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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破邪顯正

총선 쟁점으로 떠오른 ‘한·미 FTA 재협상’

by gino's 2012. 3. 5.
12.2.10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엊그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절차 중단 및 재협상을 요구하는 서한을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상·하원 의장 앞으로 각각 전달했다.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는 “(FTA) 발효 이전에 재협상을 통해 독소조항을 수정하지 않으면 19대 국회와 정권교체를 통해 폐기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양당 소속 국회의원 96명이 서한에 서명했다. 양당과 시민사회가 발효 저지를 위한 단호한 결의를 내보임에 따라 한·미 FTA 재협상 여부가 올 4월 총선에서 핵심 이슈로 부각되게 됐다.

양당은 발효 전 반드시 재협상해야 할 항목으로 투자자-국가소송제(ISD) 폐기 및 주요 농축산 품목의 관세 폐지 유보,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보호 등 10개를 제시했다. 우리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의 FTA 비준동의안 날치기 처리를 ‘반역사적 폭거’로 규정하고 한·미 FTA 협정문이 포함하고 있는 이러한 독소조항들의 문제점을 누차 지적한 바 있다. 일각에서 외교적 관례나 국제규범을 운운하고 있지만 미국 스스로 2006년 중간선거 및 2008년 대선 결과를 두 차례의 재협상을 통해 한·미 FTA 협정문에 반영해온 것을 되새겨 보면 소아병적인 자기검열에 지나지 않는다. 또 참여정부 시절 협상을 시작했다는 이유만으로 민주통합당의 FTA 재협상 요구를 ‘자기부정’이라고 매도하는 것 역시 문제의 본질을 비켜 간 것이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미국 국가신용등급마저 강등될 정도로 신자유주의 체제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현실은 누구도 외면할 수 없다. 경제민주화가 왜 지금 한국사회의 시대정신이 되고 있는지 집권세력의 진지한 자기반성과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당이 국민복리에 심각한 폐해를 남길 조약을 재협상해야 한다는 강한 의지를 내보이고, 우방국 정부와 의회에 입장을 밝히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될 수는 없다. 다만, 얼마나 정치적 의지를 갖고 끝까지 이를 관철해내느냐가 관건이다. 민주당은 FTA 비준안 논의과정에서 당내 의견을 통일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한 바 있다. 통합진보당까지 외연을 확대하려면 보다 정교한 단일 대오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철저한 자기반성 없이 말로만 “FTA 저지”를 내세우다가 어영부영 주저앉았던 모습을 다시 연출한다면 이번 한·미 FTA 재협상 요구 역시 선거용 이벤트였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양당은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단 한번도 전례가 없는 국가간의 조약 폐기까지 다짐했다. 그만큼 배수의 진을 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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