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핵안보 정상회의가 26일부터 이틀 동안 열린다. 앞서 오늘부터 이틀 동안 세계 원자력 업계회의인 원자력인더스트리서밋이 부대행사로 먼저 개막한다. 핵안보 정상회의는 무기급 플루토늄과 우라늄이 테러리스트를 비롯한 비국가행위자에게 악용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논의의 장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제안으로 2014년까지 위험한 핵물질을 관리하는 국제체제의 완성을 목표로 한다. 이번 회의는 이 같은 목표 달성을 위한 ‘서울 코뮈니케’를 발표할 예정이다. 우리는 핵군축·핵비확산과 함께 핵위협을 예방하기 위한 핵안보 문제를 서울에서 논의하는 것이 나름대로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개막을 앞두고 회의의 본래 목적과는 사뭇 다르게 진행되는 움직임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북한의 광명성 3호 위성 발사 발표를 계기로 이번 회의는 북한의 핵무기 및 장거리미사일 개발 계획을 규탄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중, 한·미 정상회담 등 다양한 양자회담에서 북한의 위성 발사 저지 및 핵무기 프로그램 폐기에 대한 공감대를 거듭 확인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번 회의를 북한 성토의 장으로 활용하는 것보다는 북핵 및 장거리미사일 발사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룰 회의체를 한시라도 빨리 가동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북한의 핵 및 장거리미사일 문제는 궁극적으로 9·19 공동성명에 명시된 대로 북·미관계 정상화 및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과 함께 탁자 위에 올려놓고 논의할 주제이다. 6자회담 또는 북한 미사일 문제를 다룰 회의체 마련이 더 시급하다.
서울 회의가 국제적인 주목을 받는 또 다른 이유는 지난해 3·11 후쿠시마 원전사고 1주년에 즈음해서 열리기 때문이다. 후쿠시마는 세계가 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 이후 잊고 있었던 원전의 원초적인 위험을 다시 일깨웠다. 국내외 반핵·평화운동 단체들이 이번 회의를 계기로 원전이 과연 인류가 계속 의존해야 할 에너지인지 함께 고민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지난 18일 사토 다이스케 반핵 아시아 포럼 사무국장의 입국을 거부한 것은 국제적인 망신을 자초한 일이라고 본다. 테러리스트도 아니고 핵의 위험성을 알리겠다고 찾아온 시민운동가를 내쫓은 것은 원자력이 곧 지고의 가치라는 외눈박이 사고를 보여준 셈이다.
끝으로 글로벌 수준에서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정부의 과도한 행사 홍보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43억원을 홍보비용으로 쏟아붓고 있다. 핵 안보는 일반 국민들의 주목을 받기에는 어려운 주제이다. 2년 전 워싱턴 첫 회의 당시 오바마 행정부는 물론 워싱턴시 차원에서 대민 홍보를 거의 하지 않고 전문가들의 행사로 치른 것도 그 때문이다. 정부의 지나친 의미 부여는 국제회의 유치를 국가의 위상 제고이자 정권의 치적처럼 과대 포장하려는 정치적인 의도가 담겼다고 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