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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破邪顯正

남북, 이산가족 상봉으로 새 출발 기대한다

by gino's 2012. 3. 5.
12.2.15

대한적십자사가 어제 판문점 채널을 통해 북측 조선적십자회에 이산가족 상봉 논의를 위한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을 공식 제안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이산가족 상봉이 단 두 차례만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만시지탄이지만 실타래처럼 엉킨 남북관계를 민족 내부의 현안으로 풀어갈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실무접촉이 성사된다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사망하고 김정은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체제가 들어선 이후 처음으로 적십자를 앞세운 남북 당국 간 회담이 시작된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지 않은 의미를 지닌다.

북측은 지난해 12월30일자 국방위원회 성명을 통해 이명박 정부와 “영원히 상종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을 박은 바 있다. 그 연장선상에서 지난 7일 통일부가 전달한 고구려 고분군 일대의 병충해 방제를 위한 당국 간 실무접촉 제안을 묵살하고 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에 대한 못마땅함과 이산가족 상봉은 전혀 다른 문제다. 북측이 정치적인 사안과 지극히 인도적인 사안을 구분하지 않는다면 어떠한 명분으로도 자신들의 주장을 정당화할 수 없을 것이다. 지난달 말 현재 남측의 이산가족찾기 신청자만 총 12만8678명이고, 이 중 생존자는 7만8902명에 불과하다. 생존자 가운데 80대 이상 고령자가 47.6%에 달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헤어진 핏줄을 만나려는 염원을 풀지 못하고 이승을 하직해야 하는 이산가족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남측 역시 이번 제안에 진정성을 더해야 할 것이다. 지난 9~12일 중국 선양에서 북측 6·15공동선언 실천위원회와 만나고 돌아온 남측 위원회에 대해서도 당국의 허가를 얻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법처리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남과 북이 이산가족 상봉 재개 문제에 의견을 모은 점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남측은 2009년 8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으로 물꼬가 트인 이산상봉 및 금강산 관광 재개 논의 가운데 이산상봉만을 곶감 빼어먹듯 취하고 북측이 강력하게 요구한 금강산 관광 재개 논의를 무산시키기도 했다. 한적의 이번 제안도 본래의 인도주의적 목적 외에 오는 23일 북·미 베이징 3차회담과 키리졸브·독수리 훈련, 3월 말 서울 핵안보 정상회의 시기에 즈음해 북측을 관리하겠다는 목적에서 나온 것이 아니길 바란다. 이산가족은 류우익 통일부 장관의 말대로 분단으로 인해 직접적이고 큰 피해를 입은 ‘분단 이재민들’이다. 이산상봉은 그 어떤 정치적인 계산보다 우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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