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나홀로 가구

칼럼/여적

by gino's 2012. 4. 30. 15:14

본문

2012. 4. 28일자

 

자판기에 돈을 넣으면 식권이 나오고, 메뉴에서 맛과 반찬 등을 선택하고 벨을 누르면 라면을 갖다준다. 독서실형 칸막이 좌석에 앉아 먹기 때문에 앞자리와 옆자리에 앉은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아도 된다. 서울 신촌에 등장한 일식 라면집의 풍경이다. 음식 맛도 맛이지만, 식사를 마치도록 아무런 말이 필요하지 않은 식당문화가 특이하다. 일본에서는 1인용 칸막이 고깃집이 등장한 지 오래라고 한다.

혼자 먹고, 혼자 자고, 혼자 생활하는 나홀로 가구가 늘어가면서 생겨나는 신풍속도이다. 시선을 마주치는 것도, 어깨를 부딪치는 것도, 말을 섞는 것도 귀찮아진다. 벌써부터 지하철 안에서는 저마다 손바닥의 스마트폰에 시선을 꽂고 엄지로 대화하는 게 굳이 말을 주고받는 것보다 더 편해진 세상이다. 원룸과 1인용 인스턴트 식품이 범람한다. 광고문구에나 나올 ‘화려한 싱글’과는 거리가 먼, 짙은 고독이 묻어나는 풍경이다.

 

저출산 고령화 대책 연석회의 위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l 출처:경향DB



통계청이 엊그제 발표한 ‘2010~2035년 장래가구 추계’에 따르면 올해 혼자 사는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25.3%로 2인 가구(25.2%)를 처음으로 앞지르게 된다. 네 집당 한 집꼴로 나홀로 가구가 되는 셈이다. 2035년이 되면 1인 가구는 34.3%, 대부분 아이들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을 2인 가구는 34%가 될 것이라고 한다. 인구 추이는 사회 변화를 반영하는 거울인 동시에 사회정책의 결과다.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하는 삼포세대의 증가와 쉬운 이혼, 기러기 가족 등 취업·교육 상황이 낳은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상당수는 개인의 선택과 무관하게 발생한 결혼 난민, 교육 난민인 셈이다.

‘우아한 노년’도 그림의 떡이다. 가족부양의 의무에 허덕이다가 쓸쓸한 노년을 맞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말이다. 2035년에 75세 이상 독거노인 가구는 210만5000가구, 65세 이상의 가구주 가구는 902만5000가구로 늘어난다고 한다. 그 중 상당수는 복지의 사각지대에서 허위허위 노년을 보내야 하는 복지 난민일 게다. 선별적 복지니, 보편적 복지니 하며 갑론을박하는 정치엘리트들의 탁상공론이 얼마나 허망한지 한눈에 보여주는 통계다. 파격적인 출산과 육아 지원 및 교육정책, 노후의 고단함을 덜어주는 적극적인 복지정책을 고민해야 한다. 우물쭈물하다가는 저 황량한 미래로 들어가야 한다.

'칼럼 > 여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첫사랑 신드롬  (0) 2012.05.04
진짜 노동자  (0) 2012.05.02
화랑도와 TK  (0) 2012.04.17
심판(審判)  (0) 2012.04.12
그리스 노인의 죽음  (0) 2012.04.06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