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5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가 어제 실시된 대선에서 당선이 확실시된다. 2000년부터 두 번에 걸쳐 8년 동안 대권을 잡은 데 이어 세 번째 대통령 임기를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대선의 향방은 일찌감치 푸틴의 따놓은 당상으로 점쳐졌다. 40%를 넘는 지지율 덕분이 아니다. 순치된 언론의 지원과 지난해 12월 총선에서 위력을 발휘했던 불법·탈법 선거가 더해져 50% 이상의 득표율로 1차 투표에서 승패가 결정지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예측하기 어려운 것은 선거 이후다. 푸틴 3기 집권 기간 러시아의 앞날은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다. 무엇보다 러시아 민주주의가 더욱 후퇴할 것으로 우려된다. 12년 전 등장할 때만 해도 푸틴은 새로운 지도자로서, 변화와 희망의 상징일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장기집권을 노리는 권력의 화신에 지나지 않는다. 벌써부터 그가 6년 뒤 재선에 나서 2024년까지 집권할 것이라는 전망이 굳어지고 있다. 그렇게 되면 레오니트 브레즈네프 공산당 서기장의 18년 장기집권 기록을 경신하게 된다.
지난해 총선 부정선거 이후 본격화된 반푸틴 거리시위는 푸틴의 집권 3기가 국민적 저항과 이를 억압하려는 권위주의적 통치로 얼룩질 것임을 보여준다. 지난달 4일 모스크바 시위에서는 영하 22도의 혹한에도 불구하고 10만명이 운집했다고 한다. 푸틴 집권 이후 인구의 25%로 늘어난 중산층이 푸틴을 밀어내는 핵심동력이 되고 있다. 푸틴은 국민의 입을 막는 것으로 대응해왔다. 그는 ‘에호 모스크비(모스크바의 메아리)’ 라디오와 노바야 가제타 등 진보적인 언론들을 탄압했다. 여기에다 보급률 50%에 달하는 인터넷 검열을 다짐하고 있어 과거 공산정권 시대를 방불케 하는 닫힌 사회의 도래를 예고하고 있다.
푸틴의 지지세력인 정보기관 및 군출신 인사들이 국내총생산의 15%를 독점하는 왜곡된 사회구조 역시 만연한 부패와 함께 고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전망도 밝지 않다. 2000년 이후 러시아 경제가 두 자릿수의 고속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거의 전적으로 국제유가 상승 덕이었다. 그러나 최대 시장인 유럽 및 세계 경제의 침체로 인해 석유 수출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푸틴은 유세를 통해 자신이 떠나면 1990년대의 빈곤과 혼란이 재연될 것이라며 공포심을 조장했다. 그것은 가공의 공포였지만 푸틴 체제가 안고 있는 모순은 가공이 아닌 실제상황이다. 우리는 푸틴 3기의 출범과 함께 펼쳐질 러시아의 불확실한 미래를 우려 속에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