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소속의 한 연방하원의원이 행정부를 상대로 한반도에 전술핵 배치를 검토하라고 권고했다. 말뿐이 아니다. ‘2013년 국방수권법 수정안’ 내용에 자신의 제안을 포함해 지난주 하원 군사위원회에서 찬성 32표 대 반대 26표로 통과시켰다. 애리조나주 출신 5선인 트렌트 프랭크스 의원이 발의한 이 수정법안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준비 동향 등에 우려를 표하면서 (한반도가 포함된) 서태평양 지역에 대한 전술핵무기 재배치 여부를 검토하라고 촉구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및 리언 패네타 국방장관에게 재배치를 전제로 가능성을 검토해 서면보고하라고도 명령했다.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가 실현될 가능성은 미미하다. 하원 전체회의를 통과하더라도 민주당이 장악한 상원이 찬성할 리 만무하다. 1991년 조지 H 부시 행정부가 한반도에서 전술핵무기 철수를 결정한 뒤 어떠한 미국 행정부도 이를 번복하지 않았다. 한반도에서의 전술핵 철수 자체가 미국 군사전략상 쓸모가 적어져 전 세계적으로 철수시키던 과정에 이뤄진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 역시 북한에 핵무기 포기를 요구해온 근거 자체가 사라진다는 점에서 반대하고 있다. 미국 주류언론이 수정안을 무시한 것도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의 강한 의지가 담겨 있지 않다는 판단에서일 것이다. 수정안에는 중국을 상대로 북한의 잇단 도발에 제동을 걸어줄 것을 요구하는 의미도 담겨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국내정치적 요인이 강하다. 올 11월 대선·총선을 앞두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한반도 정책 실패를 꼬집으려는 정략적 의도가 앞섰다는 말이다.
선거철 미국 정치인들의 발언에 일일이 대응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한반도 핵재무장론이라면 간과할 사안이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김정은 체제 출범과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전후해 남북 간에 살풍경한 말의 전쟁이 계속되는 와중에 작은 어긋남도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하원의원들이 자신들의 정략적, 정파적 관점에서 한반도 핵재무장을 두고 감 놓아라, 배 놓아라 하는 식의 지극히 오만한 사고를 내보인 것에 깊은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좋게 보아 수정안이 중국의 대북지렛대를 활용하려 했다고 해도 문제다. 한반도 핵무장이 한낱 미국과 중국 간의 외교적 카드에 불과하다는 말인가. 빗나간 소신에서인지, 또 다른 정치적 목적에서인지 정몽준 한나라당(새누리당) 전 대표가 지난주 피력한 전술핵 재도입 불가피론에 대해서는 논평할 필요조차 느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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