의 모의전쟁이다.

북한과 국제법적으로 전시 상태인 한반도에서 한·미 군사동맹이 갖고 있는 의미는 적지 않다. 2015년 전시작전통제권의 이양을 앞두고 연합전력의 팀워크를 더욱 다져둘 필요도 있다. 하지만 김정일 사후 북한 정세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올해는 훈련일정 조정이나 규모 축소, 또는 모라토리엄(유예) 선언을 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것을 제안한다.

북한은 해마다 키리졸브 훈련에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합훈기간 동안 자체적인 군사기동훈련을 해왔다. 남과 북이 각각 자기 영토와 영해에서 모의전쟁을 벌인다고 해도 충돌 가능성은 상존했다. 2010년에는 한·미 합훈이 끝날 시점에 천안함 사건이 벌어졌다. 올해 키리졸브 훈련 시기는 공교롭게 3월 말쯤 끝나는 북한의 애도기간과 겹친다. 어느 때보다 북한 내부의 돌발성과 유동성이 우려되는 시점이다. 김정은의 리더십이 안정적으로 정립됐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방어훈련’이라는 이유만으로 올해 한·미 합훈을 강행하는 것은 예측할 수 없는 위험을 안고 가는 것이다. 한국 정부의 외교안보 당국자들 사이에서도 합훈 우려론이 나오는 까닭이다. 3월 말 서울에서는 50여개국 정상과 국제기구 지도자들이 참석하는 핵안보정상회의가 예정돼 있기도 하다.

올해 한·미 합훈을 재고해야 할 더 큰 이유는 그것을 한반도 문제의 궁극적인 해결을 위해 북한과의 관계를 재설정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급작스러운 사망 이후 한반도의 안정을 한목소리로 외쳐왔다. 북한 핵문제의 해결을 위해 6자회담 재개가 필요하다는 점에도 같은 목소리를 내왔다.

대화를 통해 한반도 문제의 해결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먼저 북한에 진정성이 담긴 신호를 보낼 필요가 있다. 합훈 재고만큼 강력한 신호는 없을 것이다. 전례도 있다. 북한은 1992년 1월 노태우 정부의 팀스피리트 훈련 중단 발표를 전후해 남북기본합의서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 합의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가입 및 핵사찰 수용을 전격 결정한 바 있다.

우리는 한·미 합훈의 중단을 주장하는 게 아니다. 다만 유예나 연기, 규모 축소를 하자는 제안이다. 북측이 상을 끝낸 뒤 호전적 대남 책동을 한다면 곧바로 훈련을 재개해도 무방하다. 북한이 1990년대 초와 마찬가지로 대응해올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합훈 재고는 북한은 물론 우리에게도 새로운 남북관계를 위한 주도적 입지를 마련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글로벌 군사전략을 감안하는 미국 입장에서 합훈 재고가 녹록한 문제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한국 정부의 의지다. 적어도 한반도 문제에서 미국은 한국이 강한 의지를 내보일 경우 대체로 이를 수용해왔다. 이명박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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