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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도와 TK

칼럼/여적

by gino's 2012. 4. 17.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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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 논설위원

 

향토에 대한 자부심도 정치인의 입에 오르다 보면 엉뚱하게 변질된다. 특히 개발독재시대에 발아된 지역주의를 벗어던지지 못한 우리 정치지형에선 모순 구조를 더욱 뒤틀리게 할 수도 있다. 19대 총선 대구 수성갑에서 김부겸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을 누르고 수성에 성공한 새누리당 이한구 의원이 연일 쏟아내는 지역주의 발언을 들으면서 뒷맛이 씁쓸해지는 까닭이다.

 

이 의원은 지난 12일과 16일 CBS와 PBC 라디오방송에 잇달아 출연해 지역과 야당의 정체성을 ‘명쾌하게’ 정리했다. 그가 내놓은 발언들을 요약하면 이렇다. “대구·경북 지역은 국가의 안전을 생각하는 화랑도 정신이 내려오는 곳으로 급진 좌파이념의 민주통합당은 지역주민들에게 절대로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쪽(민주당)은 걸핏하면 데모하고 흔들고 하는 그런 성향이 있는데, 우리 영남지역에서는 사회안정을 굉장히 중시한다”고도 했다.

 

 

 

대구는 일제강점기와 해방정국에서 ‘조선의 모스크바’로 불릴 만큼 사회주의 및 공산주의 운동의 메카였다. 주요 산업시설이 우선 배치됐던 박정희 시대를 거치면서 친여 성향으로 기울었을 뿐이다. 개발독재시대에 지극히 정치적인 목적에서 지역주의를 부추겼던 과거를 생략한 채 대구·경북(TK)지역 정치성향의 역사적 기원을 뜬금없이 화랑의 시대로까지 올려잡은 꼴이다.

 

‘민주통합당=급진좌파’라는 주장 역시 이념적 색맹(色盲)을 드러낸 것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이번에 대구 수성갑에서 김부겸 후보를 선택한 40.42%의 유권자는 급진좌파 이념의 추종자들이란 말인가. 과거 이 지역에 노동·소작 쟁의가 많았던 게 급진좌파 때문만도 아니다. 그만큼 삶이 팍팍했기 때문이다.

 

이 의원이 그러면서도 지역주의 타파라는 김부겸 의원의 출마 명분이 걸렸는지 “지금 지역정당이 어디 있느냐. 인물이 떨어져도 무조건 다른 당을 찍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강변한 대목에서는 말문이 막힌다. 패장은 말이 없다지만, 그렇다고 이긴 장수가 생각나는 대로 말을 쏟아내도 된다는 뜻은 아닐게다. 이 의원의 경우엔 지역 유권자들은 물론 화랑도까지 모독한 셈이다. 지역주의를 일거에 깨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깨려고 노력하는 것이야말로 국가의 안전을 위해 젊음을 던졌던 화랑정신에 더 가깝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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