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새 반미·종북, 빨갱이가 부쩍 늘어났다. 도저히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볼 수 없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적어도 소란스러운 일부 온·오프라인 매체의 보도만 보면 그렇다는 말이다. 제주 강정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논란과정에서 벌어지는 기현상이다. ‘해적기지’ 논란에서 시작해 급기야 ‘이어도를 중국에 떼주자 할 텐가’라는 억지로 이어졌다. 종북(從北)에 이어 종중(從中) 레테르의 발견인 셈이다. 그러는 사이 논쟁의 본질은 파묻히고 있다.
류츠구이 중국 국가해양국장은 지난 3일 관영 신화통신 인터뷰에서 “중국의 권익보호 차원에서 정기 순찰할 대상에 이어도를 포함시켰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어도는 한·중 간 배타적경제수역(EEZ)이 겹치는 곳이다. 2008년 14차 협의를 한 뒤 아직 15차 협의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다만 마라도 서남쪽 81해리(149㎞), 중국 퉁다오에서 133해리(245㎞) 떨어져 있어 국제법적으로 거리가 가까운 우리 쪽으로 편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한국 정부가 2003년 이어도에 해양과학기지를 보란듯이 건설한 것도 이러한 자신감 때문일 터이다. 정상적인 대처 수순은 일단 중국 정부가 과연 이러한 내부지침을 작성했는지 확인한 뒤 대책을 강구하는 것일 게다. 이를 댓바람에 강정기지 반대세력을 매도하는 데 동원하는 것은 전형적인 견강부회가 아닐 수 없다. ‘중국의 해양위협’이라고 단정지으면 중국을 자극해 합리적 해결을 어렵게 할 수도 있다. 정녕 이어도를 분쟁해역화하고 싶은 것인가.
그 와중에 이어도는 섬이 아닌 수중암초라는 사실을 지적한 심상정 통합진보당 공동대표에 대해 일부 트위터 이용자들은 “고대녀 망발보다 심하다” “이완용보다 더한 매국노”라는 등 뭇매를 가하고 있다. 일단 비난을 시작하면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처럼 멈출 줄 모른다. ‘충무공의 후예’를 자처한 해군 수뇌부까지 기지건설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마녀사냥식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참으로 유감이다. 북한과 대치하는 서북해역의 방위를 위해 미국 해병대와 함께 연합상륙훈련을 해야 하는 처지에 대양해군으로 거듭나겠다는 비약도 문제다. 강정기지가 건설된 뒤 미국 전함이 편의를 제공해달라면 거절할 것도 아니면서 미국과 상관없다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서북해역은 미국과 함께 지키고, 남방해역은 우리 해군 혼자 지키겠다는 말인가.
도대체 강정기지 건설에 찬성하면 애국, 반대하면 매국이라는 섬뜩한 이분법에 함몰된 사람들은 자신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정녕 모르는 것인지 묻고 싶다. 다시 논쟁의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왜 많은 주민들과 제주도가 반대하는 기지 건설을 지금 당장 강행해야만 하는 건지, 환경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은 없는지, 절차는 제대로 밟았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구럼비 바위 폭파부터 중단해야 한다. 입력 : 2012-03-12 21:2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