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논설위원
대선 결선투표를 코앞에 둔 프랑스에서 생뚱맞게 ‘진짜 노동자’ 논란이 불붙고 있다. 지지율 열세 속에서 연임을 꿈꾸는 니콜라 사르코지 현 대통령이 내놓은 새로운 정치상품이다. 사르코지는 “노동절이 좌파의 전유물만은 아니다”라면서 지난 1일 파리 트로카데로 광장에서 연 집회 주제를 ‘진짜 노동(le vrai travail)’으로 정했다. 이에 반발해 좌파의 전통적인 노동절 행사장에는 ‘우리가 진짜 노동자들이다’라는 펼침막이 등장했다. 이 때문에 많은 파리지앵들이 은방울꽃을 주고받는 축제일이었던 노동절이 올해는 전투적인 정치집회장으로 변모해 버렸다.
사르코지가 내린 ‘진짜 노동자’의 정의는 ‘노동자라고 다 노동자가 아니제/동료와 어깨를 꼭 끼고 성큼성큼 나아가 불도자 밀어제께 우리 것 찾아 담은/포크레인 삽날 정도는 되어야/진짜 노동자지’라고 노래했던 박노해의 ‘진짜 노동자’와 거리가 멀다. 그보다는 근면, 자조의 새마을 정신에 가깝다. 물려받은 재산이 없더라도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자기 삶을 구축해가는 사람,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밤늦도록 일하고 가정을 돌보는 사람, 일생 동안 세금 열심히 내고 경쟁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도 포함된다.
‘분노하라’ 저자 스테판 에셀 l 출처:경향DB
사르코지로서는 재임 5년 동안 줄곧 오르막길을 걷는 실업률에 절망한 청년들, 신자유주의 노선에 돌아선 민심을 다잡기 위해 역설적인 노동의 의미를 던져놓은 것이다. 결선투표 5일 전에 닥친 노동절로 좌파가 얻게 될 프리미엄을 깎아먹겠다는 정략도 담겼을 것이 분명하다. 거덜난 나라 곳간을 채우기 위한 긴축재정을 위해서라도 각종 사회복지 지원을 줄이겠다는 소신도 담겼을 법하다.
그러나 사르코지의 제안도 10%에 육박하는 실업률에 시달리는 프랑스 유권자들의 마음을 돌리기는 어려울 듯싶다.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를 찾을 수 없는 사람들은 진짜 노동자가 될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3월 현재 프랑스 실업률은 10%에 육박한다. 일자리가 전혀 없는 280만명과 시간제 노동을 하면서 안정된 일자리를 찾는 430만명이 구직을 위해 뛰고 있다. 1950년대 레지스탕스 협약 정신이 <분노하라>라는 스테판 에셀의 저서로 되살아나 200만부 넘는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는 분위기가 이를 반영한다. 사르코지의 운명은 오는 6일 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